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매주 새로운 영화가 물밀듯이 극장가를 찾아오지만 모든 개봉작을 보기에는 시간도 없고 지갑 사정도 여의치 않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시간과 여유가 있어도 보고 싶은 영화가 근처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참사를 겪으면서 VOD 출시만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씨네필 혹은 특정 장르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만한 이번 주 개봉작들을 소개한다.
미스터 스마일 (The Old Man and the Gun): “할리우드 대배우의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작별인사”

에디터 Jacinta: 로버트 레드포드의 온화한 미소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자. [미스터 스마일]은 60년간 은행털이를 멈추지 않았던 전설적인 인물 포레스트 터커의 실화에 착안해 모두를 놀라게 했던 전대미문의 캐릭터를 조명한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언제 어디서나 여유를 잃지 않고 자부심을 가졌던 은행털이 신사의 전설적인 명성에 낭만적인 생명력을 한껏 불어넣는다. 완벽한 슈트 차림, 부드러운 미소, 재치 있는 언변, 밉지 않은 허세, 품위 있는 다정함을 두루 갖춘 그는 매력적인 안티 히어로에 가깝다. 로버트 레드포드의 완벽한 연기는 배우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유쾌한 오마주와 부드러운 질감의 필름 영상 등 세심한 연출에 힘입어 더욱 우아하게 빛나며, 데이빗 로워리 감독은 이 독보적인 인물의 생애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에 관한 본질적인 탐구도 담아낸다.
하나 빼고 완벽한 뉴욕 아파트 (The Boy Downstairs): “그들은 어쩌다 헤어졌을까”

에디터 Jacinta: 헤어진 연인이 아파트 이웃으로 재회한다는 시트콤 같은 설정이 호기심을 부른다. 소피 브룩스 감독은 난처한 상황에 직면한 두 사람의 웃지 못할 소동극을 보여주는 것보다 그들이 어색한 모습으로 재회하게 된 연유에 관심을 가진다. 다이아나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귀엽고 소박했던 과거의 연애담이 현재를 우아하게 가로지르며 사랑과 이별의 자연스럽게 감정을 풀어낸다. 뉴욕을 배경으로 화려하거나 요란 법석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한다면, 감정의 굴레를 따라가는 영화는 심심하게 보일 수 있으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현실적인 사연을 입은 인물의 이야기는 설득력 있는 공감을 자아낸다. 마냥 사랑스럽지도 엉뚱하지도 않지만, 이상과 사랑 사이에서 불안과 혼돈의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는 다이아나와 그를 두고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감정에 빠지는 벤을 자연스럽게 묘사한 조시아 마멧과 매튜 쉐어의 안정감 있는 연기도 숱한 감정이 교차하는 로맨스에 흥미로운 생동감을 부여한다.
두 번째 겨울 (Second Winter): “남들과 같은 것이 행복한 것일까?”

에디터 띵양: 담담하게 그려낸 우리의 이야기. [두 번째 겨울]은 현실 앞에서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동갑내기 20대 부부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지만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현호와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정희, 그리고 이들이 사는 8평 남짓한 원룸은 그저 영화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닌 실제로 많은 젊은이들이 겪는 현실이다. 영화는 ‘가질 수 없는 행복’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 두 사람의 모습을 과잉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작품이 ‘남들과 같은 게 행복한 것일까?’ 혹은 ‘행복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신 ‘너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라며 공감대를 형성하려 부단히 노력하는데, 이러한 노력이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크게 마음을 울린다.
범블비 (Bumblebee): “연말을 보내는 완벽한 가족 영화”

에디터 Amy: 망해 가던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불씨를 다시금 타오르게 만든 영화. 범블비의 이목구비를 더욱 크게 그려내 표정을 구현하면서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했다. 커다란 로봇인데도 마치 작고 귀여운 동물을 보듯이 극장 안이 환호로 떠들썩했던 경험은 처음이었다. 귀여움 뿐 아니라 스펙터클한 액션도 놓치지 않는다. 거친 느낌은 사라지고 유려한 움직임과 실감 나는 전투 장면이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지 범블비만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주인공은 헤일리 스테인필드가 연기한 찰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버지를 잃은 후 가족들과 섞이지 못하는 찰리는 범블비와 만난 후 서로 아끼는 관계로 발전하면서 주변 인물들과도 관계를 맺고 비로소 성장하며 가족들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착하고 사랑스러운 가족 영화로 돌아온 [범블비]는 연말에 가족들과 함께 보기 좋을 듯하다.
PMC: 더 벙커 : “실감 나는 총기 액션 속 피어나는 브로맨스”

에디터 겨울달: 지하 벙커에서 벌어지는 실감 나는 총격 액션 영화. 이젠 뭐든지 잘 할 것 같은 하정우가 용병 에이헵으로 변신해 액션과 감정 연기, 먹방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돋보이는 건 사실적 느낌 가득한 총격전과 이를 촬영한 방식이다. 1인칭 시점, 핸드헬드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어지러울 만큼 실감 나고, 입체적 사운드 디자인도 진짜 같다는 느낌을 준다. 모든 장면이 다 그렇지만, 마지막 액션 장면은 한국 시각효과 기술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준다. 한국 영화 속 외국 배우들의 연기도 자연스럽고 조화롭다. 하지만 이렇게 기술적으로 뛰어난 영화도 브로맨스를 못 버린다. 전사를 모두 설명하긴 했으나 에이헵의 윤지우(이선균)에 대한 태도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에이헵이 동료를 대하는 원칙은 변하지 않으나, 그 태도가 러닝타임 내내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언니 : “통쾌한 액션? 불쾌함이 더 크다”

에디터 겨울달: 한국의 액션 여제 이시영이 동생을 위해 몸을 던져 나쁜 남자들을 응징한다. 체격과 힘에서 오는 열세를 극복하는 액션 디자인과 치열해서 보는 사람의 몸이 아파지는 이시영의 연기는 장면 자체는 돋보이게 한다. 하지만 주인공의 액션 레이스를 시작하게 하는 배경과 이를 설명하는 장면은 선정적이고 관음적인 시각을 모두 버리지 못했다. 영화를 본 후 동생 은혜를 연기한 박세완이 촬영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정도다. 끔찍한 내용을 위해 굳이 장면을 할애해야 했는지, 다른 방법을 모색했었는지 궁금하다. 액션에 치중하다 보니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선과 악 경계에 있던 한정우(이준혁)의 이야기가 충분하지 않은 것도 아쉽다. 그리고 빨간 원피스와 빨간 하이힐은… 의도가 어떻든 싸울 때도 보는 것도 불편하다.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2: 새로운 낙원 : “공룡을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

에디터 Amy: 공룡을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한 완벽한 연말 선물이 될 듯하다. 2012년에 첫 영화가 나온 이후로 6년 만의 후속작이며, 전편을 몰라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타르보사우르스이자 아빠 점박이는 아들 막내가 데이노니쿠스에게 납치되어 행방을 쫓기 시작하는데, 도중에 납치된 딸을 찾는 송곳니와 친구를 찾는 싸이를 만나 함께 모험을 떠난다. 이들 외에도 영화 속에서 여러 종류의 공룡들이 등장하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자신을 소개한다. 공룡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등장하자마자 반가워하며 이름을 외칠 정도로 좋아할 듯하다. 부자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그린 서사도 탄탄하게 갖추고 있어 이해하기 쉽고, 특히 국내 3D 애니메이션의 발전을 자랑하는 듯한 영상이 발군이다. 아이들과 함께 극장 나들이를 하고 싶은 가족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