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지난 주말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이야기를 그린 [보헤미안 랩소디]가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했다. 북미에서는 당초 예상을 넘은 5000만 달러의 수익을 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국내에서는 근래 개봉한 음악 영화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보다 높은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예고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폭발적인 반응을 몰고 온 이유는 대형 스크린에 생생하게 재현된 ‘퀸’의 명곡과 프레디 머큐리의 강렬한 퍼포먼스가 관객을 완벽하게 홀리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의 후광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이를 완벽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노력이 관객에게 통한 것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유명 인물을 스크린에 불러오는 작업은 예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정치, 사회, 예술 분야를 막론하고 유명인들의 극적인 삶 혹은 알려지지 않은 비화는 그 자체로 호기심을 유발하며 자연스럽게 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존 인물을 다룬 전기 영화에서 또 하나 호기심을 자아내는 부분은 해당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퍼포먼스다. 외적인 모습부터 가능한 실존 인물에 가깝게 재현하고, 특징적인 요소를 반영해 관객과의 거리를 좁힌다. 특수분장이나 배우들의 무한한 노력에 힘입어 실존 인물을 감쪽 같이 재현한 배우들의 영화를 모아봤다.

 

 

 

보헤미안 랩소디: 조셉 마젤로 – 존 디콘

 

이미지: 이십세기폭스 공식 인스타그램(@20thcenturyfox), imdb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개봉 전만 해도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라미 말렉의 비주얼이었다. 그런데 막상 영화가 개봉한 후에는 라미 말렉뿐 아니라 그 시절의 퀸 멤버를 고스란히 소환한듯한 배우들의 높은 싱크로율이 화제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간 것처럼, 퀸 멤버도 인정한 놀라운 닮은꼴은 영화에 더욱 생생한 몰입을 부여한다. 그중에서도 퀸의 베이시스트 존 디콘을 연기한 조셉 마젤로는 따로 분장이 필요 없어 보이는 똑 닮은 모습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배우 본인조차 놀랄 정도로 묘하게 닮은 외모를 인정하고 있으니 이쯤 되면 제작진의 눈썰미를 칭찬해줘야 할까. 어쩜 그리도 싱크로율 높은 배우들을 찾아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라비앙 로즈: 마리옹 꼬띠아르 – 에디트 피아프

 

이미지: (주)프라임엔터테인먼트

 

‘샹송’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수, 에디트 피아프.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리옹 꼬띠아르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기고, 분장상을 수상한 [라비앙 로즈]는 처음으로 프랑스의 국민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생애를 그려낸 영화다. 장미빛 인생(La vie en rose), 사랑의 찬가(l’Hymne l’amour), 빠담빠담(Padam Padam) 등의 노래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지만, 잇따른 불행이 겹치면서 굴곡진 시간을 보내야 했던 에디트 피아프의 삶과 사랑이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분장상 수상이 이해되는 놀라운 재현이 먼저 눈길을 끌지만, 단순히 흉내를 내는 수준을 넘어 에디트 피아프의 순수와 열정을 완벽하게 불러낸 마리옹 꼬띠아르의 혼신을 다하는 연기는 영화가 전하는 감동의 여운을 오래도록 머물게 한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에디 레드메인 – 스티븐 호킹

 

이미지: UPI 코리아

 

올봄 타계한 스티븐 호킹 박사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그려낸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에디 레드메인은 놀라운 연기로 감탄을 자아낸다. 그는 정말 부단한 노력으로 호킹 박사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청년 시절부터 중년까지 병의 진행 과정에 따른 변화를 세심하게 재현했는데, 체중 감량은 기본이고 촬영 수개월 전부터 루게릭병 환자를 만나며 그들의 삶을 연구했다. 또한 [월드워Z]에서 좀비들의 움직임을 감독했던 안무가 알렉스 레이놀즈가 병의 진행에 따른 걸음걸이의 변화를 꼼꼼하게 포착했으며, 갈수록 병약해지는 체구를 드러내기 위해 상대적으로 큰 옷을 준비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펠리시티 존슨 역시 제인 호킹의 목소리를 반복해서 듣고 연구하며, 그녀의 영혼을 담아내고자 했다. 배우들의 값진 노력이 있었기에 호킹 박사의 삶이 더욱 진정성 있게 전달될 수 있었다.

 

 

 

다키스트 아워: 게리 올드만 – 윈스턴 처칠

 

이미지: UPI 코리아, wikipedia

 

개성 강한 인물일수록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부담감이 상당할 테지만, 관록의 배우 게리 올드만은 해내고야 만다. 매 영화마다 비중에 관계없이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는 윈스턴 처칠의 중요했던 시기를 조명한 [다키스트 아워]에서 완벽한 변신으로 새로운 인생작을 만들어냈다. 게리 올드만은 윈스턴 처칠의 체형을 재현하기 위해 머리부터 전신 주물을 뜨고 실리콘 고무를 덧발라 완성한 폼 바디 슈트와 분장용 가면을 쓰는데, 매 촬영마다 세 시간을 쏟아붓는 공을 들였다. 분장을 제거하는데도 두 시간이 걸렸으니 배우와 제작진의 노력이 놀랍기만 하다. 그렇게 외적으로 감쪽 같이 변신한 후에 안팎으로 수세에 몰린 정치인 처칠의 고립과 고뇌를 압도적인 연기로 펼쳐 보였다. 그의 열연은 마침내 대형 시상식과 인연이 닿아 생애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팩토리 걸: 시에나 밀러 – 에디 세즈윅

 

이미지: 스폰지, 메가박스, imdb

 

짧은 숏컷 헤어, 진한 스모키 메이크업, 깡마른 몸매, 중성적이면서도 묘하게 퇴폐적인 분위기 등 1960년대 패션 아이콘 에디 세즈윅은 지금까지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팩토리 걸]은 앤디 워홀의 뮤즈로 단숨에 유명세를 얻었지만, 약물중독으로 이른 나이에 요절한 에디 세즈윅의 화려하면서도 짧은 생애를 그린 영화다. 공교롭게도 영화가 제작되던 당시 할리우드에서 타고난 패션 감각으로 유행을 선도했던 시에나 밀러가 이 비극적인 잇걸을 연기했다. 시에나 밀러는 의심의 여지없이 그 시절의 에디 세즈윅을 완벽하게 재현했을 뿐 아니라 고통 속에 살아온 인물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섬세한 감정연기로 탁월하게 소화하며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쟝 스타인이 쓴 전기물 ‘에디’를 수차례 읽고, 팩토리 걸 멤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인물을 연구하는 등 열정적으로 참여한 결과 배우로서 다시 보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보리 vs 매켄로: 스베리르 구드나슨 – 비외른 보리

 

이미지: (주)엣나인필름, imdb

 

기존의 스포츠 영화 문법에서 벗어나 인물의 고독한 내면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팽팽한 심리 드라마로 담아낸 영화. 샤이아 라보프가 빼어난 연기로 영화의 한축을 강렬하게 지탱한다면, 스베리르 구드나슨은 전설적인 테니스 스타 비외른 보리를 빼다 박은 듯한 비주얼로 치열했던 세기의 대결에 초대한다. 스베리르 구드나슨은 촬영 전 5개월부터 매일 두 시간씩 테니스 연습을 하고, 매주 네 시간가량 체력 단련을 하는 강도 높은 트레이닝과 동작 하나하나와 세세한 버릇까지 놓치지 않는 꼼꼼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노력이 있기에 실제 보리 선수와 흡사한 분위기가 완성되지 않았을까.

 

 

 

바이스: 크리스찬 베일 – 딕 체니

 

이미지: Annapurna Pictures, wikipedia

 

변신의 귀재 크리스찬 베일이 이번엔 정치인으로 돌아온다. 조시 W. 부시 행정부 시절의 46대 부통령 딕 체니의 재임 시절 비화를 그린 [바이스]가 바로 그 영화다. 이미 예전부터 작품을 위해 몸무게를 줄이고 늘이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배우답게 보다 완벽한 연기를 위해 아낌없이 체중을 불렸다. 작년 토론토국제영화제 당시 후덕한 모습으로 영화제에 참석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아담 맥케이가 연출을 맡고 에이미 아담스, 스티븐 카렐, 샘 록웰 등 연기력에서 밀리지 않는 쟁쟁한 배우들이 참여해 작품에 대한 관심과 기대도 상당하다. 크리스찬 베일이 또 한 번 달라진 몸매를 선보인 영화 [바이스]는 연내 북미에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