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틀란타]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2017년 개봉한 공포영화 [겟 아웃]은 신선하고 풍자적인 시선으로 인종차별을 다루면서 북미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영화가 워낙에 ‘미국적’인지라 해외에서는 그 이상의 임팩트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아카데미 각본상을 거머쥐고 450만 달러로 북미에서만 1억 7,600만 달러(전 세계 2.5억)를 벌어들였으니 흥행과 평가를 모두 사로잡은 셈이다. [겟 아웃]으로 감독 데뷔한 조던 필의 천재적인 감각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덤이다.

 

[겟 아웃]을 보며 FX 드라마 시리즈 [아틀란타]가 뇌리를 스쳤던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장르나 이야기는 전혀 다르지만, 인종차별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작품에 담긴 메시지, 풍자가 기존 작품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틀란타]의 두 번째 시즌인 ‘Robbin’ Season’이 지난달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현지에서는 2018년 3월 1일 방영)

 

이미지: 넷플릭스

 

[아틀란타]는 프린스턴 대학을 자퇴한 주인공 언이 돈을 벌기 위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래퍼 사촌 형 알프레드(a.k.a 페이퍼 보이)의 매니저 일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작품이다. 실제로 아틀란타에서 자랐던 도널드 글로버가 본인의 삶을 모티브로 한 만큼 제작과 각본, 주연, 그리고 연출자로도 참여하면서 사실상 다 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열정을 쏟은 작품이기도 하다. [아틀란타]는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그 재미가 달라진다. 아는 만큼 더 재미있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하나를 몰라도 다른 데서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시리즈 전체에서 풍기는 ‘힙합 감성’이다. 배우와 래퍼(‘This is America’의 차일디쉬 감비노다) 활동을 겸하고 있는 도널드 글로버의 삶을 모티브로 했고, 극중 그가 래퍼의 매니저로 등장하는 만큼 힙합은 [아틀란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힙합을 잘 모르는 에디터도 박자에 몸을 맡기게 되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수많은 래퍼들이 슬럼가에서 생활하며 겪었고 지금도 정체성으로 삼는, 속칭 ‘THUG LIFE’스러움도 매 에피소드 등장한다. 힙합을 두 눈으로 보고, 귀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아틀란타]지만, 이 작품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틀란타]가 현지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던 가장 주된 이유는 작품의 리얼리티와 풍자적인 시선 때문일 것이다. “[아틀란타]를 5분으로 요약한 것이 바로 ‘This is America'”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미국의 모습이 다소 과장되었을지언정, 결코 틀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흑인 사회, 인종차별, 마약, SNS, 자본주의, 빈곤 등 다양한 문제들이 [아틀란타]의 풍자의 대상이 되었는데, 이를 유쾌하게 풀어내면서도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는 도널드 글로버의 각본과 연출이 일품이다.

 

이미지: 넷플릭스

 

이러한 사회 풍자는 두 번째 시즌에서 더욱 돋보인다. 시즌 1이 흑인 사회의 현실을 그리면서 풍자했다면, 시즌 2에서는 그 범위가 넓어져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이슈들이 풍자의 대상이 된다. 여기서 시즌 2의 제목이 ‘Robbin’ Season’인 이유가 밝혀진다.

 

‘도둑질 시즌’ 정도로 해설할 수 있는 Robbin’ Season은 실제로 크리스마스 명절을 앞둔 아틀란타에서 도난/강도 사고가 급증하는 시기다. 시리즈의 각본가, 총괄 제작자인 스티븐 글로버(도널드 글로버의 친동생)는 “이 시기만 되면 사람들이 절박해지고, 긴장감이 아틀란타를 뒤덮는다. 극중 인물들 역시 옛 삶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절박한 전환기를 지나치고 있고, 또 현재 미국이 처한 상황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즌 타이틀을 그렇게 붙였다”라고 한 인터뷰에서 설명한 바 있다. 여담이지만 타이틀에 걸맞게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인물들이 무언가를 도둑 맞거나 잃어버리는데, 이를 찾아보는 것도 시즌 2의 재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다시 사회 이슈와 풍자로 돌아가보자. [아틀란타] 시즌 2에서는 이전 시즌과 달리 ‘인종차별’ 이슈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흑인으로 살면서 접하는 노골적인 차별은 물론이고, 은연중에 ‘우리와는 다르다’라며 신기하게 쳐다보거나 소외를 시키는 사례를 모두 이번 시즌에서 볼 수 있는데, 특히 [겟 아웃]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4화 ‘헬렌’은 보는 시청자도 고립감을 느끼게 만든다. 재미있게도 [아틀란타]는 흑인을 마냥 차별의 피해자로만 그리지 않는다. 같은 흑인끼리, 혹은 다른 인종에게 가하는 차별을 통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한’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에 이번 시즌이 더욱 빛나는 것이다.

 

이외에도 미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각종 밈(meme)을 활용하는 방식이나 유머, 폭 넓어진 스토리,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등 [아틀란타]가 매력적인 이유는 많다. 일일이 나열하면 글이 길어지므로, 궁금하다면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미지: 넷플릭스

 

도널드 글로버는 “TV 프로그램이 아닌 경험을 선사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라며 이번 시즌의 제작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아틀란타] 시즌 2는 그의 말대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데 성공했고, 에디터는 짧지만 강렬했던 이 경험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본인이 힙합이나 미국 문화/사회와 친숙하지 않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아틀란타]는 굳이 이런 요소에 관심이 없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올해 공개 예정인 시즌 3에서는 도널드 글로버가 또 어떤 경험을 하게 해 줄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