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레드써니

 

 

지난 10월 4일,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가 막을 올렸다. BIFF는 최근 몇 년 동안 ‘다이빙벨’ 사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일로 풍파를 겪었다. 하지만 올해 이용관 이사장-전양준 집행위원장 체제로 바뀌면서 영화제를 재정비하고 비상을 꿈꾸고 있다. ‘영화제 정상화의 원년과 화합’을 선언한 이번 영화제는 “다시 부산에서 모이자!”라는 포스터 슬로건 그대로다. 첫 주말을 보낸 영화제의 이모저모를 정리해본다.

 

 

 

 

1. 개막식- 이나영의 6년 만의 스크린 나들이, 류이치 사카모토의 역대급 개막 공연

 

이미지: 부산국제영화제

 

“다시 부산에서 모이자”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개막식 레드카펫은 성황리를 이뤘다. 태풍의 영향으로 혹시나 개막식에 폭우가 내리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기우였다. 개막식 사회를 맡은 김남길, 한지민을 시작으로 [아사코 I & II]의 히가시데 마사히로와 카라타 에리카, [초연] 바이비이허 등 아시아 스타들과 이하늬, 한예리, 김희애, 남주혁, 유연석, 손현주 등 정상급 국내 배우들의 레드카펫이 이어졌다. 이어 [창궐] 출연진 장동건, 현빈, 조우진과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로 6년 만에 컴백한 이나영이 레드카펫을 밟았다.

영화제 개막전부터 올해 BIFF 개막식은 역대급이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다.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공연이 예정됐기 때문이다. 숨죽인 개막식에 주옥같은 그의 영화음악을 시작으로 제23회 BIFF의 막이 올랐다.

개막작은 작년에 이어 한국 영화 [뷰티풀 데이즈]다. 중국 조선족 대학생 ‘젠첸’이 오래전 아버지와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를 찾아 한국에 가는 내용을 그린다. 다큐멘터리 [마담 B]를 바탕으로 만든 극영화로, 세련된 스타일과 한 여성의 기구한 운명을 섬세한 드라마로 풀었다는 평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뒤 11월 국내 개봉 예정이다.

 

 

 

2. 태풍으로 인한 급박했던 야외무대행사들: “긴장-취소-재게-훈훈”

 

이미지: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 원년과 화합의 의미로 다가간 부산국제영화제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못했다. 태풍 콩레이가 북상하는 바람에 해운대 비프빌리지가 철거되고, 대부분의 야외 행사가 영화의전당으로 이동했다. 5일부터 시작된 야외행사는 장소만 이동, 큰 변경 없이 이어졌지만 문제는 태풍의 영향권이 들어선 6일 토요일 행사였다.

6일 12시에 진행 예정이었던 [아사코 I & II] 무대인사를 비롯 [공작], [행복도시], [빵구] 등 오후 3시 30분 이전 행사는 모두 취소되었다. 뿐만 아니라 아침부터 태풍이 너무 불어 아침 1회차 상영의 GV 대부분도 취소되었다. 다행인 것은 오후부터 태풍의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오후 4시에 예정된 [미쓰백] 행사를 시작으로 야외무대인사가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로비에서 다시 진행되었다.

악천후 속에서도 끝까지 영화팬들과 만나려는 게스트들의 훈훈한 이야기도 전해졌다. 태풍의 영향으로 당초 취소되었던 아주담담 [미래의 미라이]는 1명의 관객과의 만남이라도 참석하겠다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에 의해 취소 다시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오전에 취소되었던 야외무대인사 [기도하는 남자], 오픈토크 [버닝] 역시 관객들을 만나겠다는 게스트들의 의지로 오후 시간대로 옮기면서 진행되었다.

스케줄의 변동이 많았던 6일이라 관객들 또한 수시로 바뀌는 BIFF 홈페이지와 SNS를 확인해야 하는 수고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부산을 찾아온 영화팬들을 위해 게스트와 영화제 측에서는 장소와 시간을 변경하면서 최소한으로 스케줄 취소를 막았다.

오후부터 정상적으로 진행된 야외 행사에서는 [미쓰백]의 한지민, 이희준, 김시아, 이지원 감독과 [기도하는 남자]의 류현경, 박혁권, [암수살인]의 주지훈, 김윤석, 김태균 감독, 그리고 [버닝]의 유아인, 전종서가 참여해 관객들을 만나 영화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참석자 대부분 태풍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준 영화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7일 (일)부터는 모든 행사가 차질 없이 다시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진행되었다.

 

 

 

 

3. 태풍이 불어도 멈출 수 없었던 영화와 열기

 

태풍이 불어도 영화팬들의 열기를 멈추지는 못했다. 많은 비가 내렸던 토요일 오전에도 드넓은 영화의전당을 둘러쌀 정도로 아침부터 많은 영화 팬들이 현장 예매를 기다렸다.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음에도 폭우를 뚫으면서까지 관객들은 해당 상영관을 찾아가기도 했다.

 

이미지: 부산국제영화제

 

인기작들은 현장에서까지 매진사례가 속출했다. 의미 있는 상영들도 계속 있었다. 영화제에서 딱 한 번 상영하는 한국영화 [꼭두이야기]는 국악 공연과 영화가 만나 새롭고 흥겨운 영화체험을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안녕, 티라노] 오픈시네마 객석에는 많은 관객들이 찾아왔다. 이날 무대에는 개막식 공연을 한 류이치 사카모토도 게스트로 참여해 영화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으며, 추운 날씨 속에서도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훈훈한 모습을 자아냈다.

 

 

 

 

4. 부일영화상의 주인공은 ‘공작’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에 함께 시상식을 개최하는 부일영화상의 관심도 높았다. 1958년 출범한 국내 최초의 영화상으로 한때 중단되기도 했으나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함께 개최하며 또 하나의 주목할 영화 시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부일영화상은 주인공은 단연 [공작]이었다.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이성민)과 남우조연상(주지훈), 각본상, 미술상 등 5관왕에 올랐다. 특히 이성민은 생애 첫 영화 주연상으로 의미가 남달랐다.

이밖에 주요 부문 수상자는 여우주연상에 [허스토리]의 김희애, 감독상에 [버닝]의 이창동, 여우조연상에 [허스토리]의 김선영, 신인 감독상에 [소공녀] 전고운, 신인 남자 배우상에 [튼튼이의 모험] 김충길, 신인 여자 배우상에 [마녀]의 김다미가 수상했다. 수상자들의 출연작 대부분 올해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한 작품이라 수상의 의미를 더했다.

 

 

 

5. BIFF의 메카 중구에서 펼쳐진 ‘커뮤니티 BIFF’ 첫걸음

 

이미지: 커뮤니티 BIFF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부대행사 ‘커뮤니티 BIFF’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메카인 남포동이 있는 중구를 중심으로, 시민과 관객 주도의 체험과 영화 프로그램이 있는 BIFF 안의 또 다른 축제로 다가왔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가 해운대 중심으로만 몰려 예전의 BIFF를 그리워했던 영화팬들에게 의미 있는 행사다.

영화 동호회와 관련 단체에서 직접 영화를 선정하고 상영하며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커뮤니티 시네마’를 비롯해 대학생들이 만든 영화를 만나고 GV도 함께 했던 ‘대학독립만세’, 이명세, 윤종빈, 변영주 감독이 함께 한 ‘마스터 톡’, 씨네필들과 커뮤니티 BIFF 관객들이 함께하며 신나게 즐기는 EDM 파티 ‘옥상날다’, 영화 콘텐츠 관련 종사자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네트워킹을 만든 ‘어크로스 더 시네마’ 등 다양한 행사와 영화 상영이 부산영화체험박물관, 한성1918, 모퉁이극장 등 부산 중구 일대에서 열렸다. 첫 회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찾아왔고, 해운대 외에도 영화제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행사가 되었다.

 

 

 

 

6. 다큐멘터리 ‘지석’ 제작 발표

 

이미지: 부산국제영화제

 

6일 오후, 부산국제영화제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故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의 뜻을 이어가는 ‘지석영화연구소’ 출범식이 벡스코에서 열렸다. ‘지석영화연구소’는 영화제작자 차승재 대표와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김상화 집행위원장을 주축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부산국제영화제의 비전을 모색하고 아시아 영화에 대한 연구와 사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다큐멘터리 [지석] 제작발표회도 진행됐다.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의 삶과 영화를 담을 예정으로, 연출을 맡은 김영조 감독은 “고인에 대한 애도와 슬픔의 영화가 아닌 오히려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위로의 영화로도 다가갈 것”이라며 밝혔다. 이날 현장에서도 [지석]의 촬영이 진행되었다. 다큐멘터리 [지석]의 제작비는 CJ E&M과 롯데컬처웍스를 비롯한 기업 후원금과 크라우드 펀딩을 포함한 시민 참여로 마련될 예정이다. 또한 김지석 부집행위원장과 관련된 사진과 자료가 있다면 [email protected] 로 전달을 요청하며 제작발표회를 마쳤다.

주말을 기점으로 어느새 반환점을 돈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태풍으로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영화제의 즐거움은 징검다리 연휴인 한글날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벌써부터 입소문이 도는 화제작과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GV 등 즐길 거리는 남아있다. 태풍이 지나가고 다시 활기를 찾은 부산국제영화제의 후반전 재미는 지금 다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