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1. 이스케이프 룸 (The Escape Room): “어깨 너머로 남의 게임 플레이를 지켜보는 듯”

이미지: 소니 픽쳐스

 

에디터 Amy: 목숨을 걸고 방을 나가야만 하는 치열한 탈출 게임. 방탈출 카페에서 게임을 즐겨본 적이 있다면 영화에 훨씬 더 몰입하기 쉽다. 서로 접점이 없는 여섯 사람이 가장 유명한 방탈출 회사 미노스의 초대장을 받게 되고, 상금을 받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아무리 기다려도 주최자는 오지 않고, 방에서 나가려는 순간 방탈출 게임이 시작된다. 도 넘은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참가자들은 점점 목숨의 위협을 느끼며 필사적으로 단서를 찾는다. 참가자가 하나둘씩 계속해서 쓰러져 감에도 불구하고 조여드는 긴장감과 긴박감이 부족하다. 마치 직접 해야 재미있는 게임을 멀찍이서 다른 플레이어들의 게임 플레이만을 관전하는 듯하다. 예상 가능한 반전과, 못다 한 이야기들을 속편에 밀어 넣으려는 듯이 흐지부지한 끝맺음도 아쉬움을 남긴다.

 

 

2. 아사코 (Asako I & II):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혹은 첫사랑을 떠나보내려는 이들에게”

이미지: (주)이수C&E

 

에디터 띵양:   [아사코]는 훌쩍 떠나버린 첫사랑 바쿠, 수년이 지나 운명처럼 만난 첫사랑과 빼다 박은 외모의 두 번째 사랑 료헤이, 그리고 이들과 사랑에 빠진 아사코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마치 아사코의 복잡한 감정처럼 말이다. 달달한 로맨스인 듯하다가 스릴러처럼 긴장감 넘치고, 또 한없이 착하고 순수한 아사코가 어느 순간 ‘희대의 나쁜 X’이 되고 만다. 바쿠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고, 또 료헤이가 측은하기 그지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그녀를 비난하자니 그럴 수도 없다. 한없이 달콤했던 과거의 기억 때문에 흔들리고 실수를 저지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기 때문이다. [아사코]는 한 사람의 사랑과 성장을 통해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며 괴로워하거나 아직 과거를 떠나보내지 못한 이들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제 그만 일어나서 가자”하면서 말이다.

 

 

3. 1919 유관순: “소재나 목적은 좋지만…”

이미지: (주)마운틴픽쳐스/KTH

 

에디터 겨울달: 만세 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투옥된 유관순 열사를 조명하는 다큐 드라마. 유관순이 만세운동을 한 배경과 기록이 남아 있는 8호실 열사들의 활동, 서대문 형무소의 잔인한 고문과 인권 유린 등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한 여성 열사들의 활동을 전하려는 시도는 높이 사지만 현실적 문제가 있었다 해도 전체적으로 영화라는 매체에 기대한 퀄리티를 보여주지 못한다. 재연 프로그램 수준의 프로덕션이나 힘이 잔뜩 들어간 연기 때문에 몰입이 어렵다. 당시 고문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에선 고개를 돌리고, 기독교의 영향을 강조하는 부분에선 작품의 주제와 목적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영화의 의도는 좋으나, 그것만으로는 좋은 영화가 될 수는 없음을 확인하게 돼 씁쓸하다.

 

 

4. 라스트 미션 (The Mule): “가족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에디터 Amy: 마약 운반이라는 위험한 일을 맡게 된 노장이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기까지를 그린다. 긴장 넘치는 추격전이 아닌, 한 남자의 삶을 그리며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을 보여주는 잔잔한 드라마다. 주인공 얼은 범죄 조직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인물이었다. 일과 명성에만 신경 쓰고 가족을 소홀히 하던 가장은 가족에게 돌아갈 돈을 벌기 위해 마약 운반 임무를 맡는다. 일 때문에 다시 가족들을 잃을 뻔하다 마침내 진정 가족을 위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된다. 유쾌하고 친절하면서도 구시대적 발언을 하는 모습, 돈을 벌어다 주는 것만이 가족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등에서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힘 있는 연기가 이야기를 더욱 선명하게 한다.

 

 

5. 에브리타임 룩 앳 유 (303):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미지: (주)박수 엔터테인먼트

 

에디터 겨울달: 두 대학생 율과 얀이 독일 베를린에서 포르투갈까지 자동차 여행을 하며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 영화. 국경을 넘을 때마다 바뀌는 경관이나 물놀이, 일광욕, 산책 등 여유로운 활동이 시선을 빼앗지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부분은 율과 얀의 대화다. 인간의 본성, 사회 시스템의 본질, 사랑과 성격 같은 주제로 벌이는 열띤 토론은 율과 얀의 세상을 보는 관점의 차이와 서로를 이해하는 지점을 잘 드러낸다. 여행을 통해 일상에선 다름을 이해하지 못했을 두 남녀가 서로에게 빠져드는 순간을 보면 죽은 연애 세포도 살아나는 듯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싱그럽고 풋풋한 매력 덕에 내내 미소를 띠며 볼 수 있다. 긴 러닝타임 때문에 편집된 부분이 있어 몇몇 장면이 연결이 안 된 건 다소 아쉽다.

 

 

6. 엔젤페이스 (Angel Face): “방치된 소녀의 절박한 현실을 전시하기만 할 뿐”

이미지: (주)트리플픽쳐스

 

에디터 Jacinta: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아무도 모른다]가 파괴적으로 중첩된 영화. 나약하고 이기적인 엄마와 어른들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8살 소녀 엘리의 일상은 충격적이다 못해 불편함을 안긴다. 미흡한 사회제도 속에 방치된 아동문제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려는 영화로 받아들이기에는 밑도 끝도 없이 파괴된 소녀의 삶은 불편함 이상의 감정이 전해지지 않는다. 마리옹 꼬띠아르의 거침없는 연기 변신은 반갑고, 첫 연기임에도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에일린 악소이 에테는 강한 흡인력을 선사하지만, 홀로 방치된 소녀가 처한 극단적인 현실 묘사에만 치중한 서사에 의문만 남을 뿐이다. 문제적 엄마 마를렌은 제외하더라도 일부 지점에서 ‘왜?’라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는데, 나만 그랬던 건가?

 

 

7. 철벽선생 (My Teacher, My Love): “신박하게 웃기고 신묘하게 설레는 로맨스”

이미지: (주)미디어캐슬

 

에디터 Jacinta: 아낌없이 망가진 하마베 미나미의 엽기발랄 코믹 연기가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을 책임진다.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여학생이라는 진부한 소재임에도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뻔뻔하게 밀어붙인 재치 있는 연출과 배우들의 매력이 조화를 이루어 웃음으로 무장해제시킨다. 자칫 과잉될 수 있는 캐릭터에 생기 넘치는 사랑스러운 매력을 입힌 하마베 미나미와 단호박 철벽남으로 변신한 타케우치 료마, 두 배우의 케미가 기분 좋은 설렘을 전한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 수 있으나 만화적인 재미가 있는 귀여운 로맨스를 원하는 관객에게 충분히 만족감을 안길 수 있을 것이다.

 

 

8. 봄은 온다 (Life Goes On): “남은 사람들이 함께 일궈낸 희망이라는 꽃”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에디터 띵양: 살아남고, 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봄은 온다]는 2011년 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꼽히는 동일본 대지진에 극심한 피해를 입은 여러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은 참담한 재난의 현장이나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들의 슬픔을 그리지 않는다. 대신 이들이 다시 일어서서 슬픔을 극복하고, 또 ‘어떻게든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그려낸다. 또한 재난이 휩쓸고 간 자리와 흔적을 잊지 않고, 또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의지를 이어나가고 지켜야 한다는 마을 주민들의 인터뷰를 통해 관객에게 ‘살아있다는 것’, 즉 삶의 소중함과 일본 원제(一陽来復: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처럼, 고난이 지나간 자리에는 항상 희망이 싹튼다는 메시지를 가슴 깊이 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