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매주 새로운 영화가 물밀듯이 극장가를 찾아오지만 모든 개봉작을 보기에는 시간도 없고 지갑 사정도 여의치 않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시간과 여유가 있어도 보고 싶은 영화가 근처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참사를 겪으면서 VOD 출시만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씨네필 혹은 특정 장르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만한 이번 주 개봉작들을 소개한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 (A Simple Favor): “흥미로운 여성 캐릭터의 맹활약”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에디터 겨울달: 혀가 마비될 만큼 충격적으로 달콤하면서 알싸한 뒷맛을 남기는 사탕 같은 영화. 스릴러에서 기대할 만한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를 덜고 통통 튀고, 가벼우며, 그래서 더 위태롭고 매력적인 캐릭터의 활약을 채워 넣었다. 스릴러에서 본 적 없는 듯한 멋진 두 여성 캐릭터의 활약과 배우들의 호연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코미디와 진지함을 자연스럽게 오고 가는 안나 켄드릭의 연기에 새삼 감탄한다. 여성 캐릭터 그리는 데 1등인 폴 페이그 감독의 터치는 생생하고, 위기에서도 코미디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연출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다만 전반부가 정말 매끄럽고 재미있어서, 후반부에서 그만큼 물 흐르듯 진행되는 느낌이 덜한 게 아쉽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스파이더맨 팬들이여 열광하라”

이미지: 소니 픽쳐스

에디터 Amy: 스파이더맨 시리즈 팬들이 두 손 들고 열렬히 환호할 영화가 탄생했다. 흑인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의 탄생과 성장을 그리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피터 파커부터 여러 차원의 다양한 거미인간들을 다룬다. 코믹스에서만 다뤄졌던 캐릭터들을 훌륭하게 묘사했으며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코믹스의 느낌을 살려내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게다가 소니에서 내놓았던 [스파이더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요소가 등장해 영화팬들을 반긴다. 색감과 질감도 훌륭하고, 액션씬의 묘사도 시원시원하면서도 깔끔하며 특히 영화에 잘 어울리는 사운드트랙이 일품이다. 서사도 그간 봐왔던 스파이더맨의 고뇌와 비극, 성장을 마일즈 모랄레즈에 맞도록 과하지 않고 빈틈없이 그렸으며 조연급 캐릭터들도 적절한 분량을 자랑한다. 코믹스, 애니메이션, 영화 팬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의 등장이 팬으로서도 기쁘기 그지없다. 벌써 속편 소식이 들리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것이다.

 

 

로마 (Roma): “흑백임에도 다채로운 색으로 빛난다”

이미지: 판씨네마(주)

에디터 Amy: 흑백의 화면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카메라 구도와 움직임, 세밀한 사운드가 더해져 다채로운 색으로 찬란하게 빛난다. 멕시코시티의 로마 지역을 배경으로, 가정부로 일하는 클레오와 그녀를 일꾼으로 둔 소피아의 이야기를 그리며 클레오의 일상을 때로는 클레오의 시선으로, 때로는 바로 옆에서 지켜보듯이 비춘다. 백인 가정의 비백인 가정부인 클레오의 이야기는 비교적 단조롭고 잔잔하게 흘러가는데, 평범하던 일상이 1970년대 멕시코의 격동의 시기와 맞물려 극적으로 변한다. 가난한 남자가 정치적 도구가 되어 오히려 사회를 억압하고, 가족을 버리고 떠난 남자가 가정부 클레오에게는 살갑게 구는 아이러니를 물 흐르듯이 묘사한다. 아이를 잃고도 어떤 표정도 짓지 않던 클레오가 몰려오는 감정과도 같은 파도를 맞부딪치며 주인의 아이들을 구해내는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까지 전율하게 한다. 영화 속 여성들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이 은은한 여운을 남긴다.

 

 

모어 댄 블루 (More than Blue): “아름답고 가슴 아픈 사랑이라기엔…”

이미지: 오드(AUD)

에디터 Jacinta: 처음부터 끝까지 목표에 충실하다. 오글거리긴 해도 순정만화 같은 감성으로 무장해제시켰다가 후반 들어서는 감정의 진폭을 고조시키며 눈물샘을 이리저리 자극한다. 국내에도 친숙한 훈남 배우 류이호와 첫사랑 로맨스 [청설]의 진의함이 가슴 시린 사랑의 주인공으로 나서니 비극은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아쉽게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 두 사람의 비극을 극대화시키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부족한 개연성은 사소한 문제다. 영화가 두 사람의 사랑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정서적으로 닿을 수 없는 원천적인 괴리감이 생긴다. 흔히 말하는 호불호가 발생하는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보는 시선에 따라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과잉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영화는 두 사람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사랑의 일부분으로 아름답게 포장하기에 더욱 곤란한 마음이 든다. 이런 로맨스 영화에서 어쩔 수 없는 희생자(?)가 나온다 해도 두 사람의 감정에만 매달렸던 선택 때문에 어떤 감정의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아 아쉽다.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 (Goodbye My Girlhood): “열여섯 소녀에게서 배우는 인생”

이미지: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에디터 띵양: KBS 다큐멘터리 [순례]의 첫 번째 이야기를 대형 스크린에 옮긴 작품.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는 열여섯 소녀 왕모가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삶을 포기하고 ‘패트 야트라’ 순례길에 나서기까지의 여정을 그린다. 관객은 그녀의 모습에서 모두가 겪었을 사춘기와 지금껏 걸어온 삶,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 가슴 깊이 고민하게 얻는데, 인상 깊은 점은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는 이유도 해답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인생을 뒤바꿀 큰 결단을 내리는 왕모의 모습을 통해 ‘결심의 가치’ 그 자체를 알려주면서 가슴 깊은 여운과 감동을 남긴다. 또한 히말라야와 인도 북부 라나크의 압도적인 절경을 전부 담아낸 영상미에서도 크나큰 감동을 얻게 되니 팍팍한 삶 때문에 위로가 필요한 이들이라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은혼2: 규칙은 깨라고 있는 것 (Gintama 2): “개그 코드만 맞다면야…”

이미지: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에디터 겨울달: 원작 만화의 캐릭터, 장면, 화면 구도와 병맛 코드까지 모두 존중한 영화. 제작배급사 로고를 세 번이나 다시 보여주는 오프닝부터 병맛(?) 유머의 향연이 시작된다. ‘신센구미 동란 편’을 바탕으로 해결사 3인방이 위기에 처한 신센구미를 돕는 내용이 전개되는데, 그러다 보니 전편보다 신센구미의 이야기가 늘어나고 ‘히지카타 부장’ 야기라 유야의 비중이 많다. 초반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장군 접대’ 에피소드는 [은혼] 시리즈 특유의 병맛 웃음을 눌러 담았다. 유머 코드가 잘 맞다면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깔깔 웃으면서 볼 수 있다. 다르게 말해 개그 취향이 다르다면 이게 대체 무슨 영화인가 싶을 것이다. 그래서 에디터의 DNA에 웃음과 병맛이 없다는 게 아쉽다.

 

 

갈매기 (The Seagull): “배우들의 열연으로 서사를 채우다”

이미지: (주)뮤제엔터테인먼트

에디터 Jacinta: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를 스크린으로 옮겨와 유려하고 매혹적인 영상과 함께 비극을 잉태한 여름날 호숫가 별장을 찾은 네 남녀의 엇갈린 관계를 펼쳐 보인다. 오프닝과 엔딩이 연결되는 플래시백 구조의 이야기에는 사랑, 젊음, 재능 등 가질 수 없는 것을 욕망한 사람들의 감정이 이리저리 얽혀 있다. 한여름밤의 꿈같은 삶의 아이러니가 담긴 서사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빼곡하게 채워진다. 아네트 베닝, 시얼샤 로넌, 빌리 하울, 코리 스톨이 엇갈린 사랑의 주인공으로 나서 기품이 느껴지는 탁월한 연기로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인물들의 위태로운 서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냉소적인 시선에서 창조된 고전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꺼운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을 영화.

 

 

데스티네이션 웨딩 (Destination Wedding): “[킬러의 보디가드]와 [비포] 시리즈를 오가는 로맨스”

이미지: 유로픽쳐스

에디터 띵양: 첫 만남부터 꼬인 남녀의 냉소적이고 유쾌한 로맨스.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같은 결혼식에 초대받은 프랭크와 린제이의 운명 같은 만남을 그린 작품이다. “우연히 만난 남녀의 사랑”이라는 소재는 흔하디 흔하고, 그렇다고 대단한 해프닝이나 시선을 사로잡는 휴양지의 풍경도 없지만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보는 맛이 있다. 영화는 철저하게 키아누 리브스와 위노나 라이더의 입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이미 세 작품을 함께 했던 둘의 케미스트리가 환상적이다. 소박한 풍경을 거닐며 서로를 알아가는 남녀의 모습은 [비포] 시리즈를 연상케 하면서도, 또 저주에 가까운 악담을 퍼붓는 둘의 대화 내용은 [킬러의 보디가드] 같다. 지루해지려는 찰나에 유머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요령이 돋보이는 느낌이랄까? 1992년 [드라큘라]를 기억하는 이들은 이제 나이가 든 두 ‘청춘스타’를 보며 향수와 추억을, [존 윅]을 본 관객들에게는 키아누 리브스의 로맨틱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