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영화는 주인공의 사랑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더라도 보는 내내 다양한 감정을 끌어내며 달콤 쌉싸름한 여운을 남긴다. 유치하다, 뻔하다, 통속적이다 해도 감정의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점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그렇기에 다른 장르보다 개봉 편수는 많지 않아도 꾸준히 관객들을 찾아오고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2018년, 관객과 만날 채비를 하는 로맨스 영화를 먼저 만나보자.

 

 

 

28세 미성년

 

이미지: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조이앤시네마

 

[나의 소녀시대]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왕대륙이 이번엔 타임슬립 로맨스로 돌아온다. [28세 미성년]은 초콜릿을 먹으면 다섯 시간 동안 열일곱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능력이 생긴 스물여덟 량시아의 갈팡질팡 로맨스를 그린다. 십 년째 달콤한 청혼을 기다리고 있지만 애인 마오는 무심하기만 하고, 그러던 차 초콜릿을 먹고 만난 자유로운 청년 얀에게 첫눈에 반하고 만다. 장예모 감독의 [진링의 13소녀]로 데뷔한 니니가 열일곱과 스물여덟을 오가며 이중생활을 하는 ‘량시아’를, 청춘스타 왕대륙이 열일곱의 량시아에게 반하는 마성의 직진남 얀으로 분해 달콤한 호흡을 맞춘다. 또한 시간대가 변하는 타임슬립이 아닌 현재의 주인공이 과거의 정신세계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신선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중국 5세대 감독으로 꼽히는 장예모의 딸 장모가 연출을 맡았다.

 

 

 

모어 댄 블루

 

이미지: 오드(AUD)

 

찬바람 부는 겨울에는 가슴 시린 로맨스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시한부 사랑을 그린 [모어 댄 블루]를 보도록 하자.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해 5000여 관객의 눈물샘을 훔쳤으니 얼마나 가슴 절절한 로맨스인지 두말할 필요 없다. [모어 댄 블루]는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주며 가족처럼 때론 연인처럼 지낸 케이와 크림의 애달픈 이야기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케이는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다가오는 크림을 밀어내고 행복을 빌어주려 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그동안 멜로 영화에서 숱하게 반복되어 왔지만, 대만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더해진 애절한 감정선이 탄탄한 몰입감을 조성하며 무장해제시킨다. 게다가 올봄 [안녕, 나의 소녀]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류이호와 대만 청춘 로맨스의 시작점으로 불리는 [청설]의 진의함이 가슴 아픈 이별의 주인공이다. 보다 성숙한 감성의 멜로를 보고 싶다면 12월을 기다리면 되겠다.

 

 

위시업

 

이미지: ㈜영화사 그램, 이놀미디어

지난 6월 조촐하지만 깜짝 흥행을 기록한 영화가 있다. 희귀병에 걸린 케이티와 순정남 찰리의 시한부 로맨스를 풋풋한 감성으로 그려낸 [미드나잇 선]이 그 주인공이다. 예상 가능한 이야기래도 하이틴 로맨스에 목말랐던 관객의 갈증을 채워주며 꾸준한 인기몰이를 했었다. 그리고 이제 올해가 저물기 전 또 다른 하이틴 로맨스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미드나잇 선]으로 하이틴 장르물을 선호하는 관객에게 선명한 인상을 남긴 스콧 스피어의 신작이다. [위시업]은 전학과 동시에 찌질이로 찍힌 카일이 같은 학교 대니를 짝사랑하던 중 우연히 소원을 들어주는 어플을 발견하고 인기스타로 등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디즈니 채널 [오스틴 & 앨리]을 통해 라이징 스타로 부상한 로스 린치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문제적 주인공을 연기한다. 영화 개봉 전 남자 주인공의 매력을 잘 모르겠다면,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에 착한 남자친구로 나오니 참고하길.

 

 

데스티네이션 웨딩

 

이미지: 유로픽쳐스

 

히어로, 액션, 스릴러 등의 장르물이 대세가 되면서 갈수록 배우들의 멜로 연기를 보기 힘들어진다. 그래도 할리우드는 멜로 영화가 거의 뜸해진 국내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반갑고 고마운 영화다. 한때 청춘의 대명사로 군림했던 위노나 라이더와 키아누 리브스의 원숙한 매력을 로맨틱 코미디로 담아냈으니 말이다.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세상에 쿨한 연애 없고 아름다운 사랑은 없다고 믿는 두 어른 남녀의 이야기다. 결혼식에서 묘한 인연으로 만난 린지와 프랭크가 티격태격하며 썸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드라큐라], [스캐너 다클리],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에서 호흡을 맞췄던 두 배우의 30년 인연이 환상적인 호흡을 끌어냈다는 후문이다.

 

 

리틀 이태리

 

이미지: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풍경소리

 

요리와 만난 따뜻한 이야기는 허기진 마음을 채우며 오감을 만족시킨다. 이번 레시피의 주인공은 일상에서도 친숙한 피자다. [리틀 이태리]는 자신들의 부모가 피자 때문에 앙숙이 되면서 자연스레 멀어진 니키와 리오가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좌충우돌 로맨스를 키워가는 이야기다. 엠마 로버츠가 최고의 셰프를 꿈꾸는 니키를, 헤이든 크리스텐슨이 무심한 척 다정한 츤데레 리오를 맡아 피자를 사이에 두고 피어나는 로맨스를 보여줄 예정이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피자가 쉴 새 없이 등장할 수 있으니 영화 보기 전 배는 확실히 채워두는 게 좋겠다.

 

 

트와일라잇

 

이미지: 판씨네마㈜

 

관객을 마냥 스크린으로 빠져들게 했던 [트와일라잇]이 개봉한 지 벌써 10년이 됐다. 재개봉이 더 이상 큰 이벤트가 아닌 일이 되었지만, 그래도 개봉 10주년을 맞아 그 당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영화를 재개봉한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최근에 재개봉해 웬만한 개봉작보다 관객몰이에 성공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처럼 말이다. [트와일라잇]은 평범한 고등학생 벨라와 뱀파이어 에드워드의 두근거리는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다. 사실 지금 보면 그리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당시 극강의 비주얼을 뽐냈던 두 배우의 환상적인 호흡과 가슴 설레게 하는 로맨틱한 연출이 어우러져 인간과 뱀파이어의 운명적인 사랑에 한껏 몰입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