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유하

한날한시 함께 태어났다는 이유 때문일까? 쌍둥이는 각자 하나의 객체임이 분명함에도 하나로 엮어서 일컬어지곤 한다. 일란성쌍둥이의 경우, 유사한 외모까지 겸비해서인지 주변에서 간혹 텔레파시가 통하냐는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하나 같은 둘이기 때문에 이들만이 가능한 깊은 유대감이라는 장점도 있다. 2016년 봄에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영화 [트윈스터즈]에서는 태어나자마자 각각 미국과 프랑스로 입양되었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25년 만에 재회하게 된 쌍둥이 자매가 등장한다. SNS로 우연찮게 알게 되어 소소한 공통점을 공유해나가며 애틋함을 나누는 아나이스와 사만다의 모습에 우리는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받는다.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다르지만 치즈를 좋아하고 삶은 당근을 싫어하는 그녀들처럼, 이번엔 여러 영화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쌍둥이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해리포터 시리즈(2001-2011) – 조지와 프레드

마법의 분류 모자로 기숙사 배정이 이루어지는 호그와트 마법학교 내에서 그리핀도르는 유난히 장난꾸러기들이 많이 모여있는 기숙사처럼 보인다. 그중에서도 빼놓고 논하면 섭섭한 이들이 바로 조지&프레드 쌍둥이 형제다. 실제로 일란성쌍둥이 배우 올리버 펠프스와 제임스 펠프스가 연기한 조지와 프레드는 바로 아래 남동생 론 위즐리를 시시콜콜 놀려먹는 건 기본이요, 트리위저드 시합의 나이 제한을 피한답시고 꼼수를 썼다가 된통 당한 경력에, 학생들을 억압하고 다니는 교수 돌로레스 엄브릿지에게 화려한 폭죽놀이를 선사한 뒤 자퇴를 선언하고 장난감 가게를 차려버리기까지. 가히 엄청난 행적을 자랑한다. 이들의 모습은 10월 24일 4DX로 재개봉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페어런트 트랩(1998) – 할리와 애니

여름 동안 열리는 한 캠프에 참여하게 된 할리 파커는 그곳에서 자신과 너무도 닮은 애니 제임스란 아이를 마주친다. 얼굴뿐만 아니라 특기라 자부하던 펜싱과 포커까지 겹치자 둘은 경쟁심이 발동하다 결국 큰 사고를 치고 단 둘이 숙소에서 반성하라는 벌을 받는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함께 붙어있게 된 애니와 할리는 자연스레 이야기를 주고받다 둘 다 생일이 10월 11일인 데다 아주 어렸을 적 부모님이 이혼한 이래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마와 아빠의 찢어진 반쪽 사진을 지니고 있다는 묘한 공통점을 발견한다. 이상함에 서로 가지고 있는 사진을 확인해본 끝에 애니와 할리는 자신들이 쌍둥이임을 깨닫게 되고, 이에 서로 상대방으로 가장하여 캠프가 끝나는 날 보고 싶었던 엄마와 아빠를 재회하고자 엄청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콘스탄틴(2005) – 안젤라와 이사벨

천사와 악마가 인간의 형상을 한 채 섞여 살고 있는 혼란스러운 세상. 존 콘스탄틴은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그들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해 악을 지옥으로 돌려보내며 지친 삶을 이어간다. 어느 날 LA 강력계 소속 형사 안젤라가 자신을 도와달라며 그를 찾아온다. 사건의 발달은 이러했다. 안젤라의 쌍둥이 동생, 이사벨이 정신병원에서 자살을 한 것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이던 동생이 그랬을 리 없다며 이를 좀처럼 믿지 못한 안젤라는 관련 동영상을 살펴보던 도중 이사벨이 ‘콘스탄틴’이라는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고는, 그것을 근거 삼아 무작정 존 콘스탄틴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존은 안젤라를 도와 이사벨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이 사건이 거대한 어둠의 힘과 연관되어있음을 깨닫고 연유를 알아내고자 힘쓴다.
레전드(2015) – 레지와 로니

[킹스맨]에서 매너를 전수받던 태런 에저튼의 얄미운 감초 연기를 엿볼 수 있는 영화 [레전드]는 1960년대 런던에서 꽤나 이름을 날렸던 쌍둥이 갱스터, 레지 크레이와 로니 크레이 형제의 실화를 다룬다. 영화는 레지의 아름다운 연인 프랜시스의 차분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며, 툭하면 감옥을 드나들어야 하는 위험한 갱스터 생활을 청산하길 바라는 그녀와 레지의 갈등을 비롯해, 정반대 성격 탓에 계속 부딪히면서도 결국 감쌀 수밖에 없는 크레이 형제의 우애를 담아낸다. 특히 톰 하디는 이성적인 머리로 마피아와 손을 잡으며 세력을 키워나가는 형 레지와 폭력을 즐기며 통제 불능에 가까운 동생 로니를 신들린 1인 2역 연기로 소화하면서 제18회 영국독립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월요일이 사라졌다(2018) – 7명의 카렌

태어나서는 안 될 쌍둥이가 태어난다면 어찌해야 할까?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인구 증가를 통제하기 위해 1가구 1자녀 산아제한법을 철저히 내세우는 사회에서 태어난 일곱 명의 쌍둥이에 대한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곱 쌍둥이는 각자의 이름 대신 선사받은 자신의 요일에만 외출을 하며, 카렌 셋맨이라는 한 명의 인물로 위장해 삶을 살아간다.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월요일에 출근한 먼데이가 말도 없이 사라지고 갑자기 정부 비밀 조직이 들이닥치면서 더 이상 숨어있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배우 누미 라파스의 1인 7역 열연으로 탄생한 쌍둥이들은 비밀 조직의 눈을 피해 살아남고자 함께 힘을 모아 고군분투하는 끈끈한 팀플레이 액션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