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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 추석이 코앞이다. 모두 가족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행복한 시간을 나누기를 바란다. 9월 세 번째 주, 두 편의 ‘추석맞이’ 사극 영화가 개봉했다.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위대한 승리로 꼽히는 ‘안시성 전투’를 그린 [안시성]과 [관상], [궁합]으로 이어진 ‘역학 삼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명당]이 그 주인공이다. 모처럼 맞이한 꿀 같은 연휴 동안 가족과 함께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고민이라면, 테일러콘텐츠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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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Jacinta: [안시성]은 확실히 사극 블록버스터가 비주얼 측면에서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 증명한다. 차별화된 각각의 전투신은 웅장한 규모와 스타일리시한 화면 연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전투 구성으로 대형 스크린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선사한다. 다만 아쉽게도 [안시성]의 장점은 거기까지다. 시선을 압도하는 전투신에 치중하느라 그 전투를 이끌어갈 캐릭터가 상투적인 역할로 소비되고 그나마 갖고 있는 개성도 제대로 드러나지 못한다. 승리의 역사를 재구성한 영화라 해도 당나라 대군에 맞서 전투를 이끈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이지 않으니 감격으로 다가와야 할 승리의 기쁨이 쉽게 휘발된다.

 

에디터 띵양: [안시성]은 보는 맛이 확실한 영화다. 슬로모션을 걸었다 풀었다 하면서 느껴지는 쫄깃함, 그리고 다양한 무기로 펼쳐지는 멋들어진 액션 시퀀스를 한국에서 볼 수 있다니, 칭찬받아 마땅하다. 음악 역시 웅장해서 영화에 재미를 더했다. 별개로 머릿속에서는 액션 시퀀스마다 [원더 우먼]의 테마곡이 흘러나왔지만 말이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전형적이지만, 그마저도 살리지 못하는 배우와 영화가 많기에 이 정도면 특별히 문제 될 것은 없다. [안시성]은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명확하다. 아무래도 자료가 많지 않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다 보니 액션에 힘을 잔뜩 실었는데, 이것이 [안시성]에게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자료가 한정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감독의 상상력을 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의미지만, 이 여백을 빈약한 스토리와 신파로 채운 것은 아쉬운 선택이다. 그래도 추석 연휴 동안 온 가족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니, 이번 주말에 손에 손 잡고 극장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에디터 Amy: 그냥 영화라기보다는, 한 편의 게임 실사 영상을 본 듯한 느낌이 든다. 당나라 대군에 맞서 싸워 승리를 빚어낸 안시성의 고구려 군사를 그리는데, 결말이 예정되어 있으니 세부적인 영상 묘사에 치중한 모습이다. 배우들이 입은 육중한 갑옷과 공성전에 쓰이는 무기들, 수많은 병사가 대치하는 장면에서 섬세하게 디테일을 살린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투신에서 배우들의 멋진 비주얼을 극대화하는 클로즈업과 슬로모션은 가이 리치, 잭 스나이더의 영화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어울리지 않는 러브라인이나 이세민의 마지막 장면 등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큰 스크린으로 스펙터클한 액션을 즐기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알맞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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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Jacinta: 날카로운 뒷맛은 부족하지만 솔깃한 소재로 풀어가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왕권을 둘러싼 권력 다툼이라는 다소 예상 가능한 영화임에도 노련함이 엿보이는 완성도는 팩션 사극에 생생한 몰입감을 부여한다. [명당]은 근래 본 한국영화 중에서 카메라 앵글을 흥미롭게 사용하는데,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인물의 심리와 관계를 인상적인 클로즈업으로 탁월하게 구현하며 긴장감을 형성한다. 또한 정교하게 배치한 인물의 동선이나 공간감을 잘 활용한 세련된 미장센에서는 사극이 줄 수 있는 미적인 즐거움을 전한다. 에필로그를 생략하고 캐릭터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지만, 추석 시즌을 겨냥해 나온 한국영화 네 편 중 가장 만족스럽게 본 영화다.

 

에디터 겨울달: 부와 권세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땅따먹기’에 비유했다. 물론 권력이란 게 땅만 차지해서 되는 건 아닐뿐더러, 현대 사회에 조상의 음덕이나 땅의 기운은 미신에 가깝다. 하지만 생존하려는 욕구, 더 많은 권력을 가지려는 욕망을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비유를 사용해 그린 점은 주목할 만하다. 뜬구름 같은 이야기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건 꼼꼼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다. 권력다툼을 풀어내기 위해 인물 간 갈등은 명확하게 설정했고 스토리텔링은 빠뜨리는 것 없이 친절하고 진중하다. TV 스크린을 씹어먹는 조승우와 지성의 연기는 영화의 퀄리티를 끌어올린다. 느낌이 다 비슷한 추석 개봉작 중 이야기에 중점을 둔 영화가 보고 싶다면, [명당]이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에디터 Amy: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개봉하는 한국 영화 중에서, 단연 배우들의 연기와 전달력이 일품인 영화다. 완벽한 완급 조절로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감탄을 자아낸다. 아쉬운 점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에 비해 스토리가 진부하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인간의 운명까지도 바꿔버리는 명당을 차지하려는 모습은 결국 숱하게 보여줬던 권력을 갈망하는 자들의 세력 싸움으로 이어지고, 이기심을 앞세운 치열한 싸움은 이익 관계에 의해 허무하게 흩어진다. 마지막 장면까지도 땅의 힘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묘사하는데, 굳이 넣었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충분히 상쇄되니 추석 연휴에 가족들과 영화관 나들이를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