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2010년 2월 11일,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앞두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패션쇼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하며 매번 매혹적인 무대를 선보여왔던 그는 세상과 이별하는 마지막 순간조차 강렬했다. 이안 본호테와 피터 에티드구이가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 [맥퀸]은 세상에 처음 무대를 공개한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충격과 논란을 안기고, 숱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미치며 경이로운 감탄을 끌어냈던 문제적 아티스트 맥퀸의 모든 것을 다룬다.

총 5개의 챕터로 구성된 [맥퀸]에는 그의 인생에 반환점이 된 상징적인 패션쇼를 중심으로 패션계를 매료시킨 천재 디자이너이면서 고통과 연민, 상처를 끌어안은 인간 맥퀸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가 어떻게 패션계에 입문하고 파장을 일으키며 주목받은 디자이너가 되었는지 연대기 순으로 압축해서 전개한다.
맥퀸과 그의 어머니, 그리고 든든한 조력자 이자벨라 블로우의 생전 영상과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는 짐작했던 모습부터 미처 몰랐던 맥퀸의 모습까지 무대 안팎의 삶을 가득 채운다. 전위적인 표현 양식으로 지금 봐도 충격적인 졸업 무대 ‘잭 더 리퍼’처럼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한 강렬한 무대를 선보인 예술가로 더 강하게 기억되지만, 한편으로는 내면의 고통을 예술로 투영하며 어둡고 우울한 자아와 맞서 왔던 개인의 발자취도 선명하다. 맥퀸은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받았으며, 유명해진 후에는 지방흡입, 약물중독, 과도한 업무량으로 끊임없이 고통받았다.
전형적인 다큐멘터리 구성 방식을 택한 [맥퀸]은 그의 무대처럼 파격적인 감흥은 없지만, 대신 고집스럽고 집요하게 창작의 세계를 구축한 예술가의 격렬한 혼이 묻어난다. 인터뷰를 통한 연대기적 구성은 맥퀸의 불완전한 삶을 정확하게 짚어내는데, 창의적인 혼란은 각 챕터를 연결하는 무대로 연결되면서 시각적인 감흥이 풍부해지고 이전보다 맥퀸의 무대가 더욱 감정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인터뷰와 생전 영상을 재구성한 친절한 내러티브에도 시적인 황홀한 이미지가 강하다. 두 감독은 맥퀸의 삶에서 주요 변곡점을 알려지지 않는 이야기로 꽉 채우기보다 관객이 한 예술가의 삶을 상상하고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다.
[맥퀸]은 불현듯 세상을 떠난 예술가를 기리는 초상화 같은 작품이다. 작품을 관통하는 비극적인 정서에도 황홀한 잔상을 남기는 까닭은 때때로 논란을 불렀던 그의 삶을 선정적으로 다루지 않고, 유명 예술가이면서 복잡하고 우울한 개인의 고통에 존중과 애도의 시선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내적 고통과 예술가로서의 창의적인 욕망이 빚어내는 파열음은 마이클 니만의 감각적인 음악을 만나 맥퀸의 삶을 더욱 매혹적으로 돋보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