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영화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아카데미 시상식이 성대하게 치러졌다. 올해는 한 작품의 싹쓸이 없이 골고루 상을 가져간 가운데 [그린 북]이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본상을 수상하며 주인공이 됐다. 한국에서 크게 흥행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남우주연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최다 수상작이 됐고, 2018년 북미 최고 흥행작 [블랙 팬서]는 기술 부문에서 3개 상을 수상했다.

최다 노미네이션 기록을 세운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는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 3개 부문을, 역시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여우주연상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주요 부문 수상 결과에 대해 언론과 소셜 미디어의 반응은 기쁨과 경악의 반응이 반반이다. 아마도 역대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올해 아카데미상 수상자 전체 명단은 다음과 같다.

  • 작품상: 그린 북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그린 북]의 수상은 재작년 [라라랜드] vs [문라이트] 서프라이즈에 이어 회원들과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길 만하다. 경쟁작들이 모두 칸과 베니스 등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 받거나, 전미 흥행 성적 1위를 기록했거나, 지난 한 해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켰다. [그린 북]의 수상은 오스카가 결국 미국 영화제이며, 지금 미국 내 첨예한 인종 차별을 다룬 점에서 시선을 끌고 ‘필굿 무비’를 선호하는 최근의 경향에서 점수를 더 얻은 것으로 보인다. 결과에 대한 비판은 언제나 그렇듯 많지만, 아카데미가 시대에 발맞춰 변신하려 노력함에도 결국 모든 갈등을 해결할 ‘백인 구원자’ 시각을 놓지 못했다는 의견이 눈에 띈다.

  • 감독상: 알폰소 쿠아론 (로마)
이미지: 넷플릭스

알폰소 쿠아론은 2013년 [그래비티]에 이어 생애 두 번째로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오늘 수상으로 넷플릭스는 아카데미 감독상 작품을 배출한 스튜디오로 자리 잡게 됐다. 쿠아론의 수상은 독특한 기록도 세웠는데, 2013년 이후 6년 간 멕시코 감독이 감독상을 5번 수상하게 된 것. 물론 다른 주인공은 그와 함께 ‘세 친구(Three Amigos)’로 불리는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와 기예르모 델 토로다.

  • 여우주연상: 올리비아 콜맨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 남우주연상: 라미 말렉 (보헤미안 랩소디)
  • 여우조연상: 레지나 킹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
  • 남우조연상: 마허샬라 알리 (그린 북)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올해 연기상 부문은 유색인종 수상자가 과반을 넘은 첫 시상식이 됐다. 라미 말렉은 첫 이집트계 수상자이며, 레지나 킹과 마허샬라 알리는 모두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마허샬라 알리는 흑인 배우로는 최초로 조연상을 2번이나 수상하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그 어느 부문보다 경쟁이 치열했던 여우주연상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올리비아 콜맨이 글렌 클로스(더 와이프), 레이디 가가(스타 이즈 본) 등을 물리치고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 각본상: 그린 북
  • 각색상: 블랙클랜스맨
이미지: Focus Features

각본상과 각색상은 수상이 유력했던 영화가 모두 상을 받아갔다. [그린 북]은 골든 글로브상 각본상을 수상하면서 일찌감치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로 꼽혔고, [블랙클랜스맨]은 BAFTA에서 각색상을 받으며 유력 후보가 됐다. 스파이크 리는 [블랙클랜스맨]으로 생애 첫 경쟁부문 오스카 상을 수상했다. (리는 2016년 명예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 외국어영화상: 로마
  •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 장편 다큐멘터리 작품상: 프리 솔로
  • 단편 영화 작품상: 스킨
  • 단편 다큐멘터리 작품상: 피리어드: 더 패드 프로젝트
  •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바오
이미지: 소니 픽쳐스

외국어영화상,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부문은 모두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 작품들이 상을 받았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뛰어난 작화와 서사로 ‘스파이더 맨’을 재창조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디즈니 작품 2편을 제치고 상을 받았다. 장편, 단편 다큐멘터리 작품상은 모두 여성 감독의 작품이 받았다.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받은 [바오]의 도미 시는 여성으로는 최초로 픽사 단편을 만든 감독이자 최초의 픽사 소속 여성 수상자가 되었다.

  • 촬영상: 로마
  • 편집상: 보헤미안 랩소디
  • 음악상: 블랙 팬서
  • 주제가상: “Shallow” (스타 이즈 본)
  • 음향 편집상: 보헤미안 랩소디
  • 음향 효과상: 보헤미안 랩소디
  • 분장상: 바이스
  • 의상상: 블랙 팬서
  • 미술상: 블랙 팬서
  • 시각효과상: 퍼스트 맨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기술 분야에선 [보헤미안 랩소디]와 [블랙 팬서]의 선전이 돋보인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시상식 시즌 내내 호평받았던 편집과 음향 부문에서 상을 가져갔다. [블랙 팬서]는 슈퍼히어로 영화 최초로 의상상, 미술상, 그리고 음악상을 수상했다. 의상상 수상자 루스 E. 카터, 미술상 수상자 한나 비츨러는 흑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이 부문에서 상을 수상했다. [퍼스트 맨]은 디즈니 영화 3편을 물리치고 시각효과상을, 사운드트랙 앨범이 빌보드 차트를 점령했던 [스타 이즈 본]은 주제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