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1. 기묘한 가족 (THE ODD FAMILY: ZOMBIE ON SALE): “이런 좀비 영화 또 없습니다”

이미지: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에디터 띵양: 어이없게 웃긴 ‘한국형’ B급 좀비 코미디. [기묘한 가족]은 한적한 시골 마을에 사는 가족이 우연히 좀비를 집안에 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포인트가 있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전개,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시골의 모습, 웃고 나면 왠지 자존심 상하는 B급 아재 개그와 패륜 개그, ‘좀비 영화 클리셰’를 비틀면서 생기는 신선함, 그리고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가졌던 ‘자본주의 비판’의 메시지는 에디터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일반적인 좀비 영화가 선사하는 재미 혹은 [새벽의 황당한 저주], [웜 바디스] 같은 좀비 코미디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난해하기 그지없는, 돈과 시간만 아까운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즐겁게 본 작품이지만, B급 영화의 길을 택했음에도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B급 특유의 향기가 옅어지는 것은 아쉽게 느껴졌다.

 

 

2. 증인 (Innocent Witness): “착하고 따뜻하다, 선의의 힘을 믿고 싶을 만큼”

이미지: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에디터 겨울달: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를 만나며 안락함을 위해 애써 눈감았던 진실과 정의를 다시 찾아간다는 내용. 법정 드라마로는 단순하고 개성 없어 보이지만, 영화를 만든 마음가짐이 곳곳에 보일 때마다 단점은 그냥 넘어가게 된다. 시나리오와 연출엔 주제와 대상에 대한 존중이 깔려 있으며, 억지로 자극적인 장면을 만들려 하지 않으면서 관객에게 자폐 스펙트럼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배우의 연기는 작품의 의도에 깊이를 더한다. 정우성은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 더 멋지고 빛난다. 김향기는 지우의 자폐 증상을 고정관념대로 그리지 않으면서 다른 면들도 돋보이게 해 지우라는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의도만으로 좋은 영화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품고 노력했는지 잘 보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잠깐 동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3. 해피 데스데이 2 유 (Happy Death Day 2U): “아쉬움보다 즐거움이 큰 영리한 속편”

이미지: UPI 코리아

 

에디터 Jacinta: 유쾌 발랄한 호러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자기 복제의 늪에 빠지지 않은 영리한 속편. 오싹하게 무섭지 않아도 도망가기 바빴던 기존 영화 속 주인공들과 달리 거침없는 성격으로 적극 맞서는 트리의 핵사이다 매력이 여전히 즐겁다. 전편의 설정을 유쾌하게 비틀고, 개성 넘치는 매력의 트리뿐 아니라 주변 캐릭터를 폭넓게 활용하며 깨알 같은 재미를 만들어낸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다시 2년 전 악몽 같은 생일로 돌아가고자 끌어들인 공상과학적인 설정은 장르 혼종의 규모를 키워 응집력을 흩트린다. 또한 트리의 선택에 변화를 주면서 성장 서사를 강화했지만, 베이비의 역할이 전편보다 위축되어 대결 구도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건재한 트리의 쾌활한 매력이 팝콘무비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4. 메리 포핀스 리턴즈 (Mary Poppins Returns): “브로드웨이 급 뮤지컬을 화려하게 담아낸 영화”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디터 Amy: 추억의 메리 포핀스가 화려하게 돌아왔다. 사랑스러운 동화 같은 이야기를 환상적인 비주얼과 음악으로 그려냈다. 우산을 타고 날아와 마법 같은 놀이와 신나는 노래를 알려 주던 유모 메리 포핀스는 다시 연을 타고 날아와 곤경에 빠진 뱅크스 아이들을 돌본다. 원작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등장하며 추억을 돌이키게 만들기도 하지만, 원작을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2D 애니메이션과 절묘하게 조화되는 영상과 화려하고 웅장한 뮤지컬이다. 그릇 속 세상으로 넘어간 메리 포핀스와 아이들은 그림 같은 의상을 입고, 마치 실재하는 듯이 애니메이션 캐릭터들과 어울린다. 게다가 배우들이 직접 선보이는 노래와 춤이 곳곳에서 등장하며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을 영화 속으로 옮겨놓은 듯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눈과 귀가 즐거운 이 영화는 음향 효과가 좋은 특별관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5.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The Tokyo Night Sky Is Always The Densest Shade of Blue): “절망과 고독이 자리한 도시의 우울한 풍경을 한줄기 희망으로 그려내다”

이미지: 디오시네마

 

에디터 Jacinta: 화려한 대도시의 삶은 고독하고 쓸쓸하다. 미카와 신지는 정서적 결핍 속에 불안정하고 막연한 삶을 살아간다. 도쿄 올림픽이 다가오는 도시의 풍경은 우울하게 단절됐고 도처에 죽음의 향기가 짙게 배어있다. 사이하테 타이의 시집에 영향을 받은 영화는 과감하고 실험적인 영상과 함께 우울한 청춘의 교감을 건조한 톤으로 담아낸다. 불친절한 내러티브에도 미카와 신지가 살아가는 도쿄의 음울한 풍경은 낯설지 않다. 그래서 미카와 신지의 마지막 모습에 위로받고 용기를 얻는다.

 

 

6. 험악한 꿈 (Mean Dreams): “유려한 영상미로 담아낸 낭만적인 도피극”

이미지: 판씨네마(주)

 

에디터 Jacinta: 억압과 폭력으로 물든 집에서 벗어나 위험한 도피에 나선 10대의 이야기를 낭만적인 동화의 정서를 품고 그려낸 스릴러. 영화는 긴장과 흥분이 주도하는 스릴러보다는 제목 그대로 고단하고 불확실한 여정 속에서 ‘험난한 꿈’을 향해 가는 조나스와 케이시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캐나다 북부 온타리오의 광활한 자연환경을 황금빛을 머금은 아름답고 낭만적인 세상으로 그려내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차갑고 냉랭하게 포착한 유려한 영상미는 빌 팩스톤의 섬뜩한 연기와 함께 달콤하면서도 위태로운 여정에 힘을 실어준다. 마지막 과감한 결말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