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언더독 (Underdog): “어른, 아이 모두를 위한 교훈 충만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NEW

 

에디터 Amy: 영상미도 좋고 의미 있는 메시지도 담겨 있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한국형 애니메이션. 버려진 개들과 인간 때문에 집을 잃은 야생 개들이 힘을 합쳐 자유로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벌이는 모험을 그리는데,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동화가 아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한 생명을 마치 장식처럼 사들여 짖음 방지 목걸이를 채우고,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다 버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생명 경시 풍조와 유기견 문제를 지적한다. 게다가 나름의 방식으로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보듬는 개들을 위협하는 악당은 바로 개장수다. 개 농장과 사냥으로 개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모습에 분노하게 만들고, 꿋꿋하게 헤쳐나가는 개들을 보며 눈물짓게 만들기도 한다.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완성된 [언더독]은 반려견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특히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미래의 미라이 (Mirai): “사랑스럽지 않아도 괜찮아”

이미지: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에디터 Jacinta: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변화가 감지된다. 전작들처럼 가족을 테마로, 시간여행을 주요 원동력으로 삼지만 흘러가는 방식도 다가오는 방식도 이전과 다르다. 주인공 네 살 쿤은 애니메이션에서 쉽게 그려지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거리가 멀다. 여전히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질투도 투정도 심한 아이다. 미래에서 온 동생은 그런 쿤에게 현실에 조급하게 매달리지 않고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상상력으로 펼쳐내는 판타지를 기대했다면, 시공간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일상에 머물러 있는 듯한 시간 여행은 밋밋하고 평범해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당사자가 현실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쿤이라는 점에서 색다른 매력을 전한다. 소박한 시간여행은 미성숙한 아이에게 한 번에 많은 것을 선물하지 않지만, 좌절과 혼란을 거듭하며 서서히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여정은 슬그머니 미소 짓게 한다. 이전보다 외적인 흥미는 줄어들었지만 특유의 비범함은 여전해 보인다.

 

 

 

글래스 (Glass): “좋으면서도 아쉬운 3부작의 마무리”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디터 겨울달: 19년 동안 쌓아 올린 ‘샤말란 슈퍼히어로 유니버스’의 최종장. 히어로와 빌런이 한 자리에서 만나 최후의 대결을 펼친다. 샤말란의 야심은 영화 곳곳에 그대로 드러난다. 영웅, 빌런, 설계자라는 캐릭터 구성은 슈퍼히어로 서사에 충실하다. 반면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에 비해 VFX가 거의 없고, 인간들은 이들의 힘이 망상이라고 생각한다. 반전의 반전은 “우리 안의 영웅을 찾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문제는 야심을 영화 안에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것. 전작을 잇는 이야기는 무리 없이 녹아든다. 케빈의 모든 인격이 등장하는 순간은 단연 하이라이트다. 그러나 두 번의 반전을 위한 새 설정은 영화에 잘 녹아들지 못하고, 설명으로 풀다 보니 영화에 말이 말이 많아진다. 좀 더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3부작이 마무리되길 바랐는지라, [글래스]가 아이디어를 풀어가는 방식은 다소 실망스럽다.

 

 

 

그대 이름은 장미: “올드한 감성, 올드한 메시지”

이미지: 리틀빅픽처스

 

에디터 Jacinta: 여러 영화에서 숱하게 다뤄온 희생으로 점철된 모성애. [그대 이름은 장미] 역시 그런 모성애를 화두로 삼는다. 미혼모 엄마와 딸의 오해와 갈등, 화해의 여정을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써니]의 방식을 살짝 빌려와 펼쳐 보인다. 선한 의도에서 출발한 영화는 자극적인 신파로 빠지지도 않고 무난하게 흘러가는데, 그 이상의 매력이 없다. 모처럼 스크린에 복귀하는 유호정의 변함없는 연기를 보는 건 즐겁지만, 긴 시간에 걸쳐 여러 에피소드를 담아내니 전체적으로 산만하다는 인상이 강하고 이야기의 이음새도 투박하다. 여러 편의 일일드라마를 두 시간으로 압축해서 보는 기분도 든다. 게다가 후반부에서 보여준 엄마 홍장미의 행동이 지나친 희생으로 보여 시대착오적인 모성애가 아닌지 의문도 든다.

 

 

 

왕이 될 아이 (The Kid Who Would Be King): “전설을 독특하게 재해석한 판타지”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에디터 겨울달: 아서왕의 전설이 현대에 다시 실현되는데, 그 주인공이 평범한 12살 소년이라면? [왕이 될 아이]는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 전설을 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모험담이자 성장 이야기로 재해석했다. 평범한 소년 알렉스는 엑스칼리버를 발견하고 마녀 모가나를 없애는 여정을 경험하며 리더로 성장한다. 알렉스와 함께 모험을 떠난 아이들도 각자의 약점을 극복하고 진정한 기사로 거듭난다. 성장 영화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왕이 될 아이]는 대중문화 레퍼런스와 마법 세계를 독특하게 재해석해 큰 웃음을 준다. 마법 지팡이 없이도 마법을 쓸 수 있다면? 대마법사 멀린의 에너지 포션이 치킨너겟이라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재미있으면서도 말이 되는 설정이 가득하다. 아이들이 모험을 통해 삶의 교훈을 배우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 2019년에 걸맞은 웃음 포인트를 곳곳에 넣었다. 아서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으로도, 아이들의 모험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도 손색없다.

 

 

 

쿠르스크 (Kursk): “아쉬운 점도 뒤덮는 격한 공감대”

이미지: TCO(주)콘텐츠온,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에디터 Jacinta: 실화 사건을 다룬 영화 [쿠르스크]는 약간의 모순을 안고 시작한다. 러시아 핵잠수함 침몰 사건을 러시아가 아닌 주변 유럽 국가에서 공동제작하고 모든 대사는 영어로 소화한다. 얼핏 제작 배경은 영화의 의도에 의심을 품게 할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영화는 복잡한 정치적 지형을 부각하기보다 보편적인 감정에 호소하며 우려를 불식시킨다. 폭발사고 후 살아남은 생존자를 중심으로 생환을 염원하는 가족과 구조 작업을 둘러싼 풍경을 병렬한다. 생존 확률이 낮아지면서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도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몰아가지 않는다. 가깝지만 한 발짝 물러선 채 가슴 아픈 실화를 묵묵히 담아낸다. 제3자의 입장에서 그려내는 실화 영화라는 점이 감정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연출자적 시선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전하는 이야기에 강하게 몰입이 된다. 구조 작업이 늦어지고 애태우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잊을 수 없는 2014년 4월의 바다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시기도 배경도 다르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과 그와 대비되는 정부의 무책임한 모습이 절묘하게 그날과 겹친다. 마지막까지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분노 어린 메시지를 의미심장하게 드러낸 영화에 뜨겁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일일시호일 (Every Day a Good Day): “키키 키린이  건네주는 따뜻한 차 한 잔”

이미지: 영화사 진진

 

에디터 띵양: 따뜻한 위로가 차(茶)의 온기처럼 온몸을 감싸 안는 작품. [일일시호일]은 이제 갓 스무 살이 되었지만 앞으로의 인생이 막막한 노리코가 우연히 다도를 배우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처음에는 엄격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규율에 혼란스러워하는 노리코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도는 그녀의 삶의 일부분이자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위로가 되어준다. 영화가 시종일관 담담한 톤을 유지하며 다도를 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다소 지루함을 느끼는 관객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팍팍한 삶 속에서 작은 위로라도 필요했던 이들에게는 [일일시호일]이 전하는 위로와 ‘매일매일이 좋은 날’이라는 메시지는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올 것이다. 이 작품을 끝으로 세상을 떠난 키키 키린의 몸짓과 표정, 대사 하나하나를 곱씹을수록 그 여운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듯하다.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Trace of Sin): “씁쓸한 인간군상이 담긴 웰메이드 영화”

이미지: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에디터 띵양: 일본의 사회구조적 병폐를 낱낱이 드러낸 작품.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은 미궁에 빠졌던 살인 사건을 파헤치면서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는 기자 다나카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작품이다. 영화는 스릴러인 동시에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의 사회적인 문제를 꼬집는 사회고발물이기도 하다. 두 가지를 조화롭게 섞지 못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작년에 경험했기에, 다소 걱정도 있었지만 이 작품은 둘을 잘 버무려서 스릴러의 서스펜스와 사회고발 영화의 씁쓸함을 모두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대개 일본 스릴러 영화들이 그렇듯,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은 정적이고 메마른 톤을 유지한다. 거기에 영화 전개와 다소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전개에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퍼즐 조각이 맞아떨어지는 마지막 순간, 이 모든 게 철저한 계산 끝에 나온 연출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이 영화의 진가를 알아차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