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감동을 주는 영화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즐거움이 매달 꾸준히 찾아온다. 올봄에는 분야별 명작으로 꼽히는 네 작품이 차례로 개봉할 예정이다. 어떤 영화를 다시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지 소개한다.
1.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Pan’s Labyrinth, 2006)
잘못된 영화 마케팅 사례로 늘 꼽히는 비운의 명작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이하 ‘판의 미로’)]가 13년 만에 스크린으로 찾아온다.
2006년 칸영화제에서 22분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찬사를 받았으나 그해 11월 국내 개봉 당시 가족용 판타지 영화로 홍보되는 바람에 극장을 찾았던 관객들을 꽤 당황시키며 47만 명의 성적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판의 미로]는 1944년 스페인 내전 직후 전쟁보다 더 무서운 현실을 만난 오필리아가 자신이 지하 왕국의 공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슬프고 잔혹한 여정을 그린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108개 부문 후보에 올라 103개 부문을 휩쓸며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2019년 봄, 다시 찾아오는 [판의 미로]는 당시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셰이프 오브 워터]로 유명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만큼 미처 관람하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작품의 진가를 확인해보자.
5월 2일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2006년 개봉 당시 포스터보다 한결 어둡고 기괴한 비주얼의 새 포스터를 공개했다.
2. 비브르 사 비(Vivre Sa Vie: Film En Douze Tableaux, 1962)

누벨바그의 거장 장 뤽 고다르와 안나 카리나의 [비브르 사 비]가 오는 4월 4일 개봉한다. 이미 1997년과 2005년 상영된 바 있으나 이번 세 번째 개봉이 남다른 이유는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복원판이라는 점이다.
[비브르 사 비]는 [네 멋대로 해라]로 천재성을 증명한 장 뤽 고다르가 일반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한 작품이다. 관객의 감정 이입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냉철한 ‘거리두기’ 기법을 활용해 가혹한 세계에서 거리의 여자로 살아가는 나나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다.
안나 카리나가 대체 불가 매력을 발산하며 상처 받은 영혼의 나나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냉정하고 무심한 카메라 앵글 안으로 들어오는 다채로운 모습이 매혹적인 잔영을 남긴다.
3. 노팅 힐(Notting Hill, 1999)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의 꿈같은 로맨스 [노팅 힐]이 개봉 20주년을 맞아 재개봉한다. [러브 액츄얼리], [어바웃 타임]으로 유명한 워킹타이틀에서 제작해 전 세계적으로 3억 6천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흥행 대박을 터뜨린 작품이다.
[노팅 힐]은 세계적인 스타 애나 스콧과 여행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남자 윌리엄 태커가 오해와 만남을 반복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유명 스타와의 로맨스를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라는 매력적인 두 배우를 내세워 달콤하고 기분 좋은 잔향을 남기는 로맨스로 완성했다.
누군가에게 인생 로맨스로 남은 영화를 아직까지 안 봤다면 4월 17일 재개봉을 노려보자.
4. 천녀유혼(A Chinese Ghost Story, 1987)

이맘때쯤이면 2003년 4월 1일 거짓말처럼 우리 곁을 떠난 영원한 스타 장국영이 떠오른다. 여전히 장국영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홍콩영화의 한 획을 그은 [천녀유혼]을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
[천녀유혼]은 수금을 하러 다니던 영채신(장국영)이 하룻밤 묵게 된 절에서 미묘의 여인 섭소천(왕조현)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귀신과 인간의 이룰 수 없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코미디, 멜로, 호러, 액션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해 신드롬급 열풍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특히 지금 봐도 놀라운 왕조현, 장국영 두 배우의 리즈 시절 미모는 더욱더 신비롭고 황홀한 여운을 남긴다. 오는 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