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레드써니

 

 

시상식의 계절 12월.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시상식이 거행되고 있다.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작품상-연기상은 크게 감흥이 없다. 어떤 영화가 상을 받을지 어느 정도는 짐작되기에 두근거리는 기대감도 덜하다. 그래서 준비해봤다. 2018년 개봉작 중 놓치면 아쉬운 영화 중에서 특별하고 이색적인 상을 마련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 “30분만 기다려” 賞

 

이미지: (주)디오시네마 , (주)영화사 그램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좀비 영화를 만들던 촬영장에 실제 좀비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모두들 우왕좌왕하며 도망가고 있지만, 오직 감독만이 이것 또한 명장면이라며 무서움에 떨고 있는 배우들을 데리고 제목 그대로 카메라를 멈추지 않는다. ‘원 신- 원 컷’으로 펼쳐지는 영상은 조잡하고 흔들림도 심하지만, 이 영화의 진가는 여기에 있지 않다. 광란의 롱테이크가 끝나면 영화의 진짜가 나타난다. 그 덕분에 초반의 30분 롱테이크는 촬영의 기술을 뛰어넘어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모두들 정보를 모른 채 보라고 추천하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올해가 지나기 전에 놓치지 말길 권한다.

 

 

 

패딩턴 2 – “심쿵 귀요미” 賞

 

이미지: (주)누리픽쳐스, (주)이수C&E

 

이렇게 사랑스러운 곰이 또 어디 있겠는가. 올해 초,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 만발하게 하고 훈훈한 여운까지 안겼던 [패딩턴 2]는 개봉 전부터 로튼 토마토 신선도지수 100%라는 기록을 세우며 기대를 고조시켰다. 완벽하게 무장해제시키는 귀요미 ‘패딩턴’의 사랑스러운 활약은 재미는 물론 감동과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며 국내 관객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지난 10월 개봉한 디즈니 실사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의 푸도 있지만, 런던 생활에 적응 완료한 패딩턴의 귀여움을 넘어서기에는 부족하다.

 

 

 

보헤미안 랩소디 – “역주행의 귀재” 賞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영화는 보통 개봉 첫 주에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둔 뒤에 안정적인 드롭률을 기록해야 흥행을 지속할 수 있다. 그런데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화계의 일반적인 속설을 뒤집으며 장기 흥행 중이다. 가장 낮은 성적을 기록했던 개봉 첫 주말 이후로 역주행을 거듭하며 매 주말마다 흥행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전설의 록그룹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그 자체로 전설이 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영국과 함께 전 세계 흥행 성적을 이끌고 있는 한국에서 [보헤미안 랩소디]가 앞으로 얼마만큼 흥행을 기록할지 그 결과가 기대된다.

 

 

 

소공녀 – “올해의 짠내” 賞

 

이미지: CGV 아트하우스

 

[소공녀]는 담배와 위스키 한 잔만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주인공 미소가 취향을 위해 집을 포기하고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경쾌한 분위기로 흘러가지만, 보면 볼수록 미소가 처한 삶은 짠내를 불러일으킨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의식주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과 청년 세대가 겪는 불안정한 현실을 우회적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집을 포기하고 지인의 집에 머무는 미소가 마냥 민폐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보는 동안은 천진난만한 미소와 지인들의 에피소드에 웃다가도 영화관을 나서는 발길이 어쩐지 쓰라리고 무겁다.

 

 

 

스타 이즈 본 – “진짜 커플 인 줄 알았다” 賞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스타 이즈 본]이 음악상 혹은 주제가상에 그친다면 분명 아쉬운 마음이 들 것 같다. 이미 세 번째 리메이크되는 전형적인 서사를 가진 영화임에도 진부함을 넘어 깊은 울림이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안긴다. 유명 스타와 무명 가수가 사랑에 빠지고 이별의 수순을 밟아가는 이야기는 세심하게 공들인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를 만나 마음을 뒤흔든다. 특히 실제 커플 뺨치는 배우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진정성을 배가한다. 익숙한 사랑이야기라는 선입견을 갖고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의 진심을 다하는 연기를 놓치지 말길.

 

 

 

트라이앵글 – “지각이지만 괜찮아” 賞

 

이미지: 와이드 릴리즈(주) Wide Release

 

[트라이앵글]은 무려 2009년 선보인 영화다. 오래전 영화라고 해도 어색하거나 촌스럽지 않다. 오히려 뒤늦게라도 개봉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2018년의 시선으로 봐도 다음 장면을 계속 궁금하게 하는 흥미로운 복선이 충격 반전을 선사한다. 반전 영화라고 해도 어지간해서는 반전의 묘미를 느끼기에 부족한 영화가 수두룩하기에 [트라이앵글]은 반전의 교과서로 보이기도 한다. 사소한 허점은 모른 척해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죄 많은 소녀 – “하드캐리” 賞

 

이미지: CGV 아트하우스

 

너무나도 멋진 연기로 작품 전체를 이끌어 가는 영화는 많다. 하지만 영화의 모든 걸 신예 배우가 담당하는 작품은 많지 않다.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어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던 전여빈은 당시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1년 뒤에 증명했다. 사소한 말 한마디와 행동이 초래한 파국에 필사적으로 맞서는 모습을 완벽한 연기로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전한다. 매 순간이 허투루 다가오지 않으며 충격적인 결말을 선사하는 영화는 괴물 신예 전여빈을 만나 인간의 본능과 본성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