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유하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현실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영화 속 인물들은 그러한 이야기에서 파생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쓴다. 그렇다고 영화가 실제로 일어날 법한 사실성에만 기반을 두지 않는다. 특히 판타지 장르의 영화가 그러하다. 지난 10월, 넷플릭스가 모든 판권을 획득한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처럼, 영화 속 캐릭터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각종 비현실적인 사건을 경험하고 상상에서만 펼쳐질 모험을 하며 신선한 흥분과 재미를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가상 세계의 인물들은 꼭 인간의 형상을 하지 않는다. 2010년 개봉한 [나니아 연대기: 새벽 출정호의 항해]에서 월 포터가 연기한 유스티스가 용의 보석에 눈이 멀어 보석을 챙기다 용으로 변해버린 것처럼 갑작스러운 변신으로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또 영화 속 어떤 인물이 동물로 변해 시선을 강탈했을까?

 

 

1. 쿠스코? 쿠스코! – 라마로 변한 쿠스코

 

이미지: 브에나 비스타 코리아

 

아주 먼 옛날 정글 깊은 곳, [쿠스코? 쿠스코!]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훌쩍이는 라마의 등장으로 막을 연다. 이 라마가 바로 영화의 주인공이자 날 때부터 타고난 피를 물려받은 괴팍한 황제, 쿠스코다. 멀쩡한 마을 하나를 밀어버리고 여름 별장을 짓겠다며 신나게 악행을 저지르려던 쿠스코는 갑자기 라마로 변해버렸다. 그의 권력을 호시탐탐 노리던 마법사 이즈마가 독살을 계획하다 잘못해서 그를 라마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즈마가 실수를 바로잡고자 시종 크롱크와 함께 다시 사살 계획을 짜는 동안, 잠시 기절해있던 쿠스코는 어째서인지 여름 별장을 위해 불러들였던 마을 대표이자 선량한 농부 파차를 만나는데, 대뜸 궁전으로 데려다 달라며 낯짝도 두꺼운 명령질을 일삼기 시작한다. 라마로 변했음에도 여전히 자신밖에 모르는 쿠스코는 과연 무사히 궁으로 돌아가 다시 사람으로 변할 수 있을까?

 

 

2.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돼지로 변한 부모님

 

이미지: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다시 또 만나자는 친구의 편지가 든 꽃다발을 품에 안고 이사를 가는 날, 치히로가 정체 모를 문에 도착한 건 우연이었다. 아빠가 길을 잘못 들었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려 살핀 문은 바람을 빨아들이고만 있어 무섭기만 한데, 엄마와 아빠는 구경을 하자며 신나게 손을 이끌다. 심지어 사람 한 명 없이 음식만 잔뜩 진열된 상점에 들어가 나중에 돈을 내면 된다며 손을 대기까지 한다. 치히로는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하는 엄마와 아빠를 뒤로 한 채 거리를 거닐던 중 또래 같아 보이는 남자아이와 마주치고 밤이 되기 전에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라는 이상한 재촉을 듣는다. 하지만 불빛이 하나 둘 들어오는 상점을 지나쳐 되돌아간 곳에는 엄마와 아빠의 옷을 입고 있는 돼지 두 마리가 있을 뿐이다. 게다가 본래 계단이 있었던 곳은 물로 가득 차올라 유람선이 유유히 떠다니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처음 받은 꽃다발이 이별의 꽃다발인 것도, 그 꽃다발이 시드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던 오늘의 악몽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3. 공주와 개구리 – 개구리로 변한 왕자와 티아나

 

이미지: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옛날 옛적, 마법에 걸려 개구리로 변한 왕자가 나오는 동화에서 왕자는 공주의 키스를 받고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공주와 개구리]는 우리가 원래 알고 있던 단조로운 해피엔딩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남부 지방의 작은 도시 뉴올리언스에 방문한 나빈 왕자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닥터 파실리에의 주술에 걸려 개구리로 변하게 된 것까지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티아나를 만나면서 전개 양상은 달라진다. 티아나는 한때 아빠의 꿈이었으며 지금은 자신의 꿈이 되어버린 레스토랑을 열기 위해 열심히 일했건만, 여전히 건물을 살 수 없게 된 것에 좌절한다. 나빈 왕자는 그런 티아나를 공주로 착각하고 입맞춤을 대가로 티아나의 소원을 이루어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티아나마저 개구리로 변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4. 메리다와 마법의 숲 – 곰으로 변한 엘리노어 왕비

 

이미지: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일단 변명부터 해보자면 메리다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화가 났다 해도 무방할 정도다. 메리다는 스코틀랜드의 공주라는 신분에도 드레스와 구두보다는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매번 공주 수업을 강요하는 엄마 엘리노어 왕비와 다툼은 예견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스코틀랜드의 외교를 위해 메리다에게 다른 부족장의 아들과 결혼을 하라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너무한 일이었다. 심지어 거부했다는 이유로 메리다가 아끼는 활을 불구덩이에 내던졌다. 설상가상 밖으로 뛰쳐나간 메리다는 도깨비불을 따라간 마녀의 집에서 엄마를 바꿔달라는 소원을 빌었을 뿐인데, 마녀가 건네준 쿠기는 왕비를 어마 무시한 곰으로 변하게 했다.

 

 

5.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 고양이로 변한 헤르미온느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지팡이를 휘두르며 마법 주문을 외우고 빗자루를 타고 다니는 마법사의 세계에서 동물로 변하는 사람을 칭하는 명칭이 있다. 바로 ‘애니마구스’다. 애니마구스가 되는 길은 아주 쉽지 않지만, 미네르바 맥고나걸 교수와 같은 여러 애니마구스가 동물로 변했다 사람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의지로 변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의도치 않게 반쯤 동물로 변해버리는 마법사도 있다. 이는 놀랍게도 모범생으로 유명한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다. 다사다난했던 1년을 마치고 되돌아온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또다시 끔찍한 일이 벌어지려는 것을 감지한 해리 포터를 돕기 위해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마법약, 폴리 주스를 만든 게 사태의 발단이다. 가장 의심스러운 동급생 말포이에게 정보를 빼내고자 폴리 주스를 마시고 슬리데린 기숙사생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한 론과 해리와 달리 헤르미온느는 고양이 얼굴을 한 채 모습을 드러낸다. 슬리데린 기숙사생의 머리카락인 줄 알고 재료로 쓴 게 알고 보니 고양이 털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