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뉴스 매체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9월 영화제 기간이 중반에 접어들었다. 영화계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던 베니스 영화제가 내년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 북미 영화제도 본격적이 시동을 걸었다. 텔룰라이드 영화제가 화제 속에 종료됐고, 토론토 영화제가 업계와 시네필들의 주목을 받으며 개막했다. 그동안 뉴스로만 접한 작품이 세상에 공개되는 행사가 줄줄이 열리며 영화도, 스타들도, 그들의 말도 화제가 됐다. 한주 동안 주목받은 말들을 모았다.

그 친구가 그렇게 말하면
시키는 대로 해야죠.
– 알폰소 쿠아론
출처: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새 영화 [로마]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귀환했다. [로마]는 [이 투 마마] 이후 감독이 17년 만에 고국 멕시코에서 만든 작품이다. 쿠아론은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로 할리우드 메이저 시장에 등장했고, [칠드런 오브 맨], [그래비티]로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쿠아론은 처음엔 [해리포터]를 하지 않으려 했었다. 주저하던 그의 마음을 돌린 건 친구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애정이 가득 담긴 욕이었다.

쿠아론은 한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했다. [해리포터] 제안을 받았을 당시 여느 때처럼 델 토로와 작품 이야기를 하면서 “[해리포터] 제안을 받았다. 이게 말이 되냐? 책도 영화도 안 봤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델 토로는 굉장히 화난 표정으로 쿠아론을 ‘플라코(말라깽이)’라 부르며 욕설을 퍼부었고, [해리포터]가 유명한 작품이라고 무시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심지어 “이 말라깽이 XX야, 당장 서점에 가서 책 사서 읽고 나한테 연락해.”라고 시키기까지 했다고. 쿠아론은 즉시 소설을 읽기 시작했고, [아즈카반의 죄수]를 읽으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해리포터 시리즈 8편 중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출처: Indiewire

내가 감옥에 갇힌 느낌이었다.
– 올리비아 문
출처: 이십세기폭스코리아

9월 12일 국내 개봉을 앞둔 [더 프레데터]가 성범죄 전과자를 출연시킨 것이 개봉 직전 드러났다. 논란이 된 배우 스티븐 와일더 스트리겔은 미성년자를 성적 목적으로 유혹한 혐의로 6개월 징역형을 받았고, 현재 성범죄자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다. 스튜디오는 사태를 뒤늦게 인지하고 스티겔의 출연분량 전체를 삭제했다. 스티겔의 출연을 결정한 건 셰인 블랙 감독이었고, 감독은 “친구를 위한 것이었다.”라 설명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스티겔의 성범죄 사실을 알고 조치를 요청한 사람은 올리비아 문이다. 문은 사실을 알자마자 스튜디오에 이를 알렸지만 “이틀 동안 답을 듣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성범죄자 출연 사실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자고 동료 배우들을 설득했지만 아무도 동참하지 않았다. 지난 주말 토론토영화제에서 [더 프레데터] 홍보 인터뷰를 진행할 때 보이드 홀브룩, 트레반테 로즈, 키건-마이클 키, 아우구스토 아길레라 등 동료 배우들은 문과의 그룹 인터뷰 스케줄에서 빠졌고, 결국 문은 혼자 정해진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옳다고 생각한 일을 했을 뿐인데 마치 “감옥에 간 것처럼” 고립된 느낌이라고 심정을 밝혔다. 이 모든 사태에도 왜 홍보 일정을 계속하느냐는 팬의 질문에 문은 “계약상 의무사항”이고, “자신을 비롯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정말 열심히 만들었기 때문에 영화에 자부심이 있다.”라고 대답했다.

출처: Vanity Fair

그 장면을 보기 위해 수천 명이
신규 가입할 거라 기대할 것이다.
– 버라이어티
출처: 넷플릭스

올해 토론토 영화제 개막작은 데이빗 맥켄지 감독의 [아웃로 킹]이다. 스코틀랜드의 위대한 왕 로버트 더 브루스의 일대기를 다룬 역사 드라마로, 크리스 파인, 아론 테일러-존슨, 플로렌스 퓨 등이 출연한다. [브레이브하트] 이후 오랜만에 할리우드 대형 영화에서 스코틀랜드 역사를 다룬다는 점, [로스트 인 더스트]의 감독과 배우가 다시 만났다는 점, 넷플릭스 영화로는 최초로 토론토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점 등이 화제가 됐는데, 막상 공개 후엔 오직 한 가지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바로 로버트 브루스가 강에서 목욕을 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크리스 파인의 ‘전면 누드’다. 비평가, 팬, 일반 관객 모두가 입을 모아 영화보다 그 이야기를 먼저 할 만큼 화제가 됐다. 막상 크리스 파인은 누드 장면 촬영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목욕 장면이 “모든 것을 털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면 누드 촬영도 감행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플롯이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 장면만큼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남을 듯하다. [아웃로 킹]은 11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출처: Variety

평등은 셀 수 있다.
– 자크 오디아르
출처: 그린나래미디어(주)

베니스영화제는 올해도 다양성이 부족하며 성, 인종별 기회 균등에 앞장서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제가 “여성 영화를 위해 좋은 영화를 놓치면 안 된다.”라는 주장도 있다. [시스터스 브라더스]로 베니스를 찾은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문제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과 해결 방식을 제안했다. 감독은 “좋은 영화는 좋은 영화일 뿐”이라는 영화제 집행위의 입장을 염두에 둔 듯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영화제에 성별이 있는가? 영화제를 이끄는 사람들에게 성별이 있는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라고 발언했다. 그는 25년 동안 세계 각국의 영화제를 다니면서 집행위에서 임원급 여성은 거의 보지 못했고, “25년 동안 똑같은 남자들이 영화제를 이끌어가는 것도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오디아르 감독은 “영화의 성별을 구별하는 행위는 멈춰야 한다.”라고 말하며 가장 간단한 것, 숫자로 따질 수 있는 것을 우선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Deadline

무지에는 사랑과 연민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 제니퍼 켄트
출처: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주)

베니스 영화제에서 또다른 사건이 화제가 됐다. 제니퍼 켄트 감독의 [나이팅게일] 언론상영회에서 한 이탈리아 기자가 크레디트에 켄트 감독의 이름이 나오자 ‘창녀’ 등 성차별적 표현을 하며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소리를 질렀다. 사건은 그 자리에 있던 다른 기자들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세계로 확산됐다. 그 기자는 페이스북에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결과를 생각하지 않은 행동이었으며, 차별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라며 자신의 행동을 비판하고 켄트 감독,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성차별주의자나 남성우월주의자이기 때문에 공격한 것이 아니”며, 자신의 행위를 이탈리아 언론 전체로 보지 말라는 말도 남겼다. 베니스영화제 집행위는 기자의 출입권을 즉각 박탈했다. 켄트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질문에 “무지에는 연민과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조건은 있을 수 없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출처: Variety

스튜디오가 관심이 없어요.
– 폴 페이그
출처: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스파이]는 CIA 정보분석관이 유능한 스파이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다. 멜리사 맥카시의 호연으로 전세계에서 2억 3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큰 성공을 거뒀다. 최근의 할리우드라면 이 정도로 히트한 영화를 활용해 속편이든 스핀오프든 만들어야 하겠지만, 2015년 개봉 이후 3년 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다. 폴 페이그 감독이 최근 팟캐스트에 출연해 그 이유를 밝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튜디오인 20세기폭스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페이그는 20세기폭스가 [킹스맨 3] 제작에 집중하고 있으며, [킹스맨] 시리즈가 [스파이]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기 때문에 [스파이] 속편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튜디오가 돈을 더 많이 번 영화에 투자하려는 뜻은 이해가 가지만, [스파이]를 사랑한 팬들에겐 아쉬운 소식이 되겠다.

출처: Collider

황금낙하산을 줘선 안 된다.
– 타임즈업 재단
출처: CNBC

CBS 사장 레슬리 문베스는 지난 30년 간 다수의 여성을 성추행하고 커리어를 망가뜨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7월 말 뉴요커 지가 폭로 기사를 내보낸 후 그의 거취는 불투명했다. 지난 6일 CBS가 문베스가 사임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으며, 그가 퇴직의 대가로 약 1억 달러의 ‘합의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문베스는 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임원으로, 그가 CBS를 나가면 받아야 할 돈이 무려 1억 8천만 달러가 된다. 이에 타임즈업 재단은 강력한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재단은 합의금을 “황금 낙하산”이라 칭하며 “문베스가 사직하며 거액의 돈을 받는 것은 성폭력 생존자들에게 권력을 가진 자는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행동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 강력하게 비판했다. 보도 이후 며칠 간 우려와 목소리가 높았으나, 일요일을 기점으로 합의금 1억 달러 논의는 없던 일이 되었다. 최초 보도를 했던 로넌 패로우가 또다른 피해자 6명의 폭로를 고발하는 후속 기사를 내놓은 것이다. CBS는 문베스의 사임은 확정됐고, 당장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며, 문베스와 CBS가 각각 2천만 달러를 #미투 운동에 앞장서는 여러 단체에 기부할 것이라 밝혔다.

출처: The Hollywood Repor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