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Tomato92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캐릭터가 죽거나 어디론가 떠나는 경우, 제작진은 대개 시청자나 팬들에 대한 일종의 배려로 촘촘하고 흥미로운 서사와 함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배우들이 작품에서 하차하는 원인은 다른 작품과의 스케줄 조정 실패, 계약 불발, 시청자 반응 등 가지각색이다. 이외에 배우 개인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며 해고 통보를 받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데, 범죄, 갈등, 실언 등의 이유로 드라마에서 하차당한 배우들을 소개한다.

 

 

 

1. 저시 스몰렛 (엠파이어)
이미지: FOX

[엠파이어]는 시청자가 선호하는 음악과 화려한 주연 배우 및 게스트 출연으로 시즌1부터 엄청난 시청률을 자랑하며 FOX 방송국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5년 첫 방영 이후 다섯 번째 시즌이 방영 중인 현재, 라이언 형제 중 둘째 자말 라이언 역할의 저시 스몰렛이 불미스러운 스캔들에 휘말리며 쇼에서 잘렸다. 스몰렛은 지난 1월 두 명의 남성에게 인종차별적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는데, 드라마의 인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출연료에 불만을 품고 벌인 자작극이라는 얘기가 불거지며 온갖 뭇매를 맞았다. 특히 처음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을 때 흑인 커뮤니티를 포함한 여러 연예인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던 터라 후폭풍이 엄청났다. 사건 이후 그의 캐릭터는 [엠파이어] 시즌 5 마지막 두 개 에피소드에서 통으로 편집당했고, 차후 시즌에는 등장하지 않을 예정이다. 최근 해당 사건에 대한 기소가 취하되기는 했지만 자작극인지 아닌지 판단이 불가능할 뿐 무죄가 입증된 것은 아니며, 앞으로 배우 생활을 연명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2. 아이제이아 워싱턴 (그레이 아나토미)
이미지: ABC

아이제이아 워싱턴이 연기한 프레스턴 버크 캐릭터는 산드라 오의 크리스티나 양 캐릭터와 좋은 케미를 선보이며 시즌 초반부터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자상한 훈남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은 버크와는 달리, 배우 본인은 스크린 밖에서 같은 출연진들과 마찰을 빚은 뒤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시리즈의 반응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던 2006년, 워싱턴은 주인공 ‘맥 드리미’ 패트릭 뎀시와 싸움을 벌이는 도중 손으로 그의 목을 졸랐을 뿐 아니라 조지 오말리 역의 T. R 나이트를 향해 반 동성애적 발언을 했다. 내부에서 조용히 해결하려고 했으나, 할리우드가 그렇듯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워싱턴은 후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 결과, 워싱턴은 시즌 1부터 참여한 레귤러 출연진이었으나 시즌 3 마지막 화에서 방출됐다. [그레이 아나토미]가 열 다섯 시즌이 넘게 장수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자기 복을 걷어찬 셈이다.

 

 

 

3. 찰리 쉰 (두 남자와 1/2)
이미지: CBS

찰리 쉰은 코미디 [두 남자와 1/2]가 성공하면서 출연료가 회당 180만 달러까지 오르며 그 당시 ‘TV 시리즈 최고 출연료를 받는 배우’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 영광은 문제아적 막장 기질로 덕분에 얼마 가지 못했다. 2011년 찰리 쉰이 재활 프로그램에 들어가며 드라마 제작이 중단됐는데, 오래 지나지 않아 쉰이 시리즈의 크리에이터 척 로어를 대대적으로 비판하며 계약에서 잘리는 일이 벌어졌다. 제작진 측에서 화가 단단히 났던 것인지, 나중에 돌아올 가능성을 대비해 어디론가 보낸다거나 하는 게 아닌, 파리에서 기차에 치여 죽는 것으로 캐릭터 서사를 마무리했다. 그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70년대쇼], [친구와 연인사이]의 애쉬튼 커처가 월든 슈미트 역으로 새롭게 합류해 시즌 9 1화부터 마지막 시즌까지 쭉 출연했다.

 

 

 

4. 니콜렛 셰리든 (위기의 주부들)
이미지: ABC

[위기의 주부들]은 위스테리아가에 사는 주부가 자살을 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다.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과 막장 요소가 적절히 어우러져 여성 시청자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톡톡 튀고 개성 넘치는 주연 캐릭터도 인상적이지만 니콜렛 셰리든이 연기한 얄미운 이웃 이디 브릿은 감초 같은 악역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극의 재미를 높였다. 하지만 니콜렛 셰리든과 쇼의 크리에이터 마크 체리 사이의 갈등 때문에 이디 캐릭터는 시즌 5 중후반에 느닷없이 감전사로 사망하고 만다. 셰리든은 황당한 죽음으로 부당하게 쇼에서 잘렸다고 생각하고, 마크 체리와 제작사 ABC 스튜디오에게 2000만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다. 후에 체리는 경제적이고 창조적인 견해 차이로 셰리든을 해고했다고 밝히며, 그녀의 프로답지 못한 행동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5. 콜럼버스 쇼트 (스캔들)
이미지: ABC

케리 워싱턴의 빛나는 연기가 인상적인 [스캔들]은 숀다 라임스가 각본, 제작에 참여한 법정 스릴러다. 워싱턴이 연기하는 변호사 올리비아 포프를 주축으로 다양한 해결사 캐릭터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구도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해결사 중 한 명인 해리슨 라이트 역의 콜럼버스 쇼트는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드라마에서 빠져야 했다. 2014년 매체 보도에 따르면, 쇼트는 자신의 친자식 앞에서 아내를 때렸으며, 첫 보도 2주 후에 비슷한 일로 경찰에 체포됐다. 쇼트는 술집에서 한 남자와 싸우다 상대의 코를 부러뜨리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고, 그에게 살해 위협 및 자살 협박을 받은 아내는 얼마 뒤 쇼트에게 접근 금지 명령을 신청했다. 이 같은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지자 쇼트는 바로 쇼에서 해고당했다.

 

 

 

6. 마이클 피트 (보드워크 엠파이어)
이미지: HBO

[몽상가들]로 큰 주목을 받은 마이클 피트는 [빌리지], [퍼니 게임] 등의 작품을 전전하다 2010년 마피아들의 전성시대를 담은 명품 드라마 [보드워크 엠파이어]에 나름 큰 비중의 제임스 다모디 역으로 합류했다. 시즌 1에는 전쟁 PTSD가 있는 철부지 깡패 정도로 나왔으나 시즌 2에서 스티븐 부세미가 연기하는 너키 톰슨과 본격적인 대결 구도를 형성하며 점점 흥미로운 캐릭터로 발전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갑작스레 쇼에서 나가야 했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피트는 촬영장 지각은 밥 먹듯이 하고, 대사를 제대로 외우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촬영 비용이 꽤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심지어 피트의 촬영분은 후에 전부 재촬영까지 해야 했던 터라 한 사람으로 인한 금전적 손해의 폭은 점점 늘어났다. 피트는 한 술 더 떠서 캐릭터의 스토리 라인을 따져 묻거나 대사를 고쳐달라는 요청까지 했다고 한다. 여기에 촬영장에서 상대 배우와 주먹다짐을 한 것까지 겹쳐서 시즌 2 마지막 화 이후 쇼에서 영원히 퇴출됐고, 드라마가 한창 방영 중이던 10월에 에이전시였던 UTA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7. 케빈 스페이시 (하우스 오브 카드)
이미지: 넷플릭스

[오렌즈 이즈 더 뉴 블랙]과 함께 넷플릭스의 초창기 기반 수립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하우스 오브 카드]는 프랜시스 언더우드에 빙의한 듯한 케빈 스페이시의 연기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케빈 스페이시는 많은 시상식에서 상을 수상하며 탄탄대로를 밟았지만, 2017년 배우 안소니 랩이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면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여파로 리들리 스콧 감독과 작업했던 [올 더 머니]에서 통편집됐고, 스페이시의 역할은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대체해 재촬영에 들어갔다.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도 촬영하는 도중에 하차했고, 쇼의 중심축인 프랜시스가 없어지면서 작품 자체의 생존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제작진은 결국 그의 캐릭터를 죽이고 클레어 언더우드 중심의 서사로 각본을 갈아엎어 작년 11월 마지막 시즌을 공개했다.

 

 

 

8. 토마스 깁슨 (크리미널 마인드)
이미지: CBS

토마스 깁슨은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BAU의 팀장이자 뛰어난 능력치를 자랑하는 팀원들의 정신적 지주 에런 하치너를 연기하며 탄탄한 팬층을 확보했다. 하지만 침착한 성격인 하치너와 달리 토마스 깁슨은 불같은 성격으로 촬영장에서 문제가 많았다. 깁슨은 2010년 드라마 촬영장에서 어시스턴트 감독에게 몇 년 동안 폭력적인 언사를 했다는 이유로 분노 조절 치료 명령을 받았다. 쇼에 함께 출연하는 쉐마 무어와 스케줄 문제로 자주 싸웠을 뿐 아니라, 스태프 증언에 따르면 오락가락하는 기분으로 촬영장 사람들이 많이 괴로워했다고 한다. 이런 말들이 자주 나왔음에도 워낙 중요한 캐릭터라 쉬쉬했지만, 2016년 공동 총괄 프로듀서 버질 윌리엄스와 각본 문제로 대립하다 그를 걷어찬 이후 드라마에서 칼같이 잘렸다. 기존에는 두 개 에피소드 출연 정지 정도로 끝낼 예정이었으나 2016년 8월에 최종적으로 완전히 하차했다.

 

 

 

9. 로잔느 바 (로잔느 아줌마)
이미지: ABC

1996년에 종영한 뒤 22년 만에 10번째 시즌 제작이 결정된 [로잔느 아줌마]의 화려한 컴백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시즌 10의 첫 화 시청자 수는 1844만 명으로, 요즘 공중파 코미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엄청난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너 가족의 귀환을 반가워할 새도 없이, 쇼의 이름에 떡하니 걸린 로잔느 바의 경솔한 언행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평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로잔느 바는 미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전임 고문이었던 발레리 재럿을 보고 ‘무슬림 형제단과 혹성 탈출이 아기를 낳은 게 그녀’라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현지에서는 당연히 난리가 났고, 결국 첫 방영 두 달 뒤 5월에 드라마가 캔슬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 사람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은 드라마를 캔슬한 게 아쉬웠던 것인지, ABC 방송국은 그로부터 한 달 뒤 로잔느 바를 제외한 코너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스핀 오프 [코너스]의 제작 허가를 내렸다.

 

 

 

10. 대니 마스터슨 (더 랜치)
이미지: 넷플릭스

대니 마스터슨은 [70년대쇼]에서 시종일관 시니컬한 하이드 캐릭터로 이름을 알린 배우다. [70년대쇼]가 종영하고 정확히 10년 뒤, 이 히트 시리즈의 각본가 데이비드 트레이너는 전에 함께 일했던 애쉬튼 커쳐, 대니 마스터슨과 다시 뭉쳐 [더 랜치]라는 코미디 드라마를 만들었다. 쇼 자체도 좋은 반응을 얻은 데다 [70년대쇼]에 등장했던 배우들이 작품에 카메오로 자주 등장하는 터라 흠잡을 것 없이 승승장구하는 상황에서, 대니 마스터슨이 2000년대에 여성 4명을 성추행했다는 혐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넷플릭스 측은 관련 기사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필요한 부분까지만 출연시킨 후 마스터슨을 해고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