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매주 새로운 영화가 물밀듯이 극장가를 찾아오지만 모든 개봉작을 보기에는 시간도 없고 지갑 사정도 여의치 않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시간과 여유가 있어도 보고 싶은 영화가 근처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참사를 겪으면서 VOD 출시만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씨네필 혹은 특정 장르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만한 이번 주 개봉작들을 소개한다.

 

1.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I Want to Eat Your Pancreas)

이미지: (주)NEW, (주)미디어캐슬

 

에디터 띵양: 한층 가벼워졌지만, 감동은 여전하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남자 주인공(나)이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여학생인 야마우치 사쿠라의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일본 특유의 감성이 잔뜩 묻어 나온다. 작년 개봉한 실사 영화와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큰 흐름은 스미노 요루의 원작을 따라간다. 그러나 두 작품이 초점을 맞춘 부분이 다소 차이가 있다. 실사 영화는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면서 관객들의 ‘감정 과잉’을 유도하는 반면, 애니메이션은 서로를 만나 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담백하게 보여주면서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원작 소설과 실사 영화를 본 관객에게는 익숙한 듯 새로운 감동과 재미를, 처음 접한 관객에게는 진한 여운을 줄 작품이다.

 

 

2.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Fantastic Beasts: The Crimes of Grindelwald)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에디터 띵양: 재미는 있지만 과하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한정된 시간 안에 많은 것을 하려 노력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이야기와 볼거리가 풍성한 작품이 될 수도, 다른 이에게는 134분짜리 지루한 예고편이 될 수도 있다. 영화는 뉴트 스캐맨더와 동료들이 세계 지배를 꿈꾸는 그린델왈드와 마법사 사회의 분열을 막으려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다. [해리포터] 시리즈답게 마법의 연출이나 신비한 동물들을 그린 상상력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 특히 조니 뎁의 카리스마 덕에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신비한 동물들의 활약이 ‘눈요기’ 이상으로는 없다는 점, 이야기에 잔가지가 많아 산만했다는 점, 그리고 다음 작품을 위한 거대한 떡밥을 뜬금없이 뿌리고 끝나는 바람에 관객들에게 당황스러움을 안겨주었다는 점이다. 이러나저러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3. 출국 (Unfinished)

이미지: D.seeD 디씨드

 

에디터 Amy: 주된 소재 때문에 마치 가족애가 섞인 [공작]이 연상되면서도 완성도는 비교되는 영화. 평범한 경제학자 오영민은 꾐에 빠져 북으로 넘어갔다가 강제로 공작원이 되고, 독일의 코펜하겐 공항에서 가족들과 함께 탈출하려 한다. 하지만 한순간에 아내와 딸과 헤어지게 되자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어느 곳도 도우려 하지 않는 곳에서 가족들을 되찾기 위해 홀로 사투를 벌인다. 북한행도 북한 탈출도 모두 오영민의 독단에 의해서 벌어진 상황에서, 모자란 부성애와 연신 “가족을 되찾아야 해”라는 대사만 되풀이하는 모습은 이입하기 힘들다. 확립되지 못하고 분산된 악역들도 부족한 긴장감을 더욱 와해시킨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서사의 전개와 이해하기 어려운 부성애를 결합하여 스파이 액션물과 감동적인 드라마를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4. 해피 투게더 (Happy Together)

이미지: 세미콜론스튜디오

 

에디터 겨울달: 이 영화를 설명하려니 굉장히 난감하다. 색소폰에 재능 있는 소년 하늘의 이야기인데 아이가 주인공인 성장 영화는 아니다. 하늘은 자신을 둘러싼 어른의 선택과 행동에만 기대며, 그런 아이가 어쩌다 한 선택은 또 다른 문제의 원인이 된다. 하늘은 완전한 관찰자도 아니다. 아이의 존재 자체는 어른들의 선택과 행동을 유도하는데 흘러가는 방향은 신파 가족 영화에서 질릴 만큼 본 구성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아버지의 사랑, 음악, 재능 있는 소년, 그 재능을 발견한 제삼자 등 음악 영화나 감동 드라마에서 ‘먹힐 만한 소재’는 다 가져왔는데 정작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고민 없이 익숙한 이야기만 얼기설기 엮어놓았다. ‘최루 코드’에 기반한 몇몇 장면에서도 눈물을 뽑아내지 못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되어 버렸고, 따뜻하고 찡한 감동을 준다는 목표는 그저 공허한 외침으로 전락했다.

 

 

5. 해피 댄싱 (Finding Your Feet)

이미지: (주)씨네룩스

 

에디터 Jacinta: 잃어버린 자아와 진정한 사랑도 용기를 내야 얻을 수 있다. 헌신적으로 내조한 남편의 외도에 배신감을 느낀 중년의 산드라가 정반대 성격의 언니 비프의 집에 눌러앉으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그려낸다. 안락한 생활이 주는 타성에 젖어 자아가 위축된 여성이 격식에 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언니와 그 친구들과 부딪히면서 서서히 잃어버린 자아를 깨닫고, 더 나아가 새로운 인생은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이멜다 스턴톤, 셀리아 임리, 티모시 스폴 등 중년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는 극에 몰입감을 더하고, 보편적인 정서로 그려내는 중년 세대의 삶과 고민, 사랑은 공감을 자아낸다.

 

 

6. 에스코바르 (Loving Pablo)

이미지: (주)영화사 빅

 

에디터 겨울달: 전설적 마약상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이야기를 그의 애인 비르히니아 바에호의 시각에서 풀어낸다. 전체적으로 흥미진진하고 영화 전반에 흐르는 감정을 깔끔하게 주워 담는 연출은 흥미롭다. 1970~80년대 콜롬비아의 정치, 경제 상황을 잘 묘사한 것도 인상적이고, 영어와 스페인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도록 대사를 처리한 것 등 글로벌 흥행을 염두에 두면서 지역색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도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자체가 특별한 이유를 종종 잊는다. ‘바예호의 눈으로 본 에스코바르’를 콘셉트로 내세웠지만, 어느 순간 바예호는 사라지고 에스코바르만 남는다. 가끔씩 에스코바르와의 인연 때문에 고초를 당하는 바예호가 나와야 그녀가 있음을 깨닫는다. 하비에르 바르뎀의 소름 돋는 연기와 몸을 내던진(?) 변신에 경악하면서도, 페넬로페 크루즈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없는 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