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TCO(주)더콘텐츠온

 

긴 듯 짧았던 추석 연휴가 끝났다. 명절 전후로 두 편의 영화가 개봉하면서 연휴 간 관객들에게 매력을 어필했다. ‘컨저링 유니버스’의 신작이자 [컨저링 2]에서 충격적인 인상을 남겼던 수녀 괴물 ‘발락’의 이야기를 그린 [더 넌]과 충무로에서 가장 뜨거운 두 남자, 마동석과 김영광의 ‘심령 합동 수사극’ [원더풀 고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주말 동안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고민이라면, 테일러콘텐츠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에디터 Jacinta: 수녀 귀신 ‘발락’의 단독 영화라는 기대감이 무색하게 전혀 무섭지 않은 영화. [컨저링 2]에서 뽐냈던 무시무시한 위용은 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엉성한 스토리도 나쁘지만, 뻔히 잘 아는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반복하면서 짜릿한 긴장을 잃은 게 문제다. 스산하고 음침한 분위기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평면적인 공포 효과의 반복은 영화를 지루하게 하고, 그저 테이사 파미가의 빛나는 미모만 눈에 들어온다. 컨저링 유니버스에 못 미치는 안일하고 게으른 영화에 실망만 가득하다.

 

에디터 겨울달: 공포영화라면 덮어놓고 도망갈 만큼 겁이 많아서 영화 보기 전에 긴장을 많이 했는데, 괜히 그랬다 싶다. [컨저링 2] 수녀 귀신이 세상에 나오게 된 연유를 설명하는데, 공포영화인 척하는 퇴마 액션(?)물 같았다. 겁 많은 사람이 보기에도 잠깐 무섭고, 그게 끝이다. 올해 본 공포영화들과 자연스레 비교하게 되는데, 깜짝 놀라게 하는 건 [곤지암]이 더 잘했고, 으스스하고 암울한 분위기는 [유전]이 더했으며, 적을 물리칠 때 오는 통쾌함은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더 컸다. 에디터가 “명성만큼 안 무서워서 실망이다”라고 할 정도면, 공포영화 마니아들에게 만족감을 주진 못할 것이다. 결국 제일 무서운 건 “죽을 만큼 무섭지만 죽진 않는다”라는 포스터 문구였다.

 

에디터 띵양: [컨저링 2]에서 우리를 덜덜 떨게 만들었던 ‘발락’이 정작 [더 넌]에서는 별다른 공포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더 넌]과 [컨저링 2]의 시대적 배경이 약 25년 정도 차이가 나니, 아무래도 ‘발락’이 그사이에 피나는 연습을 거듭한 모양이다. 우리가 [컨저링] 시리즈에 열광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분위기다. 첫 번째 작품을 떠올려보자. 음산함과 적막함 속에서 긴장한 채 주위를 둘러보는 주인공 옆으로 슬그머니 나타나 박수를 치고 사라지는 의문의 손이 주었던 짜릿함과 신선함, 그리고 공포는 지금도 떠올리면 등골이 서늘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시리즈는 갈수록 옛 영광에 취해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이 호러 장르의 목적이자 흥행의 밑거름이지만, 점프 스케어와 굉음만이 남발되는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에는 진부함과 지루함만이 느껴졌다. 참고로 에디터는 공포 영화를 끔찍하게도 못 보는 사람이다.

 

이미지: TCO(주)더콘텐츠온

 

에디터 겨울달: 그동안 수없이 봐온 한국 영화를 재탕 삼탕 한다. 플롯, 캐릭터, 결말, 감정을 극대화하는 방법까지 수없이 많은 검증을 거쳐 “확실한” 것들만 모았다. 익숙함의 정도가 거의 복제 수준이다. 마동석, 김영광, 이유영 등 출연진이 최근 각광받은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10년 전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이라 해도 믿었을 것이다. 영화가 항상 새롭고 놀랍길 기대하진 않는다. 때론 익숙한 것으로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2008년에 개봉했어도 혹평받을 영화를 2018년에 보게 되다니, 도대체 누구의 안일함과 게으름을 탓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에디터 띵양: 용케 97분을 버틴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원더풀 고스트]는 최근 국내 영화의 문제점들이 모두 드러난 작품이다. 반전은 영화를 좀 본 사람이라면 금세 눈치를 챌 수 있을 정도로 진부하고 대놓고 [사랑과 영혼]을 오마주한 장면들은 안타까운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우연으로 시작해서 우연으로 끝나는 전개에서는 개연성을 찾아보기가 힘든 데다가, 이유영이라는 좋은 배우를 데려다가 단순한 ‘신파용 캐릭터’로 전락시킨다. 신파와 오마주는 영화에 있어서 절대로 나쁜 요소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수준과 예의라는 것이 있다. 억지로 눈물을 쥐어 짜내는 신파와 수준이 낮은 오마주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은 결코 없다. 올해에는 유독 많은 한국 영화들이 관객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는데, 이러다가는 정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에디터 Amy: 신선함을 찾아볼 수 없는 영화다. 많이 본 듯한 소재를 많이 본 듯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야기의 진행도 더디게 흐른다. 약 30분 정도가 흐르고 나서야 드디어 김영광과 마동석이 마주하게 된다. 일면식도 없던 둘이 손을 맞잡고 함께 일하게 되기까지의 서사와 감정선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었겠지만, 길게 늘어져 지루하기만 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직전에 보여줬던 역할들과 큰 차이가 없어 새로움을 느끼기 힘들다. 편하고 안전한 요소들을 이리저리 섞은 탓에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니게 된 것처럼 보였다. 이미 숱하게 시도된 이야기를 전혀 새롭지 않게 풀어낸 영화를 굳이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