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넷플릭스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슈퍼히어로 장르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무대를 넷플릭스로 뻗어 간 마블은 드라마 시리즈를 통해서 영화와는 색다른 영웅들과 또 다른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어벤져스가 있다면, 넷플릭스 드라마 유니버스에는 디펜더스가 있다. 디펜더스의 멤버인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아이언 피스트 역시 각자 독자적인 드라마 시리즈가 있으며,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한 히어로의 이야기, [아이언 피스트] 시즌 2가 공개됐다.

 

앞서 공개된 드라마 시리즈의 훌륭한 완성도에 반해, [아이언 피스트] 첫 시즌은 낮은 완성도로 무수한 혹평을 들어야 했다. 부진한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들의 이입하기 힘든 관계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허술함’이었다. 15년 동안 쿵푸를 단련했다고 하는 주인공 ‘대니 랜드’에게서 뛰어난 쿵푸 실력은 물론 조금이라도 단련된 근육조차 볼 수 없었다. 누가 봐도 예정된 [디펜더스] 공개 일자에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급조해 내놓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액션과 무매력의 주인공, 불쾌한 오리엔탈리즘, 게다가 이전 시리즈들을 통해 한껏 고조시켰던 기대감이 더해져, 결국 로튼 토마토에서 넷플릭스 마블 드라마 시리즈 사상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불명예를 얻었다.

 

이미지: 넷플릭스

 

마블의 열렬한 팬으로서, 넷플릭스의 마블 시리즈를 전부 따라잡았던 내게도 [아이언 피스트]는 그 악명을 여실히 느끼며 마주하기 힘든 상대였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던 나는 앉은 자리에서 전 에피소드를 완주하고야 말았다. 시즌 1을 통해 뼈아픈 교훈을 얻은 제작진이 정말 열심히 노력했구나 하는 강력한 인상을 받으면서 말이다. 이전보다 좀 더 두꺼워진 대니 랜드의 체격은 가장 강한 무술인이라는 인상을 주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액션 시퀀스가 놀라울 만큼 발전했다. 시즌 1을 이끈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콜린 윙 또한 훨씬 박력 넘치고 정교해진 액션을 보여준다. 기존 캐릭터들과 함께 새로 등장한 ‘메리 워커’(앨리스 이브 역)까지 각각의 매력이 빛을 발했고, 서로의 이해관계도 훨씬 몰입하기 편하다.

 

시즌 2에서는 비밀스러운 핸드의 마수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던 대니 랜드의 모습 대신, 자신이 아끼는 거리를 수호하며 아이언 피스트로서 자격이 있는지 본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파괴하는 것만이 수호하는 방법이라고 여기는 다보스에 의해 아이언 피스트로서의 능력을 빼앗기면서 결국 자신은 아직 아이언 피스트가 될 만한 그릇이 아님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제어할 줄 알며 능력에 현혹되지 않고 거리를 지킬 수 있을 만한 그릇을 지닌 인물, 콜린 윙이 아이언 피스트를 이어받게 된다. 여러 인물들의 자아 성찰을 통해 서사가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워졌다. 특히 콜린 윙이 하얀빛을 내뿜는 주먹을 내지르는 장면에서는 짜릿한 희열까지 느껴진다.

 

오리엔탈리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저버리지 않았다.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의 특성상 동양인을 마주하는 일이 잦은데도 불구하고, 백인의 좁은 시야로 그려냈던 동양인의 묘사가 훨씬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변했다. 소모적인 악역으로만 등장하던 동양인들이 평범한 시민에서 방황하는 십 대까지 다양하게 등장하며 훨씬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아쉬운 점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지만, 전 시즌을 내내 관통했던 불쾌감의 해소와 인종적 다양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미지: 넷플릭스

 

콜린 윙이 아이언 피스트가 되는 모습은 이미 공식 예고편에 등장했다. [아이언 피스트] 시즌 2의 전신을 관통할 강력한 스포일러가 되는 이 장면을 먼저 공개한 점을 통해, 시즌 1에 실망한 시청자들을 다시금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건 제작진의 열의를 느낄 수 있다. 가장 돋보여야 하는 주인공이 실패작이었다는 전 시즌의 문제점을 훌륭하게 전복시킨다는 것을 가장 먼저 보여준 것이다. 실제로 SNS에서는 그 장면을 먼저 보고 시청을 시작한 사람들이 등장했으며, 실제 시청자들의 호응도도 훨씬 높다. 로튼 토마토에서 점수가 가장 월등히 성장한 후속 시리즈로 뽑히기도 했다. 심지어 이제는 다음 시즌이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아이언 피스트] 시즌 1을 보고 실망했던 이라면, 실패 요인을 과감히 쳐내고 점점 앞을 향해 발전하는 것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