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1. 샤잠! (Shazam!) – ” DC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유쾌 발랄 히어로”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에디터 Amy: 15세 소년이 우연히 초인적인 힘을 얻어 슈퍼히어로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샤잠 코믹스로 원작을 아는 사람이라면 예상할 수 있겠지만, 어떤 정보라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찾아보지 않고 관람할 것을 권한다. DC 히어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영화 사이사이에서 등장하는 DC 히어로들의 상징을 보고 반가운 웃음이 터질 것이다. 샤잠! 을 외치며 재커리 리바이로 변신하는 모습이 독특하기도 하고, 원작을 말 그대로 본을 딴 모습이 놀랍기도 하다. 게다가 단지 영웅 서사만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위탁 가정의 아이들을 보여주면서 가족의 진정한 의미란 무엇인가를 되새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뽑자면, 히어로와 빌런을 더욱더 멋지게 비춰 줄 액션이 박진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유머가 가득해 즐겁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히어로 영화다.

 

 

 

2. 생일 – “조심스럽게 전하는 진심 어린 위로, 잊지 않겠습니다”

이미지: (주)NEW

에디터 띵양: 이별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생일]은 5년 전 우리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작품이다. 영화는 참사 이후 남겨진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린다.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 참사에서 살아남은 아이들뿐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는 이웃의 모습, 그리고 조금 다른 시선으로 참사를 바라보는 이들까지. [생일]이 상업 영화임에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시선이다. 전도연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 매개체가 되며, 특히 롱테이크로 촬영된 마지막 30분의 생일 장면은 정말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생일]은 힘들고 아픈 영화다. 관람을 결심하는 것도, 끝까지 앉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마주하고 잊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이기에,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3. 로망 – “계실 때 잘 하자”

이미지: (주)메리크리스마스

에디터 겨울달: 45년 차 노부부가 모두 치매에 걸리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다시 발견하는 작지만 따뜻한 드라마. 부부 모두 치매 환자가 되는 게 가능한지 의심하는데, 그럴 확률이 굉장히 크다는 걸 말해둔다. 설정의 현실성이 머리를 치고 가면, 온전히 서로를 의지해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은 가슴을 세게 치고 간다. 삶의 고통과 먼저 떠나간 자식까지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노부부나 부자 간 갈등 같은 설정은 다른 작품에서 수없이 봐 왔지만 [로망]은 이를 자극적으로 풀지 않으면서 깊고 온전한 뜻을 전한다. 그게 가능했던 건 이순재, 정영숙 두 배우의 깊은 연기 덕분이다. 두 배우의 연기를 온전히 풀어낸 것만으로도 영화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가치를 얻는다. [로망]은 부부의 이야기이자 부모님께 효도할 기회를 놓친 자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부모님 건강이 안 좋아졌을 때 후회하면 뭐하나. 우리 다들, 제발 계실 때 잘 하자.

 

 

 

4. 프로디지 (The Prodigy) – “관객을 불편하게 찌르는 상상력”

이미지: 판씨네마(주)

에디터 Jacinta: 여러 공포영화에서 아이는 공포의 상징적인 대상이 되어왔다. [프로디지]는 익숙한 설정을 살짝 비틀어 현실적인 두려움의 대상인 연쇄살인범에 빙의된 어린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그것]에서 노란 우비 소년으로 유명한 잭슨 로버트 스콧이 빙의된 소년을 맡아 순수하고 여린 아이의 영혼과 사악하고 섬뜩한 범죄자의 영혼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점점 공포에 사로잡히는 테일러 쉴링의 연기도 탁월하다. 문제는 공포영화라고 하기엔 긴장감이 부족해 몰입이 힘든 데다, 연쇄살인범이라는 상상력도 보는 시선에 따라 불쾌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름 끼치게 무섭기보다 점차 불쾌함의 강도를 높여가는 이야기에 많은 관객이 동의할지 의문스럽다.

 

 

5. 막다른 골목의 추억 –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이미지: (주)트리플픽쳐스/리즈 필름

에디터 겨울달: 요시모토 바나나의 단편 소설에 바탕한 영화는 연인에게 배신당한 주인공이 주위 사람들의 위로와 평온한 일상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 과정을 그린다. 뭔가 큰 이야기를 하려는 욕심이나 화려한 기교, 과장됨이나 극적 상황은 없다. 그저 주인공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생활하며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을 잔잔하고 담담하게 풀어간다. 전형적 일본 멜로드라마 같으면서도 곳곳에 한국적 느낌이 묻어 나오는 게 이채롭다 (한국어 대사나 ‘버스커 버스커’ 노래 때문은 아니다.) 실연을 또 다른 사랑 대신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공동체 안에서 치유받는다는 설정, 그리고 어디에선가 만날 수 있을 듯한 캐릭터와 현실성을 부여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보았는데, 영화의 소박함과 따스함에 큰 위로를 받고 왔다.

 

 

 

6. 오늘도 평화로운 – “B급을 넘어선 C급 코미디의 ‘감독 실화'”

이미지: (주)영화사 그램

에디터 띵양: 중고 거래 사기를 당한 남자의 처절하고 웃픈 복수극. 감독의 경험담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부터 웃음이 터진다. [오늘도 평화로운]은 ‘사과 모양이 그려진 노트북’을 사려다 돈만 잃은 뒤, 사기꾼들의 근거지인 중국으로 직접 찾아가는 주인공의 여정을 그린다. 영화는 철저하게 B급, 아니 C급의 정서를 유지한다. B급 유머는 물론이고, [아저씨]와 주성치 영화를 대놓고 패러디하거나 인천 차이나타운을 중국이라고 말하는 뻔뻔함까지 갖추고 있는데, 이 과감한(?) 시도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는 커녕 경외감이 들 정도로 신선함이 느껴진다. 특히 50:1로 싸우는 마지막 액션 시퀀스는 [오늘도 평화로운]의 하이라이트. 이렇게 도전적이고 참신한 작품이 많아질수록, 영화를 골라보는 재미가 커질 것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에디터 말고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7. 우리들의 완벽한 세계 (Perfect World) – “차마 고백하지 못했던 첫사랑을 다시 만난다면?”

이미지: (주)디스테이션

에디터 Jacinta: 아루가 리에의 인기 만화 ‘퍼펙트 월드’를 원작으로, 첫사랑의 설레고 풋풋한 감정을 일본 멜로 특유의 맑고 순수한 감성으로 그려낸다. 특별한 게 있다면 첫사랑의 달라진 현실이다. 마냥 동화 같은 젊은 청춘의 싱그러운 사랑에 하반신 마비라는 현실적인 장애를 녹여낸다. 언뜻 비현실적인 설정 같아 보여도 건축가의 삶을 살고 있는 실제 인물 아베 카즈오의 이야기에 영감을 얻었다. 다만 아쉽게도 위기를 극복하고 사랑을 키워가는 연인의 이야기는 깊이 있게 나아가지 못해 크게 와 닿지 않고, 예쁘게 포장한 로맨스에 머무른다. 용기 있게 첫사랑에 다가서는 카와나를 연기한 스기사키 하나의 보석처럼 빛나는 존재감은 사랑스럽다.

 

 

8. 한강에게 – “슬픔을 겪는 친구를 지켜보는 것처럼”

이미지: (주)인디스토리

에디터 Amy: 연인을 잃은 시인의 흘러가는 일상을 그린 드라마.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그려낸다. 주인공 진아는 사고로 오랜 연인을 떠나보내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지만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그저 하염없이 흐르는 한강처럼 시간을 흘려보낸다. 현재의 모습과 과거의 장면을 대비시켜 보여주는데, 단란한 모습에서 시간이 지나고 서로 권태를 느끼는 오랜 연인의 모습을 비춘다. 그런 상황에서 사고를 겪고 느끼는 혼란과 일상으로 슬픔을 잊어내려는 모습을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는 이 영화는 위로보다 회상에 가까울 듯하다. 극히 현실적인 드라마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