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유하

 

 

이미지: 소니 픽쳐스

 

한 아버지가 부재중 전화만을 남기고 사라진 딸을 찾아나서는 스릴러 영화 [서치]가 개봉 6일 만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걸로도 모자라 [나를 찾아줘]를 밀어내고 국내 역대 외화 스릴러물 흥행 1위로 등극했다. 많은 관객들이 찬사를 보내게 만드는 [서치]의 매력은 다른 영화들과 달리, 딸이 실종되기 전부터 딸이 실종된 후 아버지가 추리를 해나가기까지 모든 과정을 노트북 화면 등 전자기기를 통해 보여주는 색다른 촬영 방식과 잘 짜여진 스토리 구성, 그리고 몰입감 넘치는 오프닝 시퀀스에 있다. 다소 당혹스럽게 시작되는 [서치]의 오프닝은 관객들로 하여금 상영에 차질이 생긴 게 아닌지 의문을 품게 만들다 딸 마고(미셸 라)와 엄마 파멜라(사라 손), 아빠 데이빗(존 조)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 곳곳에 깃든 그들만의 추억들을 그려주며 어느새 가슴 뭉클한 여운을 느끼게 해준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유명한 구절이 있지만 어쩌면 첫사랑처럼 처음부터 좋아야 여운이 오래 남고 설레는 감정이 짙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해서 이번에는 오프닝부터 휘몰아치는 영화 7편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라라랜드 (2016)

 

이미지: 판씨네마㈜

 

시끄럽게 울려대는 경적소리, 그리고 자동차 내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로 가득한 정체된 도로의 한복판. 영화의 주인공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미아(엠마 스톤)는 아직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복합적으로 섞여서 나던 여러 소음들이 잦아지고 경쾌한 피아노 반주와 함께 갑자기 한 여인이 노래를 부르며 차에서 나와 도로를 거닐기 시작한다. 이 언덕을 넘어 저 높은 곳에 오르리. 반짝이는 빛 모두 쫓으리. 그녀를 선두로 차에서 밖으로 나와 무대에 올라간 뮤지컬 배우마냥 ‘Another day of sun’을 부르며 춤추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주인공들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저 멀리 날려버리고는 넋을 잃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된다.

 

 

 

업 (2009)

 

이미지: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앞서 말한 [서치]의 오프닝은 영화 사상 최고의 오프닝 시퀀스를 꼽을 때마다 매번 상위권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영화 [업]의 오프닝 시퀀스를 연상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대한 모험가 찰스 먼츠의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며 함께 모험을 다짐하던 엘리(엘리 닥터)와 칼(제레미 리어리, 에드워드 애스터) 두 꼬마들이 자라 결혼을 하고, 함께 책을 읽다가도 손을 마주 잡는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다 넥타이의 개수와 같이 나이가 들어가는 수십 년간의 세월을 10여분 만에 표현해낸 [업]의 오프닝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아름다운 단편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다.

 

 

 

007 스카이폴 (2012)

 

이미지: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작이자 [007 카지노 로얄],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 이어 다니엘 크레이그가 선보인 6대 제임스 본드의 세 번째 작품 [007 스카이폴]은 007 시리즈 내 최고의 오프닝 시퀀스를 자랑한다. 총에 맞아 거대한 손에 이끌리듯 바다 깊숙이 가라앉는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가 집어삼켜지는 모습과 더불어 총과 해골 따위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다양한 예술의 형태로 형상화되는 가운데, 흘러나오는 영화의 주제곡 ‘Skyfall’은 그래미의 여왕 아델에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안겨준 노래이기도 하다. 그녀의 깊고 중후한 목소리는 감각적으로 연출시킨 영상과 조화로이 어우러지며 007 특유의 웅장함을 자아낸다.

 

 

 

데드풀 (2016)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강한 힘에는 언제나 강한 책임감이 따른다는 말에 걸맞게 정의로움을 몸소 실천하는 여느 히어로들과는 달리, 개인적인 복수를 하다 보니 어쩌다 히어로로 등극한 데드풀의 유쾌한 성격은 그의 솔로 무비에서도 절절하게(?) 묻어 나온다. 망가질 때로 망가진 차량에서 데드풀과 이외의 출연자들이 총기를 난사하며 거친 격투가 벌어진 것만 같은 상황이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 마냥 멈춰져 있는 오프닝 시퀀스 자체만으로도 대체 데드풀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가, 깊은 고찰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장면을 구석구석 훑으며 지나다니는 카메라의 움직임에 맞춰 나타났다 사라지는 오프닝 크래딧의 문자들 역시 그냥 대충 넘겨버릴 수 없는 깨알 개그 투성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1978)

 

이미지: 20세기 폭스

 

아주 먼 옛날 은하계 저편에… 이 문구에 [스타워즈]의 거대한 메인 테마 주제곡이 자동으로 울려 퍼진다면 당신은 [스타워즈]의 열혈 팬일는지도 모른다. 연이어 어두운 화면에 노란 글씨로 지금까지 일어난 줄거리가 나타나는 오프닝 스크롤은 다스베이더의 명대사 ‘I’m your father’나 제다이들의 스승 요다와 같이 영화를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알아차릴 수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만의 상징물이다. 시리즈물 중에서도 최초로 제작된 에피소드이자 오리지널 시리즈 첫 작품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은 70년대 당시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발전된 CG 기술로 광활한 우주에서 제국군에게 쫓기고 있는 반란군의 함선을 그려내며 스타워즈가 왜 SF 영화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되는지 깨닫게 해준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06)

 

이미지: ㈜퍼스트런, 글뫼

 

분주하게 움직이는 패션계 직장인들의 출근길로 막을 여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함을 걸친 듯 세련된 옷차림으로 택시를 잡는 패션계의 프로페셔널한 여성들과 외투는 추운 바람을 막기 위해 걸치는 용도라는 듯 립밤만을 바르고 밖을 나서는 앤디 삭스(앤 해서웨이)의 모습을 계속해서 교차하여 보여준다. 보이지도 않는 속옷까지 신경 쓰며 옷뿐만이 아니라 식단 관리까지 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패션에는 관심이 없지만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커리어를 쌓겠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최고의 패션 매거진 ‘런웨이’에 입사하게 된 앤디의 차이점을 짧은 시간 내에 알아차릴 수 있게 한다. 영화의 오프닝만으로 앞으로 앤디가 ‘런웨이’의 전설적인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를 만나 어떻게 변화해나갈지 궁금증을 일게 만든다.

 

 

 

베이비 드라이버 (2017)

 

이미지: 소니 픽쳐스

네 사람

이 탄 빨간색 차량 안, 선글라스를 끼고 운전석에 앉아있던 베이비(안셀 엘고트)가 아이팟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나머지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은행을 상대로 강도 짓을 벌이고 그동안 베이비는 리듬에 맞춰 신나게 자동차 와이퍼를 움직였다, 차 옆면을 드럼 삼아 두드렸다 하며 혼자만의 립싱크 공연에 돌입한다. 현찰을 두둑하게 챙겨 일행들이 되돌아왔을 때에도 그의 공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걸 보여주듯, 현란한 손짓으로 기어를 움직여 수많은 경찰차를 따돌리며 자유자재로 다른 차량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베이비의 어깨를 잘했다고 두드려주는 일행의 손은 놀라움에 탄성을 자아내느라 입을 다물지 못하는 우리의 심정을 대변한 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