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전 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사는 아마도 아카데미 최종 후보 발표였을 것이다. 매년 그랬듯이 후보 명단을 두고 말이 오가는 가운데, 아카데미 소식 외에도 할리우드에서는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들려왔다. 인종차별주의자를 향한 소피 터너의 따끔한 한마디부터 다큐멘터리 [리빙 네버랜드]를 둘러싼 논란까지, 자칫 놓칠 뻔한 흥미로운 할리우드 이야기들을 이번 주 ‘할리우드 말말말’에서 살펴보자.

 

 

“인종차별에 날 끌어들이지 마!”

– 소피 터너 –

 

유명인이 ‘밈(meme)’의 대상이 되는 것은 상당히 흔한 일이다. 유명인들도 크게 여의치 않고 즐기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밈(meme)이나 ‘짤방’이 곧 팬들의 관심과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만 논란거리가 되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다. 소피 터너는 최근 자신이 불쾌한 밈(meme)에 사용되는 경험을 겪었다. 바로 “인종과 문화의 순결함을 위하여. 백인은 50,000년 진화 역사의 산물이다. 우리의 유전적 유산을 혼혈로 망치지 마라”라는 인종차별 발언에 자신의 사진이 사용된 것. 이에 그녀는 “웩, 제발 날 인종차별에 끌어들이지 마”라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소피 터너의 리트윗에 사태가 커지자 게시자(@GretchNachtRabe)는 서둘러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지속적으로 인종차별적인 글을 올린 사실이 네티즌들에게 적발되면서 결국 계정 정지까지 당하고 말았다. ‘표현의 자유’가 인간이 응당 가져야 할 권리지만, 이를 악용해 혐오 발언을 일삼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씁쓸하기만 하다.

 

출처: Twitter

 

 

“빌 마허! ‘왓치맨’이나 ‘데어데블’ 읽어보는 건 어때요?”

– 롭 라이펠드 –

 

지난 11월, ‘코믹스의 아버지’ 스탠 리가 세상을 떠났다. 당시 수많은 팬들이 애도를 표한 가운데, 이들을 조롱해 도마 위에 올랐던 빌 마허(사진 오른쪽)가 최근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스탠 리를 조롱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만화책이나 슈퍼히어로 영화를 명작이라 떠받드는 ‘만년 어린이’들에게 실망한 것뿐이다. 스탠 리의 타계가 기쁘지 않지만, 당신들이 살아있어 슬프다. 철이 덜 들었다는 말에 성질을 부리는 것은 아이언맨(Iron Man)이 아니라 아이러니맨(Irony Man)이다”라며 자신을 비판한 코믹스 팬들을 저격한 것. 이후에도 코믹스 문화를 무시해 팬들의 화를 북돋았는데, ‘데드풀’ 원작자 롭 라이펠드가 빌 마허에게 남긴 트윗이 화제가 됐다. “빌 마허, 당신의 의견을 존중합니다”라며 운을 뗀 그는 “그래도 앨런 무어나 프랭크 밀러의 코믹스를 몇 권 추천하고 싶네요. 스토리텔링이 굉장하거든요. ‘왓치맨’, ‘늪지의 괴물’, ‘다크 나이트 리턴즈’, 그리고 프랭크 밀러의 ‘데어데블’ 시리즈는 삽화 문학의 완벽한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라며 빌 마허를 코믹스 세계에 입문시키려는 회유(?) 작전을 펼쳤다.

 

출처: Twitter

 

 

“아카데미는 여전히 제한적인 시상식이다”

– 패티 젠킨스 –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종 후보 명단이 지난주 발표됐다. 평단과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이 후보에 오르며 단꿈을 꾸고 있는 가운데, 올해 여성 연출자가 단 한 명도 후보로 지목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 후보의 부재는 이전부터 제기되던 문제다. 91년 아카데미 역사를 통틀어 여성 감독 혹은 작품이 후보에 오른 경우는 다섯 차례, 그중 수상에 성공한 경우는 [허트 로커] 캐서린 비글로우뿐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작 [몬스터]와 [원더 우먼]을 연출한 패티 젠킨스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아카데미에서 이 사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맞다고 운을 뗀 그녀는 “그러나 진짜 문제는, 당신이 어떤 영화를 만들건, 그 작품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건, 그리고 관객이 얼마나 다양한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카데미의 투표 기준은 여전히 제한적이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뒤이어 “아카데미 투표위원들의 대다수는 연출가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경험했다. 무슨 의미일까? 후보에 올랐던 사람들이 새로운 후보를 선정한다는 뜻이다. 결국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셈이다”라며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출처: indieWire

 

 

“브라이언 싱어 [레드 소냐] 하차 안 해, 가짜 뉴스와 진실 구분할 줄 안다”

– 아비 러너 –

 

영화감독으로서 브라이언 싱어를 평가절하할 사람은 많지 않다. [유주얼 서스펙트]와 [엑스맨] 시리즈, [보헤미안 랩소디]까지 그의 커리어는 ‘성공’과 ‘흥행’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인간’ 브라이언 싱어를 향한 시선은 다르다. 미성년 성추행 혐의, 근무태만으로 인한 [보헤미안 랩소디] 하차(미국 감독 조합 규정상 연출자로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거나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23일, 브라이언 싱어가 과거 네 명의 미성년자를 성추행했다는 새로운 혐의가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제작자 아비 러너가 브라이언 싱어의 연출력과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며 그가 [레드 소냐]에서 하차하지 않는다고 밝히자 대중은 큰 충격에 빠졌다. 브라이언 싱어가 프로젝트에서 하차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분명히 한 아비 러너는 뒤이어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음악 영화로 자리매김한 [보헤미안 랩소디]가 곧 그의 실력과 비전을 입증한다. 나는 특정한 목적을 가진 가짜 뉴스와 진실을 구분할 줄 안다. 미국에서는 피의자의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다”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많은 배우와 제작진이 ‘혐의’만으로도 커리어에 큰 타격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분명 이례적인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출처: THR

 

 

“[리빙 네버랜드]는 ‘유명인 죽이기’, 돈에 눈 먼 거짓말쟁이들의 이야기다’

– 마이클 잭슨 재단 –

 

선댄스 영화제가 한창인 지난 25일, [리빙 네버랜드]가 논란 속에서 공개됐다. 댄 리드가 연출한 이 다큐멘터리는 마이클 잭슨의 아동 성추행 피해자라 주장하는 두 남성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다큐멘터리의 진위여부다. 댄 리드가 피해자 인터뷰만 의도적으로 사용했다고 고백했을 뿐만 아니라, 매컬리 컬킨, 코리 펠드만과 함께 20년 가까이 마이클 잭슨을 변호한 웨이드 롭슨이 돌연 피해자 신분으로 다큐멘터리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공개 직후 마이클 잭슨 재단은 “마이클 잭슨이 감내했던 타블로이드식 ‘유명인 죽이기’를 세상을 떠난 뒤에도 여전히 당하고 있다”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재단은 뒤이어 “마이클 잭슨의 혐의는 판사가 최종적으로 기각한 소송을 바탕으로 퍼졌다. 심지어 원고들은 본인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했다. 결국 [리빙 네버랜드]는 두 사람의 거짓말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중략) [리빙 네버랜드]는 아동 성범죄 피해자들을 욕보였다. ‘돈 때문에 만든 것이 아니다’라 주장해도, 결국 모두 돈 때문에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했다”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출처: indieW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