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부터 4월 5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시네마콘이 열렸다. 전 세계 영화 산업 종사자들이 모이는 가장 큰 행사인 만큼, 영화 팬들의 귀가 솔깃할 여러 소식들이 들려오고, 눈을 사로잡은 신작들의 예고편과 풋티지 영상이 공개되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현재 상황에 대한 린다 해밀턴의 솔직한 생각부터 슈퍼 히어로 영화 복귀에 대한 토비 맥과이어의 한마디까지, 시네마콘과 할리우드를 뜨겁게 달구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이번 주 ‘할리우드 말말말’에서 살펴보자.

 

 

“[터미네이터 2] 이후 속편들, 솔직히 기억에 남지 않는다”

– 린다 해밀턴 –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반가운 얼굴이 돌아왔다. [터미네이터]와 [터미네이터 2]에서 ‘강인한 전사’의 아이콘인 사라 코너를 연기한 린다 해밀턴이 28년 만에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로 복귀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이 시리즈를 떠난 이후 개봉한 [터미네이터] 후속편들을 디스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큰 사랑을 받았던 [터미네이터], [터미네이터 2]와 달리 이후 개봉한 세 작품은 혹평과 함께 흥행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인 채 쓸쓸하게 퇴장한 바 있다. 시네마콘 레드카펫 현장에서 “솔직히 세 편 모두 기억에 남지 않는 작품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드러낸 그녀는 “나는 한 이야기의 시작을 함께하고, 거기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러나 정신 차려보니 내가 사랑했던 인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너무 많은 사람과 이야기가 뒤섞이면서 구심점이 사라진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잔가지를 쳐내고 첫 두 작품의 기억을 상기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라며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네마콘에서 살짝 공개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가 상당히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고 하니, 실망감을 안겼던 전작들에게 “Hasta la vista”라고 인사를 건네도 될 것 같다.

 

출처: Variety

 

 

“넷플릭스 X이나 먹어라”

– 헬렌 미렌 –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올해 아카데미까지 휩쓸면서 바야흐로 ‘넷플릭스 시대’를 알렸다. 이렇듯 넷플릭스는 영화 산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영화인들이 많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대표적이고, 배우 헬렌 미렌도 그중 하나다. 그녀는 시네마콘에서 “넷플릭스를 사랑하지만, ‘X 먹어’라고 말하고 싶다”라며 넷플릭스를 향해 과격한(?) 언행을 선보여 행사에 참석한 영화인들을 열광케 했다. 뒤이어 “극장에 앉아 불이 꺼지는 순간만큼 특별한 것이 없다. 이를 가능케 만들어준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헬렌 미렌이 넷플릭스에 반감을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3월, 한 인터뷰에서 넷플릭스의 무서운 파급력을 두고 “내 남편(영화감독 테일러 핵포드)과 같은 사람들에게는 뼈아픈 일이다. 관객이 자신의 영화를 극장에서 봐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것은 공동체 활동과 같은 경험이다”라며 영화와 극장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극장과 넷플릭스의 상생이 정말 불가능한 일일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출처: indieWire

 

 

“사악하고 매력적인 캐릭터+환상적인 배우+재능 있는 각본/연출가= 만세!”

– 마크 해밀 –

 

지난주 공개된 영화 예고편 중 이목을 사로잡은 작품을 꼽자면 단연 토드 필립스의 [조커]다.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3회에 빛나는 호아킨 피닉스가 DC의 상징적인 빌런 조커로 등장하는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굉장한 기대를 받았고, 오랜 기다림 끝에 첫 예고편이 시네마콘에서 공개되자 현장은 물론이고 네티즌, 그리고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타 마크 해밀까지 열광하게 했다. DC 팬들 사이에서는 익히 유명한 사실이지만, 마크 해밀은 조커와 굉장히 인연이 깊다. 비록 잭 니콜슨, 故히스 레저, 그리고 자레드 레토처럼 실사 영화에서 조커로 등장하지는 않았으나, 지난 1992년부터 [배트맨]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게임에서 조커의 목소리를 연기하면서 지금까지 존재감을 빛내고 있는 그다. 사실상 가장 오랜 시간 팬들의 곁에서 조커로 남아있는 셈이다. 마크 해밀은 트위터에 [조커] 예고편과 함께 “사악하고 매력적인 캐릭터+환상적인 배우+재능 있는 각본/연출가=만세!”라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내면서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0월 개봉을 앞둔 [조커]가 과연 어떤 작품일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출처: indieWire

 

 

“DC 영화 연출? 절대 안 되는 것은 없다”

– 조 루소 –

 

안소니 루소와 조 루소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성공을 견인한 연출가 형제다. 개봉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어벤져스: 엔드게임]부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그리고 평단의 극찬을 받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가 이들의 손에서 탄생했고, 전 세계 팬들을 열광케 했다. ‘마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감독이 DC 영화 크레디트에도 이름을 올릴 생각이 있을까? 최근 인터뷰에 따르면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조 루소는 DCEU 합류 여부를 두고 “지금 당장은 머릿속이 안개 낀 듯 뿌옇다. 그래서 이후 계획을 벌써부터 생각할 여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절대 안 되는 것은 없다(never say ‘never’)”라고 밝혀 코믹스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알다시피 마블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이후 DC 작품을 맡았던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벤져스]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조스 웨던은 [저스티스 리그]의 긴급 소방수로 투입되어 영화를 마무리 지었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제임스 건도 DC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메가폰을 잡기로 되어있다. 훗날 두 사람이 연출한 DC 영화를 볼 수 있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HeroicHollywood

 

 

“슈퍼 히어로 연기? 기회만 된다면 또 하고 싶다”

– 토비 맥과이어 –

 

토비 맥과이어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삼부작에서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으로 분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원작 코믹스의 피터 파커의 매력을 그대로 살렸다는 호평을 받았으며, 그가 출연한 [스파이더맨 2]는 지금까지도 최고의 슈퍼 히어로 영화로 꼽힐 정도로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했다. 그런 그가 여전히 슈퍼 히어로 캐릭터를 맡을 의향이 있다고 밝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맥과이어는 슈퍼 히어로 영화 출연 여부에 대한 질문에 “어떠한 역할이든 할 의향이 있다. ‘한다, 안 한다’, ‘맞다, 안 맞다’를 판단하는 편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기회만 된다면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슈퍼 히어로 영화 출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토비 맥과이어가 지난 2014년 이후로 연기활동을 하지 않았기에 연기에 대한 열망을 내비친 것이기도 하다. 이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앤드류 가필드와 톰 홀랜드에 대해서 “두 배우의 연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굉장한 재능을 가진 배우들이다. 이 둘을 캐스팅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라며 후배 스파이더맨들을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출처: TH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