by. 레드써니
“다시 한번 부산으로~” 지난주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라인업이 발표되었다. 해외 화제작과 걸출한 감독의 작품들이 대거 포함해 벌써부터 영화제 개막이 기다려진다. 아시아의 신진 영화인을 배출하는 영화제 성격답게 올해는 어떤 작품과 배우들을 발견하게 될지도 기대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부터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의 배우상’은 한국영화의 오늘-비전과 뉴커런츠에 출품된 독립영화를 대상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남녀 배우를 선정하는데 의의가 있다. 9월 1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죄 많은 소녀]의 전여빈은 작년도 수상자이며, 벌써부터 ‘전여빈의 발견’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는 후문이다.
올해는 고현정-유준상이 심사위원을 맡아 독립영화 속에서 빛나는 배우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처럼 영화제에서는 감독뿐 아니라 배우들 역시 그들의 데뷔 작품 혹은 초창기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인상적인 작품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현재 충무로를 대표하거나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배우들은 누가 있을까. 그들의 강렬했던 부산에서의 만남을 살펴본다.
1. 소셜포비아 – 류준열

‘SNS 마녀사냥’에 대한 싸늘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선보였던 [소셜포비아].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큰 인기를 얻고, 다음 해 개봉 당시 25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역대 독립영화에서 유례없는 흥행 기록을 세웠다. 일찍이 많은 독립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변요한과 이주승의 존재감 속에 그 배우의 등장도 놀랍다. 바로 류준열이다. [소셜포비아]에서 류준열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극중 ‘BJ 양게’ 역을 맡아 촐싹대면서도 드립 터지는 코믹 연기로 인상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때의 열연으로 이후 [응답하라 1988]에서 ‘BJ 양게’와는 완전 다른 진지한 연기를 펼쳤고, [리틀 포레스트], [택시운전사], [더 킹], [독전] 등을 흥행시키며 충무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 용서받지 못한 자 – 하정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배우 중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배우는 바로 하정우다. 윤종빈 감독의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군기 반장 ‘유태정’ 역으로 출연해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하정우의 열연과 윤종빈 감독의 신인 답지 않은 날카로운 연출력이 만난 영화는 그해 영화제 최대 화제작이었으며, 2005년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 PSB영화상, 국제영화평론가상을 수상했다. 두 사람의 이후 행보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최근 하정우는 [신과 함께-인과 연]으로 천만 배우가 되었고, 윤종빈 감독 역시 [공작]으로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잡았다. 공교롭게 올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두 작품이 초청되어 13년 전 [용서받지 못한 자]의 발굴은 더욱 빛난다.
3. 파수꾼 – 이제훈, 박정민

이제훈, 박정민 역시 [파수꾼]을 통해서 부산에서 만났다. [파수꾼]은 윤성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고등학교 친구의 자살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렸다. 아직까지도 많은 영화 팬들 사이에서 ‘남고생’ 이야기를 가장 밀도 있게 그린 작품으로 손꼽힌다. 2010년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영화제의 실질적인 그랑프리라고 할 수 있는 [뉴커런츠] 상을 수상했다. 이제훈은 영화의 주인공 ‘기태’ 역을 맡아 안정된 연기를 보여줬고, 박정민은 한때 ‘기태’의 친구였지만 그의 폭력에 시달리는 ‘희준’ 역을 맡았다. [파수꾼]에서 탁월한 감정 연기는 두 배우를 성장하게 한 밑바탕이 되었고, 지금은 충무로의 대표적인 젊은 배우로 손꼽히게 되었다. 두 사람은 윤성현 감독의 신작 [사냥의 시간]에서 다시 만나 ‘어게인 파수꾼’을 꿈꾸고 있다.
4. 족구왕 – 안재홍

족구를 통해 잠들어 있던 청춘 DNA를 깨웠던 독립영화 [족구왕]. 당장의 토익, 학점, 취업보다 족구를 통해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었던 복학생 히어로 안재홍의 모습은 잊을 수 없다. [족구왕]은 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독립영화는 심각하고 어렵지 않을까?’라는 편견을 깨트리는 독특한 소재와 유머로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실제 복학생의 생활을 보는 듯한 안재홍의 연기는 극찬을 받았고, 다음 해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 남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이후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과 [소공녀]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5. 거인 – 최우식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초청된 [거인]은 집을 나와 보호시설의 그룹 홈에서 자란 17살 ‘영재’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우식은 ‘영재’ 역을 맡아 자신의 가족을 원망하며 유사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캐릭터를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연기로 보여줬다. 이 같은 열연으로 그해 처음 생긴 ‘올해의 배우상’의 원년 수상자가 되는 영광을 얻었다. 이후 최우식은 [부산행], [마녀], [옥자]에서 존재감 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였으며, 올 추석 기대작 [물괴]에서 ‘허 선전관’ 역을 맡아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7. 꿈의 제인 – 구교환, 이민지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에 이례적인 수상이 있었다. ‘올해의 배우상’ 남녀 부문 모두 같은 영화의 출연자가 차지했다는 것이다. [꿈의 제인]의 구교환과 이민지가 주인공이다. [꿈의 제인]은 가출팸 소녀 ‘소현’과 그녀를 돌봐주는 트랜스젠더 ‘제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구교환은 ‘제인’ 역을 맡아 여성으로 분장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확고한 철학과 감성적인 연기를 선보였고, 극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현’ 역의 이민지 역시 극적인 표정 변화 없이도 내면의 아픔과 고민을 섬세하게 전달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꿈의 제인] 이후 구교환은 다수의 독립영화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를 계속 선보이고 있으며, 이민지는 [응답하라 1988], [게임회사 여직원들], [사라진 밤]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8. 한공주 – 천우희

끔찍한 사건을 겪은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한공주]는 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초청되었다. 당시 영화제에서도 엄청난 화제를 낳으며, CGV 아트하우스상과 시민평론가 상을 수상했다. [한공주]의 의미는 이 같은 수상뿐만이 아니다. 이 작품의 바탕이었던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재조명하며 사회적 파급력을 불러일으켰다. [한공주]에서 천우희의 연기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천우희는 ‘인생 연기’라는 말 자체도 상투적일 정도로 진심 어린 연기를 선보였고 많은 관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다음 해 청룡·대종상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청룡영화상에서 독립영화 출연 배우로는 이례적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감동을 자아냈다. 이후 천우희는 [곡성], [어느날], [해어화] 등에 출연했고, 최근에는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의 신작 [우상]에 출연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