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국영화는 몇 가지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중 가장 값진 교훈은 관객들이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관객들은 더 이상 어디서 본듯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영화를 위해 극장으로 향하지 않는다. 식상한 구도를 벗어난 새로운 접근 혹은 짜임새 있는 이야기에 반응하고, 또 열광한다. 2019년은 올해를 본보기로 삼아 더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내년 개봉을 기다리는 한국영화 중에서 소재와 장르별로 눈에 띄는 작품을 소개해본다.

 

 

 

 

클로젯 vs 사자 vs 사바하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2015년 김윤석, 강동원 주연의 [검은 사제들]이 5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오컬트 장르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국내 관객에게 오컬트는 여전히 낯선 장르다. 그런데 최근 종영한 드라마 [손 the guest]가 기존 오컬트와 차별화를 둔 스릴러와 결합한 엑소시즘을 선보이며 기대 이상의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이제 영화계가 오컬트의 매력을 담아낸 신작들로 그 인기를 이어가려 한다.

 

먼저 [클로젯]은 공포를 강조한 오컬트 장르의 영화로, 엄마가 죽은 이후 소원해진 아빠와 아이가 산속에 있는 집에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하정우와 김남길이 각각 아빠와 퇴마사 역에 캐스팅됐으며, 단편영화 [자물쇠 따는 방법], [모던 패밀리]로 실력을 인정받은 김광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최근 스틸을 공개해 관심을 모은 [사자]는 강력한 악에 맞서는 격투기 선수라는 신선한 접근이 인상적인 영화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상처가 있는 격투기 챔피언이 구마 사제를 만나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는 악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TV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흥행 파워를 입증한 박서준과 충무로를 대표하는 국민배우 안성기가 호흡을 맞춘다. 또한 [청년경찰]을 연출한 김주환 감독이 박서준과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정재와 박정민이 주연을 맡은 [사바하]는 [검은 사제들]로 오컬트의 매력을 대중적으로 풀어냈던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며, 이번에는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룬다. 사이비 종교 문제를 조사하던 목사가 신흥 종교와 관련된 사슴 동산을 수사하면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이정재는 신흥 종교를 파헤치는 목사로, 박정민은 신흥 종교의 교주를 연기했다.

 

 

 

 

걸캅스(가제) vs 뺑반 vs 극한직업 vs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이미지: (주)쇼박스

 

[청년경찰], [범죄도시] 이후 영화에서 활약하는 경찰 혹은 형사를 보고 싶다면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경찰이 주인공인 다양한 소재와 성격의 영화가 2019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코믹 액션을 표방하는 [걸캅스(가제)]는 결혼 후 민원실 내근직으로 일하게 된 과거의 전설적인 에이스 형사와 사고 치고 민원실로 발령 난 초짜 형사가 우연히 범죄 사건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라미란과 이성경이 각각 기동대 에이스에서 결혼으로 꿈을 접고 민원실에서 일하는 형사와 꿈에 그리던 강력반 형사에서 의욕 과다로 민원실에서 일하게 된 초보 형사로 분해 콤비 플레이를 보여줄 예정이다.

 

[뺑반]은 국내 영화에서 보기 드문 카체이싱 액션 영화다. [차이나타운]을 연출한 한준희 감독의 신작으로, 뺑소니 전담반의 에이스 순경과 광역수사대에서 ‘뺑반’으로 좌천된 형사가 스피드와 차에 대한 광기로 범죄도 서슴지 않는 범죄자를 잡기 위해 힘을 합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류준열과 공효진이 팀내 에이스 순경과 좌천된 형사로 호흡을 맞추며, 조정석이 두 사람이 추적하는 범죄자를 맡았다.

 

[스물], [바람 바람 바람]의 이병헌 감독이 이번에는 전작과 결이 다른 코미디로 돌아온다. 바로 마약반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극한직업]이다. 범죄조직을 소탕하려는 형사들이 잠복근무를 위해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맛집으로 소문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을 담아낸다. 치킨집 운영과 잠복근무를 병행하는 마약반 형사 5인에는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이 캐스팅되어 만년반장부터 잠복근무 중 절대미각을 발견하는 형사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법의 테두리 밖에서 악이 악을 처단한다는 참신한 설정으로 두터운 팬층을 형성한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내년에는 스핀오프 영화로 볼 수 있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제)]는 드라마를 집필한 한정훈 작가가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살인의뢰]의 손용호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마동석, 김상중, 강예원이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도 출연하며, 김아중과 장기용이 새로운 캐릭터로 합류한다. 스크린에서 보다 통쾌한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미스터 주 vs 해치지않아

 

이미지: 리틀빅픽처스

 

내년 개봉 영화 중에 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가 눈에 띈다. 첫 번째는 올해 출연작마다 고른 흥행 성적을 기록한 이성민이 주연으로 나선 영화 [미스터 주(가제)]다. 초고속 승진을 앞둔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이 중국 특사 판다의 경호를 맡던 중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고 이후 동물과 소통이 가능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성민이 사고 이후 동물들의 도움을 받으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요원을 맡아 정보국 최고의 낙하산 요원으로 분한 배정남과 또 한 번 호흡을 맞추며, 김서형이 카리스마와 능력을 갖춘 국장으로 출연한다. [재심]을 연출한 김태윤 감독의 신작이다.

 

[해치지않아]는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얼떨결에 폐업 직접의 동물원에 부임하게 된 변호사와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동물원 살리기 프로젝트를 그린다. [달콤, 살벌한 연인]의 손재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안재홍과 강소라가 정규직 전환을 희망하는 로펌의 수습 변호사와 폐업 위기 동물원을 지키는 수의사를 연기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vs 우상

 

이미지: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돋보이는 스릴러 영화 두 편도 내년 기대되는 작품으로 꼽힌다. 먼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보기 드물게 신구 배우들의 대거 출연으로 눈길을 끈다. 국내에도 알려진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저마다 절박한 사연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욕망을 파헤친다. 전도연, 정우성을 비롯해 배성우, 정만식, 진경, 윤여정, 김준한, 신현빈, 박지환 등이 출연한다.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과 천우희가 다시 만난 [우상]은 인간의 양면성을 격렬하게 담아내는 영화다. 아들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정치인생 최악의 위기에 몰린 도의원과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 했던 피해자의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그의 아들과 함께 있던 여성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한석규는 성공한 정치인을, 설경구는 정신지체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 중식을, 천우희는 중식의 아들이 죽던 당시 사고를 목격한 련화로 호흡을 맞췄다.

 

 

 

 

증인 vs 배심원들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이번에는 특정 사건의 변호와 배심원을 맡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두 편이다. 첫 번째 영화는 정우성과 김향기가 호흡을 맞춘 휴먼 드라마 [증인], 두 번째는 첫 스크린에 도전한 박형식과 문소리가 나선 영화 [배심원들]이다.

 

[증인]은 살인 용의자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가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아 소녀를 만나면서 변화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로펌 소속 변호사가 사건의 증인 자폐아 지우를 만나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며 성장하고, 이를 통해 자폐증이 있는 사람을 편견 없이 바라보게 하는 사회적 메시지도 담아낼 예정이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의 이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배심원들]은 2008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다. 배심원이 된 평범한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문소리는 국민참여재판을 이끄는 재판장을, 박형식은 마지막으로 선정된 배심원을 맡아 법은 몰라도 상식을 지키고 싶었던 8명의 배심원들과 함께 했던 재판부의 이야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기생충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의 네 번째 만남, [기생충]은 백수 가족의 장남이 가족들의 기대를 받으며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시작되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그린다. 송강호, 최우식, 박소담이 백수 가족을, 이선균과 조여정이 유망 IT 기업 사장 부부로 분해 기존과 결이 다른 가족 이야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매 작품마다 독특한 상상력과 허를 찌르는 위트 있는 연출로 호평을 받았던 봉준호 감독이 이번에는 어떤 예상치 못한 이야기로 영화적 즐거움을 안길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