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이야기라도 연출과 구성 방식에 따라 다가오는 느낌은 천차만별이다. 그중 데뷔작부터 기존 영화 문법에서 벗어난 참신하고 독특한 연출로 주목받은 감독을 모아봤다. 부러운 재능을 확인해보자.

 

 

 

겟 아웃(2017) – 조던 필
이미지: UPI 코리아

백인 여자친구 집에 놀라간 흑인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겟 아웃]은 관객들의 자발적인 요청으로 개봉해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모았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날카로운 풍자와 함께 긴장감 있는 연출로 담아내 만장일치의 호평을 받으며 화제작으로 등극했다. 사회적인 메시지와 공포를 담은 이제까지 볼 수 없는 연출에 힘입어 450만 달러의 제작비로 전 세계 2억 5천 달러가 넘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2017년 국내외 관객을 사로잡은 [겟 아웃]을 연출한 조던 필 감독은 코미디언 출신으로 연기뿐 아니라 코미디쇼 [키 앤 필] 등의 각본가로 활동해왔다. 다년간 탄탄하게 쌓아 올린 내공은 섬뜩한 상상력을 토대로 궁금증을 유발하는 참신한 작품을 탄생시킨 원천이 되었다. 개봉을 앞둔 신작 [어스]에서 더욱 진일보한 연출과 메시지를 담아내 소포모어 징크스에서 완벽하게 벗어나 대세 감독의 입지를 굳혔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탄탄한 구성으로 찬사를 받고 있어 [캡틴 마블]에 이어 흥행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더 길티(2018) – 구스타브 몰러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주)씨네룩스

[더 길티]는 긴급신고센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오직 전화 통화만으로 의문의 사건을 추리하고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다.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탄탄한 서스펜스로 일찌감치 할리우드를 매료하고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리메이크가 결정될 만큼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 관객에게는 할리우드 유명 스타가 없는 낯선 덴마크 영화임에도 독특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하는 탄탄한 완성도와 해외 호평에 힘입어 정식 개봉을 이르렀다.

 

첫 장편영화 [더 길티]로 주목받은 구스타브 몰러 감독은 우연히 들은 팟캐스트 방송에 영감을 얻었다. 납치된 여성이 암호로 응급센터 교환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실제 통화를 듣고 관객이 함께 긴장하고 단서를 찾아갈 수 있는 범죄 스릴러를 구상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알 파치노 주연의 [뜨거운 오후(1975)]에 영화적 영감을 얻어 한정된 공간과 전화 통화라는 제한된 상황에서 오는 압박감과 긴장감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서스펜스를 창조했다.

 

 

 

서치(2018) – 아니쉬 차간티
이미지: 소니 픽쳐스

그동안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영화는 많았지만, [서치]처럼 참신하고 혁신적인 연출로 완성한 작품은 없었다. 제한된 모니터 화면에 페이스북, 구글, 페이스타임, CCTV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익숙한 포맷을 완벽하게 구현해 새로운 볼거리는 물론 신선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디지털 일상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타이핑 속도와 커서의 움직임만으로 인물의 심리를 고스란히 표출하는 영화에 자연스레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존 조, 조셉 리, 사라 손, 미셸 라가 출연한 한인 가족의 이야기는 할리우드 특유의 왜곡된 시선이 배제되어 더욱 흥미로운 몰입을 안겼다.

 

[서치]를 연출한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독특한 이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구글 글래스 홍보 영상 ‘시드(Seeds)’를 만들어 24시간 만에 100만 뷰를 돌파하고, 이를 계기로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에 스카우트됐던 것이다. [서치]만의 참신한 상상력과 혁신적인 연출이 남달랐던 이유는 이 같은 남다른 이력이 있기 때문 아닐까. 현재 아니쉬 차간티는 고립된 환경에서 양육된 소녀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호러 스릴러 [런]을 작업하고 있으며, 사라 폴슨이 사악한 비밀을 가진 어머니로 출연한다.

 

 

아틱(2018) – 조 페나
이미지: ㈜삼백상회, ㈜콘텐츠판다

[아틱]은 비행기 사고 이후 북극에 조난된 남성이 생면부지의 조난자를 위해 오직 지도 한 장에 의지해 길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생존기를 그린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어 기존의 재난영화 연출기법에서 벗어난 강렬한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아틱]은 주인공의 서사를 보여주며 시작하는 재난영화 문법에서 벗어나 이전의 삶을 배제하고 추락 이후 극한의 환경에도 구조를 기다리는 생존자 오버가드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한다. 여기에 단순한 생존이 아닌 살리기 위해 살아야 한다는 설정을 더해 [아틱]만의 차별화된 휴머니즘을 강화했다.

 

구독자수 27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유튜버 출신 조 페나 감독은 첫 장편영화 [아틱]을 통해 섬세한 연출로 호평받은 동시에 같은 브라질 출신 유명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튜와 비교되는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 페나 감독은 차갑고 매서운 극한 상황을 담아내기 위해 아이슬란드에서 올로케이션을 진행해 눈을 뗄 수 없는 경이로운 영상미를 완성했다. 조금씩 변화하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한 매즈 미켈슨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