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레토 (Summer): “달콤 쌉싸름한 청춘예찬”

에디터 Jacinta: 암울한 시대에도 잠재울 수 없는 청춘의 열망과 자유의 의지를 낭만적으로 그려낸 영화. 1980년대 초반 변화의 바람이 태동했던 레닌그라드를 배경으로, 서구의 록음악에 심취했던 청춘의 찬란한 순간을 자유롭고 대담한 형식으로 담아낸다. 토킹 헤즈, 루 리드, 이기 팝, 데이빗 보위, 블론디 등 유명 록음악을 적극 활용하며 청춘의 좌절감과 고민, 순수한 젊음을 다채롭게 표현한다. 영화에서 음악은 금기에 맞서는 저항정신을 상징하면서도 희망과 미래가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고단한 청춘을 위로하고, 눈부시게 매혹적인 젊음의 순간을 달콤하게 포착한다. 서구의 록음악을 누구보다 먼저 접하고 수용했지만 현실에 순응했던 마이크와 뛰어난 재능으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추구했던 빅토르 최의 묘한 대비가 그 시절의 고뇌와 변화를 동시에 보여주며 아련하고 복잡 미묘한 감정에 젖어들게 한다.
레인보우: 나의 사랑 (Rainbow – A Private Affair): 이도 저도 아닌 맹탕 러브스토리

에디터 띵양: 이데올로기와 개인의 감정 사이에서 고뇌하는 청춘의 이야기. [레인보우: 나의 사랑]은 베페 페놀리오의 소설 ‘사적인 문제’를 대형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주인공 밀톤은 세계 2차 대전이 한창인 이탈리아에서 反파시스트 운동을 펼치는 파르티잔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거창한 소명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자신이 짝사랑하는 풀비아와 오랜 친구 조르조의 관계다. 영화는 파시스트에게 붙잡힌 조르조를 구출하는 데 이용할 파시스트 포로를 찾아 나서는 밀톤의 여정을 그린다. ‘우정’과 ‘정의’를 위해 조르조를 구하러 간다는 이념적인 대의명분 뒤에는 ‘그가 풀비아와 사랑을 나눴는지를 묻기 위해서’라는 개인적인 목적이 있는 셈인데, 영화는 아쉽게도 이 중요한 갈등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다. 배경이 되는 시대적 불안감이나 전쟁의 참담함도, 풀비아와 조르조를 향한 밀톤의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 실패하면서 “도대체 왜? 굳이?”라는 생각과 함께 주인공의 여정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 (Ralph Breaks the Internet): “디즈니의 재력이 쏟아진다”

에디터 Amy: 디즈니의 엄청난 섭외력과 판권이 돋보이는 영화. 오락실 게임기를 오가며 온갖 말썽을 부렸다가, 바넬로피를 만나 진정한 자신을 발견했던 주먹왕 랄프가 이번에는 인터넷으로 무대를 넓혔다. 무대가 넓어진 만큼, 친숙한 요소들과 얼굴들이 대거 등장한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좀 해봤다 싶은 사람일수록 반가운 마음과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를 더욱 많이 찾아낼 것이다. 디즈니가 소유한 캐릭터들이 제법 등장하는데, 그저 지나가는 역할 뿐 아니라 중요한 조력자 역할을 하면서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만큼 많은 요소를 비추는 데 시간을 할애하느라 서사가 전보다 부실해졌다는 것이다. 영화는 랄프와 바넬로피의 관계와 갈등을 조명하면서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한다. 그 과정에서 바넬로피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꿈을 마주하며 성장하고, 랄프 역시 실수를 통해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감동을 준다. 장면 사이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고 설득력이 다소 부족한 것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깔깔 웃으며 볼 수 있다는 점은 변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