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제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불릴 정도로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시상식인만큼 수상 결과를 비롯한 모든 것이 화제가 된 하루였다. 이번 주 ‘할리우드 말말말’에서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뜨겁게 달구었던 스타들의 수상소감과 네티즌들을 웃게 만든 넷플릭스의 한마디를 살펴보자.
“음악과 전 세계에 진실성, 포용력이 있다는 것 일깨워주어 감사하다”
– 라미 말렉 –
전 세계적으로 ‘퀸 열풍’을 불러일으킨 [보헤미안 랩소디]가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올해 골든 글로브 이변의 주인공이 되었다. 작품상도 작품상이지만, 특히 윌렘 데포, 브래들리 쿠퍼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차지하는 반전을 선보인 라미 말렉은 시상대에 올라 수상의 기쁨을 퀸과 함께 해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삼수 끝에 골든 글로브를 수상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 퀸의 전설적인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와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었는데(물론 브라이언 메이를 연기한 귈림 리도 입이 떡 벌어지는 싱크로율을 자랑했지만), 이를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라 운을 뗀 그는 뒤이어 “퀸에게, 브라이언 메이에게, 당신(프레디 머큐리)에게, 로저 테일러에게 감사하다. 음악과 이 세상에 진실성과 포용력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라며 퀸 멤버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출처: Deadline
“우리 여성들도 꿈을 좇아야 한다. 우리에겐 그럴 권리가 있다”
– 글렌 클로즈 –
글렌 클로즈는 ‘연기력’ 하면 누구나 엄지를 들 수밖에 없는 배우지만, 유달리 상복이 없기로 유명했다. 45년 연기 경력 동안 아카데미 7회 후보 선정(수상 0회), 골든 글로브 13회 후보 선정(수상 2회), 상복이 없기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그런 그녀가 올해 [더 와이프]로 마침내 세 번째 골든 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상기된 얼굴로 시상대에 오른 그녀는 강렬한 메시지가 담긴 수상소감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목이 [더 와이프]라서 14년 만에 만들어진 것 같다”라며 농담을 던진 그녀는 “영화를 찍는 동안 어머니 생각이 났다. 그녀는 아버지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셨지만, 여든이 되시고 나에게 ‘내가 이룬 게 아무것도 없다’라 말씀하셨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뒤이어 “우리 여성들이 ‘양육인’이라는 사회적인 고정관념이 있다. 헌신해야 할 남편이 있고, 돌봐야 할 아이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도 꿈을 좇아야 한다. ‘나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리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라며 소감을 마무리, 장내 모든 이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출처: Deadline
“캐릭터 연구에 영감을 준 사탄에게 감사하다”
– 크리스찬 베일 –
글렌 클로즈와 라미 말렉의 경우에서 볼 수 있다시피, 대개 수상소감은 감사하거나 사랑하는 사람, 혹은 종교적 절대자에게 공로를 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이스]로 미국 역사상 최대의 권력을 가졌던 부통령 딕 체니를 연기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크리스찬 베일도 종교적 절대자를 언급했는데, 그 대상이 다름아닌 ‘사탄’이었다. 먼저 가족과 아담 맥케이 감독에게 감사함을 표한 뒤, “이 캐릭터(딕 체니)를 연기하는 데 영감을 준 사탄에게 감사하다”라고 밝힌 것. 굉장한 권력을 가진 동시에 ‘악의 축’이라 불렸을 정도의 행보를 보였던 딕 체니를 재치 있게 풍자한 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탄교회에서 그의 수상소감에 응답했다는 점이다. 사탄교회 공식 트위터는 “사탄은 자부심, 자유, 그리고 개인주의의 상징이며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인간다움’의 메타포입니다. 크리스찬 베일은 본인의 재능으로 트로피를 거머쥐었으니, 아주 적절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찬 만세! 사탄 만세!”이라며 크리스찬 베일의 수상을 자신들의 교리를 대중에게 전파(?)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출처: Variety
“영화 플랫폼 논쟁, 이제는 끝나야 할 때”
– 알폰소 쿠아론 –
알폰소 쿠아론이 [로마]로 외국어 영화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일부 영화인들에게 그의 수상 소식이 달갑지 않았던 모양이다. 시상식 직후 기자회견장에서 “[로마]의 성공이 독립 영화계를 죽였다는 의견이 있다. 시상식 시즌에 한정된 극장에서만 상영을 하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공개해 수익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라고 질문이 나오자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후 그는 “역으로 질문하겠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유명 배우도 없는 흑백 멕시코 영화가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상영관을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상을 위한 제한 상영이 아니다. [로마]는 극장에서 개봉한 지 한 달도 넘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상영 중이다. 이는 외국 영화에 흔치 않은 사례다. 굉장히 불공평한 시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로마]를 둘러싼 오해에 대응했다. 뒤이어 “넷플릭스와 극장 사이의 논쟁은 끝나야 한다. 양측이 함께 나아가야 한다. 현재 둘의 갈등은 ‘영화’의 가치를 훼손시키고 있다. 넷플릭스와 극장이 힘을 합친다면 영화 산업에 다양성을 더할 수 있다”라며 지금과 같은 경쟁과 갈등 구도가 아닌, 화합이 영화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출처: Variety
“훌루 가서 보세요!”
– 넷플릭스 –
시상식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곳인 동시에 화합의 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이러한 분위기에 걸맞은 훈훈한 광경을 연출해 화제가 되었다. 올해 산드라 오에게 ‘한국계 배우 최초로’ 트로피를 쥐어 준 [킬링 이브]는 TV 드라마 작품상 후보에도 오를 만큼 큰 사랑을 받은 첩보 스릴러로, 현재 훌루에서 스트리밍 중이다(본 방송은 BBC 아메리카에서 방영). 넷플릭스 공식 트위터는 “지금 당장 [킬링 이브]를 보시기 바랍니다. 각본, 연출, 연기 측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오 세상에… 그 연기력이란! 산드라 오와 조디 코머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이 세상 것이 아닌 완벽함입니다. 무조건 보세요”라며 [킬링 이브]에 극찬을 아끼지 이에 한 트위터 이용자가 넷플릭스에 없다고 아쉬움을 표하자 “훌루에서 보세요!”라며 동료 스트리밍 업체 훌루를 홍보해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출처: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