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축제 ‘할로윈’이 돌아온다. 40년 만에 부활한 레전드 호러 <할로윈>은 시즌에 맞춰 개봉일을 잡았고(국내 기준), 전국 곳곳에서는 ‘힙한 날’로 자리 잡은 이날을 위해 갖가지 이벤트가 펼쳐진다. 어느새 할로윈은 세대와 문화를 넘어 원하는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래서 준비했다. 다가오는 할로윈을 맞아 해외 드라마 마니아를 위해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부터 섬뜩하거나 독특한 이야기로 사로잡을 드라마를 소개한다. (*제목 옆 괄호는 해당 드라마를 볼 수 있는 플랫폼)

 

 

 

힐 하우스의 유령(넷플릭스)

 

이미지: 넷플릭스

 

아마도 [힐 하우스의 유령]은 10월의 가장 핫한 드라마가 될 것 같다.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드라마를 본 평단과 대중의 반응이 무척 뜨겁다. IMDb 이용자 리뷰만 봐도 불호의 반응보다 고품격 호러 드라마를 완성한 [힐 하우스의 유령]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이 압도적이다. [힐 하우스의 유령]은 일명 ‘귀신 들린 집’에 머물렀던 가족의 20년에 걸친 비극을 다룬다. 매 에피소드마다 섬뜩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유령들을 배치하고, 가족 구성원의 비극적인 사연을 촘촘히 풀어내면서 집중력을 잃지 않는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 중반 이후 밝혀지는 깜짝 반전은 시공간을 정교하게 맞물리는 연출력에 감탄을 자아낸다.

 

 

 

베이츠 모텔(넷플릭스, 옥수수)

 

이미지: aetv

 

노먼 베이츠는 어떻게 사이코가 되었을까? 이 같은 물음에서 출발한 [베이츠 모텔]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과할 정도로 유난히 친밀한 관계를 과시하는 두 모자, 노마와 노먼이 헛된 꿈을 안고 베이츠 모텔을 개장하면서 이야기의 포문을 연다. 베라 파미가와 프레디 하이모어의 섬뜩하면서도 환상적인 연기 호흡이 눈을 뗄 수 없는 몰입을 선사한다. 두 사람의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관계가 서서히 파국으로 향하는 과정이 애잔하고 비극적인 정서를 품고 전개된다.

 

 

 

워킹 데드(올레 TV, 옥수수, 왓챠플레이, 넷플릭스, 유플러스)

 

이미지: AMC

 

시즌 7이 시작하기 전까지 최고의 드라마로 군림했던 [워킹 데드]. 팬들을 충격에 빠뜨린 인기 캐릭터의 하차 이후 시청률 전선에 짙은 먹구름이 몰려왔지만, 좀비 드라마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다. 더군다나 좀비를 소재로 한 [워킹 데드]만큼 할로윈 시즌에 어울리는 드라마가 또 있을까. 물론 또 한 번의 이별이 예고되어 드라마의 앞날은 불투명하지만, 시청률 날개를 달았던 시즌 4와 5는 몰입감 높은 전개로 옛 명성을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피어 더 워킹 데드(올레 TV, 옥수수)

 

이미지: AMC

 

[워킹 데드] 스핀오프 드라마 [피어 더 워킹 데드]는 본편 이전의 시점에서 시작해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좀비 창궐 이전, 로스엔젤레스에 거주하는 재혼 가족이 중심이 되어 평범한 사람들이 마주치는 재난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달리 말하면 크게 임팩트 없는 전개로 답답함을 유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행히 시즌 1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다 다채로워지고 설득력 있는 생존 사투로 변화하면서 본편과 다른 매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캐릭터가 자리 잡은 시즌 3은 가장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보여준다. [워킹 데드] 시즌 9 방영 전 종영한 [피어 더 워킹 데드] 시즌 4에서는 모건 캐릭터가 새롭게 합류해 극의 새로운 리더로 부상했다.

 

 

 

한니발(넷플릭스, 왓챠플레이, 올레 TV, 옥수수, 유플러스)

 

이미지: NBC

 

연쇄살인범 한니발 렉터와 그를 추적하는 윌 그레이엄의 관계를 다룬 드라마. [한니발]은 윌의 상담을 맡게 된 한니발이 그의 내면을 조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잔인함과 우아함을 넘나들며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세련된 영상미가 다소 느리고 불친절한 전개를 상쇄한다. 또한 인육을 먹는 살인마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품이 있는 모습으로 압도하는 매즈 미켈슨과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는 유약한 인물을 섬세한 감정 연기로 보여주는 휴 댄시의 브로맨스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아이좀비(넷플릭스, 옥수수)

 

이미지: CW

 

사고로 좀비가 된 여대생 리브가 생존을 위해 검시관 보조로 일하면서 살해된 사람들의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를 유쾌한 톤으로 그려낸 드라마. 매 에피소드마다 죽은 자의 뇌를 먹어 생명을 유지하는 리브의 먹음직스러운 뇌 요리쇼와 함께 다른 인격에 빙의(?)되는 모습으로 시트콤을 보는듯한 재미를 안긴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수사물의 외피를 두르고, 리브를 좀비로 변하게 한 약의 비밀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병행한다.

 

 

엑소시스트(올레 TV, 옥수수)

 

이미지: FOX

 

요즘 한국형 엑소시즘을 표방한 [손 the guest]의 인기가 뜨거운데, 아무래도 이 장르의 원조는 지금도 명작으로 꼽히는 1973년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영화 [엑소시스트]일 것이다. 두 시즌에 걸쳐 방영된 [엑소시스트]는 바로 이 영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라마다. 촉망받는 젊은 신부와 파문당한 신부가 힘을 합쳐 악령을 내쫓는 이야기를 그리는데, 시즌 1 중반 이후 1973년 영화와 연결고리를 드러내면서 깜짝 반전을 선사한다. 앤솔로지 형식으로 나온 시즌 2는 최근 9년 만에 한국을 찾아 화제를 모은 존 조와 [데드풀]의 브리아나 힐데브란드가 출연해 위탁가정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다.

 

 

 

스트레인(올레 TV, 옥수수)

 

이미지: FX

 

할리우드에서 기예르모 델 토로만큼 괴물을 사랑한 감독이 있을까. 지난해 시즌 4로 막을 내린 [스트레인]은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처럼 낭만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괴수물과 거리가 멀지만 델 토로 감독 특유의 암울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드라마다. 더군다나 드라마의 원작은 델 토로와 척 호건이 공동 집필해 인류 멸망 직전의 뉴욕을 그린 뱀파이어 소설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네 사람을 빼고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비행기에서 수상한 화물이 사라지고, 이후부터 뉴욕 도심 곳곳에서 정체불명의 존재가 사람들을 습격한다. 바로 인류를 멸망하고 부활을 꿈꾸는 뱀파이어가 미국의 심장, 뉴욕을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드라마는 전염병 전문가와 수수께끼의 민속학자를 중심으로 생존을 건 사투를 펼쳐 보인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넷플릭스, 올레 TV)

 

이미지: FX

 

매 시즌 실화에 영감을 받았거나 독특한 소재로 관심을 사로잡으며 시즌 10까지 확정된 대표적인 호러 미드.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는 별안간 놀라게 하는 장면보다 음산하고 기묘한 분위기로 상상력을 자극하며 흡인력 있는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현재까지 공개된 시즌별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 시즌 1) 새 출발을 하려는 부부가 귀신 들린 집에 이사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시즌 2) 60년대를 배경으로 음침하고 폐쇄적인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시즌 3) 뉴올리언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부두교, 연쇄살인마가 얽힌 마녀들의 이야기, 시즌 4 ) 기형아, 유색인종이 모인 서커스 ‘프릭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시즌 5) 제시카 랭이 하차하고 레이디 가가가 합류한, 기이한 사건이 벌어지는 호텔 이야기, 시즌 6) 로어노크 미스터리에 모티브를 얻은 모큐멘터리 형식의 드라마, 시즌 7)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사이비 종교에 영향을 받은 이야기. 현재는 첫 번째와 세 번째 시즌을 크로스오버한 ‘아포칼립스’란 부제의 시즌 8이 방영 중이다.

 

 

 

크리미널 마인드(올레 TV, 옥수수, 왓챠플레이, 유플러스)

 

이미지: CBS

 

지금은 종영한 [CSI]가 과학 수사로 인기를 끌었다면, 현재까지도 방영되고 있는 [크리미널 마인드]는 범인의 심리를 분석하는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인기를 모은 드라마다. 잔인한 장면으로 승부를 보는 드라마가 아님에도 범죄자들의 어두운 심리를 파고들다 보니 음산하고 섬뜩한 분위기가 절로 조성된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점차 에피소드의 무게감은 줄어들고 있지만, 시즌 초반만 해도 그냥 보고만 있어도 등골이 서늘한 긴장을 자아냈다. 쫄깃한 수사물을 경험하고 싶다면 [크리미널 마인드]를 처음부터 살펴보길 권한다. 지난 시즌 시청률이 대폭 하락해 올가을에 방영하는 시즌 14가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다.

 

 

 

페니 드레드풀(넷플릭스)

 

이미지: 쇼타임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배경으로 프랑켄슈타인, 흡혈귀, 드라큘라, 마녀, 늑대인간, 지킬 박사 등이 등장하는 판타지 호러 드라마. 제목으로 쓰인 ‘페니 드레드풀’은 19세기 영국에서 발행된 싸구려 소설을 일컫는데, 주요 등장인물은 그 당시 간행물에서 가져왔다. 총 세 시즌 방영됐으며, 납치된 딸을 찾으려는 탐험가 출신의 말콤 머레이 경이 주인공 바네사 아이브스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모아 팀을 꾸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에바 그린은 특유의 고혹적인 관능미로 신비로운 매력의 바네사 아이브스를 맡아 한 편의 잔혹 동화를 보는 듯한 짙은 여운을 남긴다.

 

 

 

 

기묘한 이야기(넷플릭스)

 

이미지: 넷플릭스

 

넷플릭스 입문작 혹은 추천작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드라마. 80년대 추억을 소환하는 향수를 담아 미국 인디애나주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초자연 현상을 다룬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던 소년 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 그를 찾으려는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 정부 비밀 실험실에서 탈출한 소녀 일레븐이 얽히면서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를 자아낸다. [스탠 바이 미], [E.T.], [구니스]와 같은 80년대를 풍미했던 대중문화를 오마주하며, 2016년 여름 최고의 화제작이 되었다. 이후 2017년 할로윈 주간을 맞아 공개된 두 번째 시즌은 윌 바이어스가 돌아오고 1년 뒤 이야기를 다뤘으며, 내년에 공개될 시즌 3은 1985년 코미디 [후레치(Fletch)]에 영감을 받아 이전보다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가 될 거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