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1. 캡틴 마블(Captain Marvel) – MCU 역사를 새로 쓸 여성 영웅의 등장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에디터 겨울달: MCU 최초 여성 단독 주연 영화는 오락성과 메시지의 균형을 적절하게 맞춘다. 히어로 시리즈 1편의 틀을 살짝 비틀어, 잃어버린 기억을 더듬으며 진실을 깨닫고 영웅으로 각성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캡틴 마블은 가장 강력한 히어로라는 설명 그대로 강하지만 약점도 많고 솔직한 인물이다. 우주선 몇 대쯤 가볍게 날리는 파워보다 복합적인 캐릭터가 눈에 더 들어온다. 캡틴 마블과 닉 퓨리는 버디 코미디 속 주인공들처럼 호흡이 척척 잘 맞고, 캐럴과 마리아의 우정과 서로를 향한 신뢰엔 짜릿함도 느낀다. 영화 전체적으로 쿨한 바이브가 넘실대고 1990년대로 가능한 장치나 설정이 웃음을 준다. [어벤져스: 엔드게임]뿐 아니라 어벤져스, MCU의 기원과도 단단하게 얽혀 있어, 마블 시리즈 팬이라면 놓쳐선 안 될 작품이다. 아! 고양이가 나오고, 위기마다 멋진 활약을 보여준다. 역시 고양이가 세상을 구한다.

 

 

2. 그때 그들(Loro) – 화려한 겉모습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추악함

이미지: 영화사 진진

에디터 Amy: 전 이탈리아 총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다룬 블랙 코미디. 언론 장악, 탈세, 각종 망언과 여성 편력까지 논란으로 똘똘 뭉친 실비오는 이탈리아 정치계를 주무르는 거물이다. 부정부패 논란으로 총리직에서 사퇴한 후에도 복귀를 꿈꾸며 여전히 힘을 자랑한다. 성공을 꿈꾸는 세르조는 그를 통해 권력을 잡기 위해 접근하려 발버둥 친다. 두 남자의 욕망을 향한 질주는 성접대와 마약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원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영화에서는 이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화려한 색감과 아름다운 영상미로 그 모습을 대비시켜 관객들에게 불쾌한 감정을 안긴다. 무심하게 지나가는 듯이 찌르는 대사들, 그리고 실비오를 연기한 토니 세르빌로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3.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Sueño en otro idioma) – 언어와 사랑의 어긋난 만남

이미지: 아이 엠

에디터 Jacinta: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감상과 해석의 여운이 달라지는 영화. 젊은 언어학자가 소멸 위기에 처한 토착 언어를 연구하기 위해 두 남자 사이에 얽힌 해묵은 비밀에 다가서는 이야기는 이국적인 배경과 함께 설정부터 서정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막 없이 흘러나오는 시크릴어도 영화만의 고유한 매력을 더해준다. 영화 속 겹겹이 쌓인 층위는 누군가에게는 언어의 본질을 탐구하는듯한 매력으로 다가설 테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급격하게 전개되는 멜로드라마의 갈등이 초반의 흥미로운 설정을 반감하는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언어에 사랑을 대입시켜 본질을 탐구하는 의도는 전해지나 서사의 균형 감각이 어긋나 성급한 멜로드라마로 더 강하게 기억된다.

 

 

4. 내가 사는 세상 – 잘 하고 있는데, 잘 대우 받지 못하는 청춘들을 위하여

이미지: (주)인디스토리

에디터 띵양: 부당함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 [내가 사는 세상]은 낮에는 퀵 서비스, 밤에는 아는 형의 클럽에서 무보수로 디제잉을 하는 민규와 학교 선배의 미술학원에서 열정 페이를 받으며 근무하는 시은의 고된 하루하루를 그렸다. 미래를 꿈꾸는 것은 사치가 되어버린, 오늘 하루를 버티는 것으로도 힘겨운 둘은 노동자로서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시선과 홀대뿐이다. 근로 계약서를 써 달라는 말에 “빨갱이 새끼”라는 말을 듣고 추가 근무 수당 요구에 “나 때는 말이야~”라면서 이들을 비정상으로 치부하는 갑의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인데 반해, 이를 비추는 카메라의 화법은 담담해서 민규와 시은의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 더욱 처절하게 보인 것은 에디터만의 착각이 아닐 것이다.

 

 

5. 브라더 오브 더 이어(Brother of the Year) – 식상함 100, 상식은 0인 ‘난장판 오브 더 이어’ 

이미지: (주)영화사 오원

에디터 띵양: 여동생의 연애를 방해하는 오빠와 사랑을 사수하려는 여동생의 이야기. 흔히 아웅다웅하는 남매를 보고 ‘현실 남매’라고 말하지만, [브라더 오브 더 이어]가 주장하는 ‘현실 남매’의 모습은 비현실을 넘어 비상식적이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둘의 모습은 몇번 소소한 웃음을 선사하지만, 그 이외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다. 영화의 전개도 상식을 뛰어넘는다. 뜬금없는 전개와 유머,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들의 행동과 감정선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제치고 태국에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는데, 아무래도 에디터와 태국의 유머코드는 맞지 않는 모양이다.

 

 

6. 리노(Lino – Adventure of Seven Lives) –  흥미로운 설정을 반감시키는 작위적인 전개

이미지: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에디터 Jacinta: 마법사의 실수로 커다란 고양이로 변해버린 청년의 웃픈 소동극을 그린 브라질 애니메이션. 매사에 자신 없고 소심한 성격 탓에 스스로를 불운하다고 생각하는 청년 리노에게 머피의 법칙처럼 연거푸 꼬일 대로 꼬인 상황이 펼쳐진다. 경찰에 쫓기는 추격전과 어설픈 마법이 조화를 이루며 유쾌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여러 소동 끝에 낮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행복의 의미를 깨닫는 동화적인 결말로 안착한다. 다만 부주의하고 과장된 캐릭터가 이끄는 산만한 서사는 단편적인 재미를 줄지언정 몰입할 수 있는 집중력은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