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lex

 

 

좀비물 촬영장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대규모 인력의 좀비 연기자들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부터 오랜 분장 시간, 낯선 액션 호흡을 맞춰야 하는 배우들의 고생까지, 독특한 장르에는 독특한 고생담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그래서 찾아봤다. 좀비 영화에 도전한 배우들의 개고생 후일담을.

 

 

 

웜 바디스 – 니콜라스 홀트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미남 배우 니콜라스 홀트는 영화 [웜 바디스]에서 좀비로 변신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물론 분장에도 가려지지 않는 미모로 역대 가장 잘생긴 좀비를 연기했지만, 그가 좀비 연기에 추가한 특별한 설정 때문에 애를 먹었다. 우선 그는 좀비인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숙취로 고통받는 아침을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득 좀비는 눈을 깜빡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의견이 역할 설정에 실제로 반영된 것이다. 다행히 콘택트렌즈 덕분에 오랫동안 눈을 부릅뜰 수 있었지만, 촬영 내내 안구에 스치는 건조함으로 고통받아야 했다.

 

 

 

부산행 – 심은경, 공유, 마동석

 

이미지: (주)NEW

 

2016년 개봉한 [부산행]은 개봉 전 우려와 달리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내 좀비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직선적인 이야기와 빠른 호흡의 액션으로 탄생한 [부산행]은 배우들의 소름 끼치는 좀비 연기로 완성됐다. 첫 감염체를 연기한 심은경은 박재인 안무가로부터 1~2주간 동작 지도를 받았다. 연습할 때도 자신을 좀비라고 생각한 심은경의 ‘좀비 이입 연기’는 이야기의 출발선에서 관객의 몰입을 높였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좀비 연기자들 또한 심은경처럼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야 했다. 3개월 동안 좀비 트레이닝을 받은 이들은 40분 이상이 걸리는 특수 분장까지 받으며 열연을 펼쳤다. 영화 내내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한 공유와 마동석은 감염체 연기자들과 합을 맞추는데 애를 먹었다. 두 사람 모두 ‘액션 좀 찍어봤다는 배우’지만, 몸을 심하게 꺾으며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상대와 정확한 연기 호흡을 맞추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대부분의 장면을 찜통 같은 기차 안에서 촬영했던 배우들의 고생은 이로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또 겁이 많은 공유는 좀비 분장을 한 채로 사진 촬영을 부탁해오는 배우들 때문에 쉬는 시간에도 좀비들에게 둘러싸여 고통받아야 했다는 웃픈 후일담이 있다.

 

 

 

카고 – 마틴 프리먼

 

이미지: 넷플릭스

 

마틴 프리먼은 영화 [카고]에서 좀비로 변하기 전에 딸의 보호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를 연기했다. 영화 내내 황량한 장소에서 어린아이들과 연기한 그는 아역 배우와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추는 것을 매우 즐거운 작업으로 여겼다. 하지만 문제는 촬영장의 환경이었다. 영화는 호주 남부 지방에서 촬영됐는데, 이곳의 자연환경은 이야기의 배경으로는 완벽했지만 모기가 득실대는 더운 땅에서 연기하는 것은 배우의 진을 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프리먼은 축축하고 먼지가 날리는 곳에서 분장한 얼굴 위로 모기가 날아드는 상황은 힘들었지만, 일하면서 캥거루와 큰 새를 볼 수 있어 ‘fantastic’했다며 긍정 지수 100%의 촬영 후일담을 들려줬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 타이 쉐리던

 

이미지: Paramount Pictures

 

96년생 타이 쉐리던은 아역배우로 시작해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어왔다. 최근 [레디 플레이어 원]과 [엑스멘: 아포칼립스]에 등장해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높인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코믹 좀비물도 있다. 보이스카우트 3인방이 스카우트 지식을 이용해 좀비와 맞선다는 다소 유치한 내용이지만, 이런 ‘병맛 설정’으로 관객의 흥미를 끌었다. 쉐리던은 3인방 중 한 명으로 등장해 열심히 좀비와 싸웠는데, 정작 촬영장에서 그가 싸워야 했던 것은 웃음과의 전쟁이었다. 동료 배우 로건 밀러와 조이 모건이 끊임없이 그의 웃음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이들의 장난에 촬영 도중에도 NG를 내기 않기 위해 웃음을 꾹 참아야 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장난기 가득한 젊은 배우들의 호흡으로 완성된 영화는 코믹 좀비물 마니아들 사이에서 킬링 타임용 영화 추천에 빠지지 않고 있다.

 

 

 

인류멸망보고서 – 류승범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인류멸망보고서]에서 류승범은 인간을 좀비로 변하게 만드는 멸망 바이러스의 최초 보균자가 되는 연구원을 연기했다. 류승범은 하루에 꼬박 6시간 동안 좀비 분장을 받는 고생을 했고 걸음걸이와 숨소리의 디테일까지 살리며 좀비 캐릭터를 완성했다. 다소 난해하다는 평을 받으며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지 못한 영화지만, 영화 [부산행]이 한국형 좀비물로 큰 사랑을 받기 전까지 이런 실험적인 영화들이 존재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