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겨울이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에도 깊은 여운이 남는 영화가 보고 싶기 마련이다. 작은 휴식과 위로가 되기도 하고, 진한 감동으로 쉽사리 가시지 않는 잔상을 남기는 영화들. 올겨울 마음만은 따뜻하게 물들일 영화를 소개한다. 명배우의 마지막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부터 귀르가즘으로 호강시키거나 눈물·콧물 쏙 뺄 준비가 된 개봉 예정작 7편을 만나보자.

 

 

 

미스터 스마일
이미지: ㈜티캐스트

 

1960년 영화로 데뷔해 할리우드를 주름잡았던 로버트 레드포드의 마지막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에도 영화 팬들을 미소 짓게 하는 [미스터 스마일]은 전설의 은행털이 신사 포레스트 터커의 생애 마지막 한 부분을 그린다. 19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70대 노신사가 됐음에도 은행 강도를 멈출 수 없었던 이야기가 로버트 레드포드의 우아하고 기품 있는 연기를 만나 유려하게 펼쳐진다. 영화는 전대미문 범죄 행각을 부각하는 대신 포레스트 터커의 낭만적인 매력과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다. 슈퍼 16mm 필름으로 촬영한 영상은 낭만과 여유가 있던 당시의 매력을 은은하게 펼쳐 보이며, 한 시대를 이끈 명배우의 은퇴를 멋지게 장식한다.

 

 

 

레인보우: 나의 사랑
이미지: 마노엔터테인먼트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감독 파올로&비토리오 타비아니 형제가 마지막으로 함께한 작품. [레인보우: 나의 사랑]은 1940년대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이탈리아의 피에몬테를 배경으로 영문학에 매료된 청년 밀톤과 사랑하는 연인 풀비아, 밀톤의 절친 조르조 세 남녀의 현실과 이상, 사랑과 우정을 그린다. 이탈리아에서 사랑받는 작가로 꼽히는 벱페 페놀리오가 남긴 마지막 소설 『레인보우: 나의 사랑(A Private Affair)』 이 원작이며, 타비아니 형제의 원숙한 연출이 더해져 원작과 다른 깊이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타비아니 형제는 시적이고 아름다운 영상과 풍부한 스토리텔링으로 명성을 쌓아왔으며, 2012년 [시저는 죽어야 한다]로 베를린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레토
이미지: (주)엣나인필름

 

록음악을 좋아한다면, 언젠가 한 번쯤 들어봤을 뮤지션 빅토르 최의 젊은 시절이 흑백 스크린으로 부활한다.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레토]는 어둡고 암울한 시기에도 젊음의 에너지를 감출 수 없었던 청춘의 찬란한 시절을 그린다. 자신만의 음악을 추구했던 뮤지션 빅토르 최와 그의 음악적 멘토이자 록밴드 주파크를 이끌던 마이크, 그의 뮤즈이자 아내 나타샤 세 사람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중심으로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청춘의 모습을 펼쳐 보인다. 자유를 갈망하고 금기에 반항하며 고뇌하는 청춘을 대변하는 토킹 헤즈, 이기 팝, 티렉스, 로 리드, 데이비드 보위 등의 반가운 음악이 보고 듣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그린북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토론토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연말 시상식 다크호스로 부상한 영화. [덤 앤 더머]의 피터 패럴리 감독이 연출을 맡은 [그린북]은 인종차별이 심했던 1960년대 미국 남부 콘서트 투어에 오른 피아니스트 돈 셜리와 운전기사 토니 발레롱가의 우정을 그린다. 실화에 영감을 얻은 영화는 시대상을 부각하기보다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판이하게 다른 두 남자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가까워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비고 모텐슨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매번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고, 마허샬라 알리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시대의 비애를 느끼게 한다.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마지막까지 기분 좋은 여운을 선사하며 추운 겨울에 더욱 어울리는 훈훈한 감동을 안긴다.

 

 

 

일일시호일
이미지: 영화사 진진

 

일본의 명배우 키키 키린의 마지막 인생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 [일일시호일]은 꿈도 취향도 없던 스무 살 노리코가 사촌 미치코를 따라 얼결에 이웃의 다케타 선생에게 다도를 배우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립반윙클의 신부] 등 영화와 드라마를 활발하게 오가는 쿠로키 하루가 무기력한 청춘 노리코로 분해 소확행의 기쁨을 선사하고, 키키 키린은 방황하는 청춘 노리코를 서서히 변화시키는 다도 선생 다케타로 분해 꿈도 희망도 없이 좌절하는 청춘을 위로한다. [일일시호일]은 모리시타 노리코의 동명 에세이를 스크린으로 옮겨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각자의 속도로 걷는 매일이 얼마나 다르고 소중한지 전한다. 일본에서는 10월 13일에 개봉해 60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국내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가버나움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

 

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찬사를 받았던 [가버나움]이 마침내 국내 관객과 만난다. [가버나움]은 레바논 베이루트의 슬럼가에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가던 12살 소년이 가혹한 현실 끝에 부모를 고소하게 된 연유를 그린다. 아이의 시선에서 레바논 하층민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는 이전까지 연기 경험이 전무한 아역 배우의 눈부신 연기와 풍부한 서사, 비극적인 현실에도 온기를 잃지 않는 연출이 만나 뜨거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쿠르스크
이미지: ㈜제이앤씨미디어그룹

 

2000년 8월 바렌츠해에서 원인 모를 폭발로 침몰한 잠수함 쿠르스크에서 끝까지 생존의 믿음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의 실화를 그린 영화. [더 헌트]로 주목받은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신작으로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레아 세이두, 콜린 퍼스 등 쟁쟁한 배우들이 가세해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세 배우는 각각 생존자들의 리더이자 해군 대위 미하일,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미하일의 아내이자 생존자 가족들의 리더 타냐, 잠수함 구조를 도우려는 영국군 준장 데이빗 역을 맡아 복합적인 감정이 서린 연기를 보여준다. 구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러시아 정부와 애타는 감정으로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먹먹한 감정을 안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 당시 관객들에게 뜨거운 공감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