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호강, 귀르가즘은 덤!

 

by. 밍밍

 

 

퀸과 프레디머큐리의 이야기를 그린 [보헤미안 랩소디]가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싱어롱 버전이 상영되는 등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덩달아 ‘We will rock you’, ‘Bohemian Rhapsody’, ‘We Are The Champions’ 같은 퀸의 명곡과 공연 영상이 주목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브라이언 싱어 하차 후 [보헤미안 랩소디]를 이어받은 덱스터 플레처가 연출한 엘튼 존의 전기 영화 [로켓맨]도 2019년 개봉을 앞두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이처럼 파란만장한 음악인의 삶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동시에 즐겁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랜 세월 영화의 소재로 사랑받아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이후에도 쉽게 자리를 뜰 수 없게 하며, 스토리뿐만 아니라 음악까지도 완벽한 음악인 전기 영화를 소개한다.

 

 

 

러브 앤 머시 – 브라이언 윌슨(비치 보이스)

 

이미지: 판씨네마㈜

 

1960년대, 여름과 잘 어울리는 서프 뮤직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그룹 ‘비치 보이스’와 그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의 이야기. [러브 앤 머시]는 전설적인 명반 ‘Pet Sounds’를 만든 이후 ‘SMiLE’을 제작하며 정신적인 강박에 시달리던 60년대의 브라이언과 약물 중독 주치의 유진 랜디에 의해 감시당하던 80년대의 브라이언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준다. 폴 다노가 음악적 영감이 솟구치던 20대의 윌슨을, 존 쿠삭이 약물 중독과 랜디의 감시에 시달렸던 40대의 윌슨을 연기해 동일한 인물을 두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독특한 연출이 돋보인다. 또한 비치 보이스의 당시 스튜디오 촬영 영상과 사진, 뮤직 비디오 등을 그대로 따라한 장면들을 삽입하여 최고의 걸작 ‘Pet Sounds’를 녹음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영화를 관람하는 묘미다. 국내에서 비치 보이스의 다소 인지도는 낮았지만, 당시에는 비틀즈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밴드였기에 영화를 보다 보면 중간중간 반가운 음악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영화를 본 브라이언은 매우 사실적이고 잘 만든 영화라고 말하는 등 좋은 평을 내놓았으니, 비치 보이스에 관심이 있거나 천재 예술가의 세밀한 심리 묘사를 접하고 싶다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본 투 비 블루 – 쳇 베이커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

 

전설적인 미국의 재즈 뮤지션 쳇 베이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청춘 스케치], [비포 선라이즈] 등을 통해 청춘의 아이콘으로 사랑받았던 배우 에단 호크가 중년의 쳇 베이커 역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 쳇 베이커는 재즈계의 제임스 딘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때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으나 마약에 빠져들면서 그의 인생은 마냥 찬란하지는 않았다. [본 투 비 블루]는 그런 쳇 베이커의 암흑기에 초점을 맞춘다. 마약상 폭력배의 구타 사건으로 앞니가 모두 부러지는 트럼펫 연주자로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다시금 무대에 오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힘겨운 과정을 담아낸다. 현실과 영화의 차이라면, 영화 속에서 고통의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연인 제인은 영화적 설정을 위한 가상의 인물이며 실제 쳇 베이커에게 제인 같은 구원자는 없었다. 또한 영화 속에서 약 1~2년 정도로 묘사되었던 암흑기는 실제로는 7년 정도로 훨씬 더 길었다. 쳇 베이커의 오리지널 녹음이 등장하지 않아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았으나 에단 호크가 직접 부른 곡들이 담긴 사운드 트랙을 즐기는 것도 이 영화의 묘미다.

 

 

 

라비앙 로즈 – 에디트 피아프

 

이미지: ㈜프라임엔터테인먼트

 

프랑스 최고의 가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에디트 피아프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은 영화. 많은 음악인 전기 영화가 그렇듯이 [라비앙 로즈] 역시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음악을 사랑하던 주인공이 극적으로 성공하는 스토리 구조를 취한다. 다소 진부한 스토리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피아프의 삶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을 정도로 극적이었기 때문에 진부함에 대한 걱정은 접어 두는 게 좋다. [라비앙 로즈]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중간중간 말년의 피아프가 등장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전개된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가난하고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던 피아프는 천상의 목소리로 주목받으며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그를 발굴한 기획자 루이 르플레가 살해당하면서 시련을 겪었다. 이후에도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재기에 성공했지만, 사랑하는 연인 막셀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는 등 피아프의 삶은 끝없는 우여곡절로 가득했다. 마리옹 꼬띠아르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외로움과 사랑, 열정으로 가득했던 피아프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피아프보다도 더 피아프 같았던 마리옹 꼬띠아르의 열연에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피아프의 명곡들이 더해지니 샹송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자.

 

 

 

서칭 포 슈가맨 – 시스토 로드리게즈

 

이미지: 판씨네마㈜

 

2장의 앨범만 남기고 사라진 신비로운 뮤지션 로드리게즈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1970년대 초, 로드리게즈의 앨범은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엄청난 인기를 구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첫 앨범은 단 6장만 팔렸으며, 2집은 그보다 더 저조했다. 결국 로드리게즈는 죽었다는 소문만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졌다. 이후 우연한 계기로 그의 앨범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흘러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최고의 히트곡으로 등극했다. 도대체 이 전설적인 뮤지션은 어떻게 된 것인가? [서칭 포 슈가맨]은 그의 열성 팬 2명이 모든 게 미스터리인 로드리게즈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믿기 힘들 정도로 기적적이고 동화 같은 이야기에 도대체 미국에서는 왜 흥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는 로드리게즈의 음악이 더해져 아카데미 장편다큐멘터리상과 선댄스영화제 관객상 및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감독이었던 말릭 벤젤룰은 이야깃거리를 찾기 위해 모든 일을 접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방랑하다가 이 기적 같은 이야기를 발견했지만, 영화화 과정에서 아무도 호응을 해주지 않자 결국 혼자 힘으로 영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벤젤룰은 36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되어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샤인 – 데이비드 헬프갓

 

이미지: ㈜라이크 콘텐츠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열정적인 삶을 담아낸 영화. 개봉 20주년을 맞아 지난해에 국내에서 재개봉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헬프갓 역을 맡았던 제프리 러시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동시에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음악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영광을 누린 작품이다. 영화는 엄격하게 음악 교육을 시킨 아버지 피터와 그러한 아버지의 강박 속에서 고통받은 천재 데이비드의 삶을 그려낸다. 데이비드는 전설적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를 마치고 쓰러지고, 그 이후 정신 분열증에 시달렸지만 사랑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다소 익숙한 스토리에도 데이비드 헬프갓이 직접 참여한 OST가 영화 내내 흐르기 때문에 듣는 귀는 마냥 즐겁다. 뿐만 아니라 영화 속 등장하는 왕벌의 비행을 직접 연주하기 위해 2년 동안 피아노를 연습하는 등 데이비드 헬프갓 그 자체로 변신한 제프리 러시의 연기에도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렇기에 클래식을 사랑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