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넷플릭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중, 로튼 토마토 98%로 높은 신선도를 받으며 참신한 소재와 서사의 전개, 톡톡 튀는 매력으로 대중의 이목이 쏠린 작품이 있다. 바로 2월 1일에 공개된 [러시아 인형처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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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섯 번째 생일을 맞은 주인공 나디아는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화려한 파티를 즐긴다. 파티장에서 만난 남자와 밤을 보내던 나디아는 집 밖으로 나가다가 자동차 사고를 당하는데, 눈을 떠보니 파티가 한창인 집안 화장실 거울 앞에서 여전히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죽었다가 깨어나니 다시 자신의 생일날 저녁으로 돌아온 것이다.

 

죽었다가 깨어나고 다시 생일을 반복한다는 소재는 [해피 데스데이]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면 살인마가 매번 주인공을 죽여 미래로 나아갈 수 없도록 하는 공포영화 [해피 데스데이]와는 달리, 나디아의 시선을 따라가며 죽음과 생일이 반복되는 이유를 찾아가는 코미디 드라마라는 점이다. 시작은 같을지라도 전혀 다른 전개 방식으로 흘러간다는 점이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이미지: 넷플릭스

 

주인공 나디아 벌보코브는 넷플릭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니키 니콜스 역으로 잘 알려진 나타샤 리온이 연기한다. 아역부터 시작해 탄탄하게 쌓아 올린 연기력으로, 실제 본인 모습인지 연기인지 모를 정도로 냉소적이면서도 쿨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선보인다. 나디아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로 등장하는 맥신과 리지, 루스 등 여성 캐릭터 각자의 매력이 잘 살아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도 나타샤의 영향이 크다. 나타샤 리온을 비롯해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 에이미 폴러와 [슬리핑 위드 아더 피플] 레슬리 헤드랜드가 각본, 감독을 맡아 제작을 총괄해 여성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여성들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제목에 등장하는 러시아 인형은 러시아의 전통 공예 인형인 마트료시카를 가리키는데, 큰 인형의 속에는 차례로 점점 작은 인형들이 들어가 있다. 차곡차곡 겹겹이 쌓인 마트료시카처럼 나디아는 자신이 다시 살아나는 이유를 찾아가고 여러 번의 죽음을 겪으면서 그 실마리에 다가간다. 자신이 피운 대마초, 파티장, 헤어졌던 남자친구를 거쳐 나디아는 자신과 똑같은 증세를 겪고 있는 앨런을 만나게 된다.

 

 

이미지: 넷플릭스

 

서로 접점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나디아의 생일날 첫 번째로 마주하게 된 각자의 죽음이 원인임을 발견한다. 서로의 죽음을 막기 위해 죽음과 삶이 반복된다는 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억눌러왔던 과거와 비로소 대면한다. 어머니의 죽음이 어머니를 떠난 자신 탓이라고 여기며 언제라도 생을 놓아버릴 것처럼 위태롭게 살았던 나디아, 자신이 정한 규칙만을 따르며 타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다가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고 좌절해 죽음을 택했던 앨런은 처음으로 돌아가 어긋나버린 둘의 시작점을 고치려 한다.

 

[러시아 인형처럼]의 대미는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드러난다.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은 각자의 시간대를 사는, 같지만 전혀 다른 인물이다. 자신의 시간으로 다시 돌아간 나디아와 앨런은 결국 서로의 죽음을 막아내고, 힘들고 고달픈 삶일지라도 죽음보다는 함께 살아가기를 택한다.

 

[러시아 인형처럼]은 시즌 3까지 제작이 예정되어 있으며, 그 이상도 나올 수 있다고 한다. 나디아의 이야기가 다시 등장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인물의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줄 것인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기대하며 기다릴 수 있을 매력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