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의 영화를 바라는 관객들은 개봉 전부터 절망에 빠진 어벤져스에 구세주로 등판할 [캡틴 마블]에 뜨거운 관심을 보내고 있다. 마블 첫 여성 히어로 솔로 무비 [캡틴 마블]이 예매량만 45만장을 돌파하며, 마블 솔로무비 예매 기록 경신에 이어 어벤져스급 예매율 기록한 것이다.

[캡틴 마블]뿐 아니라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그려낸 [알리타: 배틀 앤젤]도 관객의 호응을 얻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공은 이미 과거에도 꾸준히 있어 왔다. 멋지고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생각날 것이다. 강한 카리스마와 다채로운 액션으로 사로잡아 왔던 여성들을 만나보자.

 

 

 

툼 레이더(Lara Croft: Tomb Raider) – 안젤리나 졸리
이미지: Paramount Pictures

90년대 인기 게임을 영화화한 [툼 레이더]는 안젤리나 졸리를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시켰다. 영화 자체는 미흡한 완성도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원작 게임 속 ‘라라 크로프트’에 부합하는 안젤리나 졸리의 매력만큼은 관객을 만족시키며, 게임 원작 영화 최초로 북미 박스오피스 1억 달러를 돌파했다. [툼 레이더]가 성공하면서 A급 배우로 입지를 굳힌 안젤리나 졸리는 이후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면서도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원티드], [솔트]와 같은 액션 영화에도 출연하며 강인한 이미지를 이어나갔다.

 

 

 

지.아이. 제인(G.I. Jane) – 데미 무어
이미지: Buena Vista Pictures

여성 최초로 네이비씰 특전단 훈련에 임한 가상의 인물 ‘조단 오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고, [사랑과 영혼]으로 세계적인 배우로 떠오른 데미 무어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아쉽게도 엇갈린 평가를 받으며 흥행은 실패했지만, 삭발을 감행하고 한쪽 팔로만 팔굽혀펴기를 하는 등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보여주려 했던 데미 무어의 열연은 지금도 강렬하다.

 

 

 

킬 빌(Kill Bill) – 우마 서먼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강한 여성의 복수 액션 영화를 떠올릴 때 늘 언급될 만큼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는 작품이다. 행복한 결혼식이 핏빛 악몽으로 뒤바뀐 ‘브라이드’의 잔혹무도한 복수극을 두 편의 영화로 담아냈다.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답게 B급 영화(특히 일본과 홍콩)에 대한 오마주와 함께 피와 폭력이 난무하다. 잔인한 복수에 나서는 브라이드를 연기한 우마 서먼을 비롯해 루시 리우, 대릴 한나 등 여성 배우들의 활약도 인상 깊다. 한 가지 옥에 티라면 영화 촬영 당시 타란티노 감독이 우마 서먼에게 자동차 스턴트를 강요해 부상을 입혔다는 사실이다.

 

 

에이리언(Alien) – 시고니 위버

이미지: 20th Century Fox

그동안 수많은 영화에 강인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해왔지만, 시고니 위버의 ‘리플리’는 그중 최고로 꼽힌다. 1979년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은 기존 영화의 관습에서 벗어나 이성적이고 진취적으로 행동하는 여성 캐릭터를 완성하고, 에이리언이 남성 승무원의 몸을 뚫고 나오는 파격적인 설정과 독특한 비주얼을 선보이며 파란을 일으켰다. 11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월드와이드 1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두었으며, 당시 무명 배우였던 시고니 위버는 첫 주연작이 출세작이 되어 이후 4편까지 지속된 시리즈에 모두 출연했다.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 – 밀라 요보비치
이미지: UPI 코리아

게임 원작 영화 중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둔 시리즈 [레지던트 이블]은 사악한 기업 엄브렐라가 벌인 실험이 잘못되어 생긴 좀비와 그에 맞서 싸우는 여성 ‘앨리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6편까지 나온 영화는 완성도면에서는 시원찮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흥행 성적만큼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높아지고 있다. [제5원소]에서 신비롭고 중성적인 이미지로 주목받았던 밀라 요보비치는 [레지던트 이블]에서 많은 액션을 직접 소화하며 액션 전사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터미네이터(The Terminator) – 린다 해밀턴

이미지: 드림팩트 엔터테인먼트

[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리플리만큼 대중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여성 전사 캐릭터다. 첫 편에서는 카일 리스의 보호를 받는 평범한 웨이트리스에 머물렀지만, [터미네이터 2]에서 시련을 극복하고 강인한 여성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린다 해밀턴은 올해 하반기 개봉하는 리부트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를 통해 27년 만에 시리즈에 복귀해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언더월드(Underworld) – 케이트 베킨세일
이미지: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전쟁을 그린 [언더월드]는 [레지던트 이블]처럼 강한 여성 캐릭터의 압도적인 매력으로 시리즈를 이어온 작품이다. 케이트 베킨세일이 치명적인 매력과 화려한 액션을 겸비한 불멸의 뱀파이어 전사 ‘셀린느’로 분해 탄탄한 팬층을 결집시켜왔다. 2016년 개봉한 [언더월드: 블러드 워] 이후 후속편 논의는 아직 전해지지 않지만, 세월을 거스르는듯한 케이트 베킨세일이 여전히 건재한 만큼 언제 또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매트릭스(The Matrix) – 캐리 앤 모스
이미지: 영화사마농㈜, 씨네클럽봉봉미엘

SF 액션과 철학적 사유를 접목한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네오가 총알을 피하는 장면만큼이나 ‘트리니티’의 우아한 발차기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신에 딱 붙는 가죽 슈트를 입은 캐리 앤 모스는 섹시함보다는 강한 카리스마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다. 다만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시선을 잡아끄는 액션보다 네오가 각성하는 과정에서 사랑의 대상으로 남겨진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캐리 앤 모스가 멋지게 소화한 트리니티는 20세기 기억하고 싶은 강한 여성 캐릭터 중 하나다.

 

 

 

롱 키스 굿나잇(The Long Kiss Goodnight) – 지나 데이비스
이미지: New Line Cinema

평범한 주부이자 유치원 교사인 여성이 사실은 기억을 상실한 CIA 정예요원이다. 1996년 개봉한 [롱 키스 굿나잇]은 남성 배우의 전유물 같았던 스파이 액션의 성별을 바꿔 [델마와 루이스]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지나 데이비스에게 비정한 복수에 나서는 ‘사만다’ 역을 맡겼다. 안타깝게도 시대를 앞선 과감한 설정 때문인지 참담한 흥행 성적을 기록하면서 배우와 감독 모두에게 치명타를 입혔다. 하지만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재밌다고 한 목소리를 내는 영화이니 관람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예스마담(Yes, Madam) – 양자경
이미지: D & B Films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양자경은 열혈 형사로 출연한 [예스 마담] 시리즈로 두각을 드러냈다. 파트너 두 여성 형사가 범죄를 소탕한다는 추억의 영화는 형사물의 성역할을 전복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양자경은 이전까지 따로 무술을 배운 적이 없음에도 무술 교습과 발레로 다진 기반 덕분에 성룡과 홍금보 못지않게 뛰어난 액션을 선보이며, 여성 액션의 신세계를 열었다. 80년대 후반 결혼으로 은퇴했던 양자경은 이혼 후 다시 영화계로 돌아와 [폴리스 스토리3]를 시작으로 [007 네버 다이]와 [와호장룡]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다시 전성기를 구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