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간 펼쳐졌던 영화인들의 축제,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3일 막을 내렸다. 전 세계 시네필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작품들이 부산에서 공개된 가운데, 할리우드에서는 덕후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 여러 이야깃거리가 들려왔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팬들의 애증의 대상으로 꼽히는 아비 아라드의 <베놈> 속편에 대한 이야기부터 <신비한 동물사전 3> 캐스팅으로 또 한 번 도마 위에 오른 조니 뎁의 발언까지, 이번 주 ‘할리우드 말말말’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 해당 글에는 <베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카니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자극적인 내용이 필요 없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 아비 아라드

 

개봉 전부터 이런저런 말은 많았지만, 현재 <베놈>의 흥행전선은 이상이 없다. 본편이 끝나고 공개된 쿠키 영상에서 클리터스 캐서디(a.k.a 카니지)가 등장하면서 코믹스 팬들은 다시 한번 들썩이기 시작했는데, ‘카니지’는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통틀어서 가장 강력하고 잔인무도한 악당이기 때문이다. 이에 “<베놈> 속편은 청불 등급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냐”하는 희망 섞인 이야기도 흘러나왔지만 제작자 아비 아라드는 “그럴 일은 없다”며 못 박을 박았다. 매체 콜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코믹스 원작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카니지’의 이야기에 R등급이라고 말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라 운을 뗀 그는 “카니지는 고통받는 영혼이며, 칼부림보다 중요한 것은 동기다. ‘그의 광기는 선천적인가?’ 아니면 ‘우리가 동정을 느껴야 하는 대상인가?’를 이야기하는 게 핵심이다. 대중에게 동정을 얻을 법한 인물이 악당으로 변한다면 모두를 사로잡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라 이야기했다. <스파이더맨> 실사 시리즈를 망친 장본인으로 꼽히는 그가 또 팬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버리고 말았다.

 

출처: Collider

 

 

J.K. 롤링은 진실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를 지지해준 것이다.
– 조니 뎁

 

조니 뎁이 <신비한 동물사전 3>에 출연을 확정 지었다. 그러나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가 전 부인 앰버 허드를 폭행한 혐의를 비롯한 갖가지 구설수에 휘말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개봉을 앞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캐스팅 당시에도 팬들의 반발이 심했는데, J.K. 롤링과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그의 합류를 지지하면서 더 큰 원성을 자아내는 상황에서도 조니 뎁은 말을 아꼈다. 그랬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조니 뎁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J.K. 롤링이 나로 인해 대중의 뭇매를 맞아야 한다는 사실이 괴롭고 미안하다”라며 자신을 지지해주었던 J.K. 롤링이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뒤이어 ”그녀는 매사에 신중한 사람이기 때문에 진실을 알지 못한다면 함부로 나서지 않는다. 확실한 증거와 믿음을 토대로 내가 무고함을 알고 있었기에 나를 공적으로 지지한 것이다”라며 자신을 둘러싼 혐의들이 모두 거짓임을 거듭 강조했다.

 

출처: Entertainment Weekly

 

 

세계 최고의 도시를 지킬 수 있어 영광이었다.
– 핀 존스

 

넷플릭스 <아이언 피스트>가 최근 공개된 시즌 2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던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와는 달리, 오리엔탈리즘과 아쉬운 액션 시퀀스로 가득한 이 시리즈는 평단과 시청자들로부터 혹평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최악을 달렸던 첫 시즌에 비해 시즌 2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좋아졌지만, 타 마블 TV 시리즈에 비하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었다. 지난 토요일, 결국 넷플릭스에서 “<아이언 피스트> 시즌 3은 제작되지 않는다”라고 발표하면서, 우리는 더 이상 홀로 활약하는 ‘대니 랜드’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제작 취소 결정이 발표된 이후, 주연배우 핀 존스는 인스타그램에 “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아이언 피스트>에 열정적으로 임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재능 넘치고 따뜻한 사람들과 세계 최고의 도시를 지켰던 경험은 굉장한 영광이자 큰 즐거움이었다”라며 모두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아이언 피스트>는 캔슬되었지만, 다른 넷플릭스-마블 시리즈에서는 여전히 그의 활약을 볼 수 있다고 하니 기대해보자.

 

출처: Finn Jones Instagram

 

 

내가 연쇄 살인범 같아 보여서 제작이 중단됐다.
– 스티브 카렐

 

2005년 개봉한 스티브 카렐 주연의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는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엄청난 호평을 받은 R등급 코미디다. 심지어 2,600만 달러의 제작비로 7배 이상의 수익인 1억 7,700만 달러를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거둬들였으니, 비평과 흥행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하마터면 세상에 공개되지 못할 뻔했는데, 재밌게도 그 이유가 ‘스티브 카렐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였기 때문이다. 스티브 카렐은 “유니버설 픽쳐스의 임원들이 영화 일부를 보더니 깊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연기한 ‘앤디’가 상당히 괴이한 취미와 일상을 가진 사내였는데, 내가 너무 ‘연쇄 살인범’ 같이 생긴 것이 문제였다”라며 자신 때문에 영화 제작이 일주일 간 중단되었던 해프닝을 공개했다. 그는 뒤이어 또 하나의 웃픈(?) 사연을 공개했는데, 영화 개봉 직전 고등학교 동창들과 만난 자리에서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라는 영화에 출연할 것이라 밝힌 직후 ‘아차’ 싶었다. 제목만 들어서는 지구상 최악의 영화 같기 때문이다. 친구들의 눈빛에서 나를 동정한다는 게 느껴졌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출처: The Playlist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 나탈리 포트만

 

할리우드를 비롯해 전 세계가 ‘미투’와 ‘타임스 업’ 운동으로 뜨겁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탈리 포트만이 세계 각지의 여성들에게는 응원을, 남성들에게는 이해와 경각심을 부탁하는 마음이 담긴 메시지를 전했다. 그녀는 최근 매체 버라이어티에서 열린 ‘Power of Women’ 행사에서 “남자와 여자와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며 여성과 남성의 권리가 반비례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포트만은 뒤이어 “사랑을 더 많이 줄수록, 본인도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불도 마찬가지다. 다른 이의 횃불에 불을 붙인다고 해서 본인의 불길을 잃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빛과 온기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여성의 횃불에 불을 붙여주길 바란다. 그 불길은 점차 커져 우리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며 남성과 여성의 화합을 간절히 바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출처: Var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