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들이 휩쓴 성수기를 지나자 중소규모의 영화들이 기다렸다는 듯 쏟아져 나온다. 이번 주만 해도 십여 편이 넘는 영화가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처럼 매주 많은 영화가 소개되는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모든 영화가 극장 개봉에 매달리지 않는다. 일부 영화는 퐁당퐁당 상영이 될 영화관 개봉 대신 IPTV 및 VOD 서비스로 직행해 접근이 편리한 환경에서 관객과 만나고자 한다. 그래서 극장 개봉을 기다렸지만, 알고 보니 VOD 서비스로 바로 나왔던 해외 영화를 소개한다.

 

 

 

태그

 

이미지: 주식회사 해리슨앤컴퍼니

 

올봄 극장가를 접수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등장하지 않아 궁금했던 호크아이 제레미 레너는 죽마고우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태그]는 30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술래잡기를 했던 승부욕 강한 다섯 친구의 믿기지 않는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다. 제레미 레너에게 왼쪽 손목과 오른쪽 팔꿈치 골절상을 안길 정도로 격렬했던 술래잡기는 14년 만에 돌아온 속편 [인크레더블 2]와 같은 주에 개봉해 박스오피스 3위라는 무난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철없는 어른들의 무모한 술래잡기는 단 한 차례도 패한 적 없는 제리(제레미 레너)의 결혼식을 맞아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다키스트 마인드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 2와 3를 연출한 여인영 감독의 첫 실사 영화. [다키스트 마인드]는 알렉산드라 브래큰의 동명 베스트셀러 3부작을 각색한 판타지 영화로, 초능력을 가진 십대들을 감금하고 억압하는 정부에 맞서 강력한 힘을 지닌 루비가 새로운 친구들과 미래를 되찾기 위한 사투를 그린다. 올여름 개봉 당시 비평가들로부터는 혹평을 받았지만, 막상 영화를 본 관객들은 젊은 배우들의 매력과 익숙해도 흥미로운 이야기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냈다. 로튼토마토에서 비평가들이 매기는 토마토지수는 17%, 관객들이 평가하는 팝콘지수는 74%인 것을 보면 관객들에게는 충분한 즐거움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디재스터 아티스트

 

이미지: 주식회사 해리슨앤컴퍼니

 

모든 이를 경악시킨 최악의 영화로 손꼽히는 [더 룸]의 제작 과정을 그린 영화. 제임스 프랭코가 직접 연출 및 주연을 맡고, 그의 동생 데이브 프랭코와 알리슨 브리, 세스 로건, 잭 에프론, 조쉬 허처슨이 말도 안 되게 놀랍고 기괴한 영화를 다룬 [디재스터 아티스트]에 모였다. 영화는 당시 영화에 출연했던 그렉 세스테로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재능은 없고 열정만 있는 두 배우 지망생이 좀처럼 기회가 찾아오지 않자 직접 제작비를 조달하며 영화를 완성하는 범상치 않는 과정을 담아낸다. 작년 봄 SXSW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제임스 프랭코의 연기와 영화의 완성도에 호의적인 반응이 잇따랐으나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 제임스 프랭코의 성추문 사건이 터지면서 아카데미에서는 외면을 받았다. 그 때문일까. 국내에서도 조용히 VOD로 출시됐다.

 

 

슈퍼 플라이

 

이미지: 소니픽쳐스

 

1972년작 고든 파크스 주니어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해 할렘의 유명 마약 거래상 ‘영블러드 프리스트’의 전설적인 삶을 다룬다. [슈퍼 플라이]는 잘 나가는 젊은 마약상이 부패 경찰, 복수를 노리는 경쟁 조직, 자신을 놓아주기를 거부하는 카르텔이 얽힌 복잡한 상황에서도 마지막으로 크게 한탕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리한나, 드레이크, 어셔 등의 뮤직비디오와 각종 광고를 두루 연출한 디렉터 X가 감독을 맡아 시각적인 매력이 풍부한 스타일리시한 R 등급 영화로 완성했다. 다만, 원작의 깊이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러브, 사이먼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베키 알버탈리의 소설을 각색해 10대의 시선으로 성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영화. 게이라는 성 정체성을 숨기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 사이먼은 어느 날 자신처럼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하지 않는 익명의 학생과 알게 되고 차츰 가까워지기 시작하는데, 이내 비밀이 탄로 날 위기를 맞는다. [러브, 사이먼]은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하이틴 로맨스 공식으로 게이 소년의 사랑과 위기를 그린다. 넷플릭스 [루머의 루머의 루머]로 스타덤에 오른 캐서린 랭포드가 닉 로빈슨이 연기한 사이먼의 친한 여자 사람 친구로 등장한다.

 

 

로데오 카우보이

 

이미지: 마루기획

 

최근 MCU 페이즈 4를 이끌 영화 [이터널스] 감독으로 확정된 클로에 자오의 두 번째 장편 영화. [로데오 카우보이]는 제목에서 알 수 있는 카우보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하지만 이전의 거칠고 마초적이며 황량한 서부영화와 달리 애수가 깃든 서정적인 정서가 마음을 파고든다. 낙마 사고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젊은 카우보이 브래디가 더 이상 승마를 할 수 없음을 깨닫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잔잔한 드라마로 펼쳐 보인다. 영화의 모델이 된 브래디 잰드로는 연기 경력이 전무함에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흡인력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빼어나게 아름다운 영상미도 감흥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