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이즈 본]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미지: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스타 탄생]은 몇십 년을 뛰어넘어도 여전히 매력적인 러브스토리이지만, 매번 당대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다루면서 “지금의 이야기”로 탄생한다. [스타 이즈 본] 또한 두 사람이 서로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내용에 2018년의 음악 산업을 매시업했다. 잭슨과 앨리,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드는 송라이터이기 때문에, 영화의 음악은 두 사람의 처지와 함께한 시간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글에선 [스타 이즈 본]의 노래 6곡으로 잭슨과 앨리의 관계를 풀어 본다. 미리 발매된 OST와 함께 들으면 영화를 몇 배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Maybe It’s Time

이 노래는 아마도 잭슨의 넘버 원 히트곡일 것이다. 어느 공연이든 무대에 올라 인트로만 연주해도 관객들은 어떤 곡인지 알고 박수를 보낸다. “옛날 방식이 죽어가게 놔둘 때인 것 같아.”라는 가사가 잭슨의 삶이 어떤 지점에 있는지 보여주는 듯하다. 처음 이 노래를 불렀을 땐 아니었겠지만, 알코올과 약물 중독에 시달리는 현재의 그는 이 노래에 어울리는 처지가 되었다. 영업이 끝난 드랙 바에서 홀로 이 노래를 부르는 잭슨을 보면, 언젠가 그의 커리어는 내리막길에 접어들 것임을 느낄 수 있다.

잭슨 메인의 음악은 컨트리 락으로, 포크, 컨트리, 락 등 다양한 스타일의 조화가 돋보인다. 브래들리 쿠퍼는 잭슨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해 여러 뮤지션의 도움을 받았다. ‘Maybe It’s Time’는 컨트리 락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이스벨이 작사, 작곡했다. 프로듀싱을 맡은 데이빗 코브는 크리스 스테이플턴, 잭 브라운 밴드, 그리고 1976년 [스타 탄생]의 주연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앨범을 제작했다. 잭슨의 백업 밴드는 루카스 넬슨 & 프로미스 오브 더 리얼이 맡았고, 넬슨은 잭슨의 캐릭터 구축을 가장 가까이에서 도왔다. 76년 [스타 탄생]의 잭 뉴먼 또한 컨트리 락 아티스트였다는 점, 앨리가 에스더처럼 팝 음악을 한다는 점에서 [스타 이즈 본]은 76년 영화와 가장 유사해 보인다.

La Vie en Rose

웨이트리스 앨리는 금요일 밤 드랙 바에서 에디트 피아프의 ‘La Vie en Rose’를 부른다. 다른 드랙퀸들처럼 분장으로 앨리도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가린다. 눈썹을 피부 색깔로 가리고 검은 테이프로 에디트 피아프의 얇은 눈썹을 만들어 붙이고, 금발머리에 검은 칠도 한다. 파워풀한 보컬과 고혹적인 퍼포먼스로 좌중을 사로잡지만, 그건 앨리의 진짜 모습은 아니다. 가수의 꿈을 잃지 않는 앨리는 오늘도 자신에게 주어진 무대에서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오디션에서 번번이 자신의 외모로 좌절하고, 아버지의 걱정 섞인 말에 용기를 잃어간다. 하지만 그날 밤 드래그 바의 빨간 조명 아래 잭슨과 앨리가 처음으로 마주 보는 순간, 잭슨의 시각에서 본 앨리는 천천히 자신에게 고개를 돌린다. 마치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한 순간을 보여주듯, 슬로모션 화면에서 음악은 그 마법 같은 순간의 분위기를 증폭시킨다. 앨리도 잭슨을 본 순간 당황해 노래를 불러야 하는 타이밍을 놓치기도 한다.

브래들리 쿠퍼가 각본을 처음 쓸 뗀 이 장면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레이디 가가가 암 퇴치 모금 공연에서 ‘La Vie En Rose’를 부르는 걸 보고 펑펑 운 뒤, 영화에 이 곡을 반드시 넣겠다 생각했었다고 한다. 쿠퍼는 가가가 무명 시절 맨해튼 드랙 바에서 공연했던 경험을 반영해 공연 장소를 공연 장소를 정했다. 그래서 이 공연은 앨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순간인 동시에 가가의 게이 팬덤에 바치는 트리뷰트이기도 하다. 가가는 드래그 바 매니저와 동료 퍼포머의 캐스팅을 돕기도 했다.

Shallow

잭슨과 앨리 두 사람은 그들답게(?) 데이트하며 노래를 만든다. 앨리가 술집에서 다른 취객에게 주먹을 날린 후, 두 사람은 마트 주차장에서 손을 치료하며 음악과 삶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언제나 슈퍼스타만은 아닌 잭슨의 삶 이야기에, 앨리는 즉석에서 노래를 흥얼거린다. 잭슨은 후렴구를 목청껏 부르는 앨리를 이전과 완전히 다른 눈으로 바라본다. 앨리에게서 뛰어난 재능을 발견한 앨리를 자신의 공연에 초대하고,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순간을 선사한다. 앨리가 들려준 곡에 파트를 더하고 편곡까지 끝내 아름다운 듀엣을 만들어낸다. 이 곡 하나로 두 사람은 각자의 천재성을 증명하면서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

예고편에 삽입되어 보는 사람들을 소름돋게 한 바로 그 노래, ‘Shallow’는 OST 앨범 발매 전 뮤직비디오로 공개됐다. 레이디 가가, 마크 론슨, 앤서니 로소만도, 앤드류 와이엇이 작곡했고, 루카스 넬슨이 에릭 클랩턴의 ‘Tears In Heaven’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기타 리프를 붙여서 완성했다. 브래들리 쿠퍼의 노래 실력이 돋보이는 구간, 가가의 엄청난 가창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 두 사람의 목소리가 한데 어울리는 부분까지 조화롭게 포진해 있다.

Always Remember You This Way

잭슨의 투어에 합류한 앨리는 앵콜 공연에서 처음으로 솔로 공연을 한다. 잭슨의 요청에 앨리는 독한 술 한잔을 들이키고는, 피아노 연주에 맞춰 아름다운 발라드를 부른다. 자신만의 무대에서 앨리는 기대에 부응하듯 더욱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잭슨은 뒤에서 기타 연주로 음악 동료이자 연인인 앨리의 비상을 응원한다. 지금 이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가사를 끊임없이 되뇌는 노래는 정말 감동적이지만 이후 그들의 관계가 변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운명은 갈라져, 한 사람은 성공의 길로, 다른 사람은 몰락의 길로 들어선다.

‘Always Remember Us This Way’는 레이디 가가와 여성 송라이터 3명이 함께 만들었다. 나탈리 헴비, 힐러리 린지, 로리 매케나는 지난 10년 간 내쉬빌에서 제일 “잘나가는” 작곡가로 미란다 램버트, 캐리 언더우드, 리틀 빅 타운 등 컨트리 슈퍼스타들의 히트곡을 썼다. 이들과 브래들리 쿠퍼, 루카스 넬슨, 데이빗 코브가 내쉬빌에서 함께 곡을 완성했고, 헴비, 린지, 매케나는 스튜디오 버전의 코러스도 맡았다. 곡의 프로듀싱을 맡은 데이빗 코브에 따르면 이들이 만난 자리에서 말 그대로 ‘마법’을 만들어냈으며, 녹음 때 너무나 감동해서 다들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Why Did You Do That?

유명 매니저 레즈와 계약한 후, 앨리는 화려한 팝스타로 변신한다. 머리색이 바뀌고 메이크업만 진해진 게 아니었다. 앨리의 곡은 이전과 달리 가볍고 상업적이다. 12옥타브 위에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던 앨리는 캐치한 멜로디와 가사를 쓰고 비주얼과 쿨함을 중시한다. 팬들과 음악 산업은 열렬히 화답하지만, 앨리를 지켜보는 잭슨은 이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잭슨은 앨리가 성공을 맛보며 변했다고 말하며 실망하고, 앨리는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잭슨에게 화가 난다. 다시 술독에 빠진 잭슨은 앨리가 사랑하던 사람의 모습을 잃어가고, 잭슨은 앨리에게 했던 모든 찬사를 뒤집으며 독설을 퍼붓는다. 잭슨의 알코올 중독은 점점 악화되고, 앨리도 이를 걷잡을 수 없다. 결국 잭슨은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추한 꼴을 보이며 자신과 앨리의 커리어를 위기에 빠뜨린다.

‘Why Did You Do That?’은 앨리가 SNL에서 라이브로 공연한다. “왜 그런 엉덩이로 내 앞에 알짱거려?”라는 가사는 이전에 앨리가 쓴 것들과 너무나 다르다. 하지만 캐치한 멜로디와 쉬운 가사 덕분에 한 번 들으면 흥얼거릴 정도고, 후렴구가 계속 반복되면서 머릿속에 맴돈다. 인터넷에도 “노래가 쓰레기같이 느껴져야 하는 건 알겠는데 자꾸 이것만 생각난다.”라는 증언이 속출한다. [아마겟돈] 주제가 ‘I Don’t Wanna Miss A Thing’ 등으로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9번이나 오른 다이앤 워렌이 송라이팅에 참여했다.

I’ll Never Love Again

앨리의 미래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은 잭슨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혼자가 된 앨리는 괴로워한다. 가족과 친구의 위로로 겨우 힘을 낸 그녀는 잭슨의 추모 공연에 선다. 앨리는 자신을 ‘앨리 메인’이라 소개하고 잭슨이 자신을 위해 만든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다시 사랑하고 싶지 않다’는 절절한 가사와 앨리의 파워풀한 보컬이 듣는 사람의 마음을 마구 흔들어 놓는다.

‘I’ll Never Love Again’은 레이디 가가, 나탈리 헴비, 힐러리 린지, 애런 레이티어가 함께 만들었다. 하지만 이 공연이 돋보였던 건 영화가 다시 한 번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노래의 마지막, 잭슨은 피아노 앞에서 앨리를 위해 이 노래를 부르고, 앨리는 잭슨의 진심을 들으며 눈물을 흘린다. 모든 노래가 다 그렇지만, 이 노래는 영혼을 다 바쳐 사랑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노래와 이야기로 언제나 길이 남을 것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