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밍밍

 

 

가끔씩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사건들을 접할 때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라고 말하거나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면 좋겠다고 말하곤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아서, 영화로 만들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영화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각색된 부분도 많다 보니 실화를 온전하게 구현해 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훌륭한 연출로 그 나름의 매력을 잘 살려낸 영화 5편을 소개한다.

 

 

 

1. 아메리칸 허슬

 

이미지: (주)누리픽쳐스

 

[아메리칸 허슬]은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포함해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 유수의 시상식에서 주목받았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이 연출을 맡고 크리스천 베일, 에이미 아담스 등 화려한 출연진을 내세워 사기꾼과 그의 애인이 FBI 함정수사에 협력해 국회의 부정부패를 폭로했던 사기극 실화를 담아냈다. 영화의 소재가 된 사기극은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발생했던 ‘앱스캠 스캔들’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영화가 시작할 때 ‘이 중 실제로 일어난 것도 있다’라는 자막이 나올 정도로 실화를 충실하게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 영화는 아니다. 대신 주·조연할 것 없이 개성 넘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영화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끔 만드니,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서 보면 될 듯하다. 또한 영화를 위해 20kg를 살 찌우고 대머리 가발을 쓴 크리스천 베일의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도 흥미를 더해줄 것이다.

 

 

2.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이미지: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주)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한국에서는 많은 관객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분장상을 휩쓰는 등 배우들의 열연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주인공 론 우드루프 역을 맡은 매튜 맥커너히는 에이즈 환자 역할을 실감나게 소화하기 위해 20kg 가까이 감량했다고 한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매튜 맥커너히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던 론 우드루프의 삶을 영화화한 실화 배경 영화다. 론 우드루프는 1992년 사망한 에이즈 환자로, 영화 제목과 동일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실제로 운영했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흔히들 생각하는 춤을 추고 음악을 즐기는 클럽의 형태가 아니라, 에이즈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정식으로 허가받지 않은 약물을 제공하는 클럽이었다. 영화는 이러한 극적인 클럽 운영 이야기를 담아냈고, 클럽 운영 측면에 있어서는 영화와 실화는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영화에서 게이 혐오주의자로 등장했던 론 우드루프가 사실은 양성애자였다고 한다. 실화를 완벽하게 재현한 영화는 아니지만, 한 작품에 출연한 두 배우(매튜 매커너히, 자레드 레토)가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동시에 수상할 만큼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이니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3. 언터처블 : 1%의 우정

 

이미지: (주)NEW

 

프랑스 내에서 19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을 뿐 아니라 독일과 한국,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언터처블 : 1%의 우정] 역시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언터처블 : 1%의 우정]은 전신마비로 몸을 움직일 수 없지만 돈은 너무나 많은 상위 1% 부자 필립과 몸은 매우 건강하지만 돈은 한 푼도 없는 하위 1%의 청년 드리스의 우정을 그려냈다. 영화 속 필립의 실제 주인공 ‘필립 포조 디 보르고’는 프랑스 명문가 보르고 가문의 계승자이자 유명 샴페인 회사의 사장이다. 그는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전신이 마비되는 시련을 맞게 되었고, 그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극중 드리스로 등장하는 애브델에게 큰 힘을 얻었다. 필립과 애브델의 극적인 우정 실화는 책과 다큐멘터리로 이미 화제가 되었으며, 그러한 인기에 힘입어 영화화되기까지 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영화의 극적인 효과를 위해 실화와 크게 달라진 부분도 있다. 필립의 간병인으로 등장하는 드리스는 극중에서 세네갈계 흑인으로 나오지만, 사실상 드리스의 모티브가 된 애브델은 아랍계였다고 한다.

 

 

 

4. 히든 피겨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NASA에 근무하며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 비행 탐사 계획에 큰 공을 세운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2017년 한국 개봉 당시, 상영관 확대 요청이 있었을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호평을 받았으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작품상을 비롯해 3개 부문 호부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영화 역시 성차별과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실화를 토대로 마고 리 셰털리의 동명 논픽션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자 마고 리 셰털리의 아버지는 나사 랭글리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실제 영화 주인공들과 함께 일했고, 원작을 각색한 작가 앨리슨 슈뢰더는 나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원작자와 각색가의 생생한 경험, 그리고 배우들의 명연기가 더해졌기에 영화 [히든 피겨스]가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5. 노트북

 

이미지: 글뫼

 

첫사랑의 떨림과 설렘을 온전하게 재현하며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로맨스 영화 [노트북] 역시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다. [노트북]은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소설 ‘노트북’을 영화화한 작품인데, 스파크스는 아내의 조부모님의 러브 스토리를 바탕으로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가 ‘노트북’이라는 소설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스파크스의 결혼식 때, 아내의 조부모님이 건강이 좋지 않아서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아내는 조부모님 댁에 직접 찾아가 작은 결혼식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스파크스와 그의 아내는 결혼식 다음날 다시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조부모님을 찾아갔고, 그 특별한 결혼식에서 조부모님의 러브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스파크스는 함께 산 세월이 60년이 넘는 노부부가 여전히 신혼부부처럼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의 손을 잡는 장면을 잊을 수 없었고, 변함없이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을 쓰게 됐다. 본래 소설의 배경은 노스캐롤라이나이지만, 영화 촬영지는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영화와 소설, 실화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첫사랑의 절절함만큼은 완벽하게 재현해낸 영화가 [노트북]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