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코끼리 덤보의 1위 비행이 일주일 만에 끝나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를 10대 ‘급식’ 히어로 [샤잠!]이 차지했다. 사실상 [원더 우먼]밖에 내세울 작품이 없었던 DC가 작년 말 [아쿠아맨]으로 돈을 쓸어 모으더니, 이번에는 [샤잠!]으로 평단을 사로잡는 데까지 성공한 것이다. 한층 가벼워진 두 작품이 연달아 흥행에 성공한 만큼, DC의 추후 행보에 분명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위를 차지한 스티븐 킹 소설 원작의 [공포의 묘지]도 개봉 사흘 만에 제작비를 모두 회수하는 데 성공하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반면, [더 베스트 오브 에너미즈]는 할리우드에서 알아주는 두 연기파 배우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성적을 거두며 첫 주말을 마무리했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네 편의 신작이 확대 상영을 실시한다. 화끈한 액션을 보장하는 R등급 다크 히어로 영화 [헬보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신작 [미싱 링크], 레지나 홀 주연의 ‘바디 체인지’ 코미디 [리틀], 그리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20대 버전이라 불리는 영어덜트 소설 원작의 [애프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신작들의 가세로 치열한 상위권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과연 다음 주말 박스오피스에서는 또 어떤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질지 기대가 된다.

[4월 1주차 상위권/전체 박스오피스 성적: $140,829,974/$146,106,788]

 

 

“2019년 4월 1주차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1. 샤잠! (Shazam!) ( New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91% / 관객 90%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72
상영관 수: 4,217
주말 수익: $53,505,326
북미 누적 수익: $56,830,326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159,130,326
제작비: $100,000,000
상영기간: 1주 (3일)

 

워너브러더스/DC 신작 [샤잠!]이 [덤보]를 제치고 4월 첫 주말 박스오피스의 1위를 차지했다. 마법의 주문을 외치면 솔로몬(S)의 지혜, 헤라클레스(H)의 힘, 아틀라스(A)의 체력, 제우스(Z)의 권위, 아킬레스(A)의 용기, 그리고 머큐리(M)의 스피드를 가진 슈퍼 히어로로 변신하는 10대 청소년의 이야기. [샤잠!]의 개봉 성적은 5,350만 달러, DC 확장 유니버스(DCEU)에서 가장 낮은 기록이지만 DCEU에서 가장 적은 예산(1억 달러)으로 제작되었다는 것과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방향을 고려하면 상당히 잘 나온 편이다. [샤잠!]은 기존 DC 작품들과 달리 ‘가족용 슈퍼 히어로 영화’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앤트맨]과 같은 포지션인데, 1억 3,000만 달러가 들어간 [앤트맨]의 오프닝 성적이 5,700만 달러임을 감안하면 [샤잠!]의 첫 성적표가 결코 실망스럽지 않은 결과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현지 평가도 상당히 우수하다. DCEU 영화 중 [샤잠!]보다 높은 평단 점수를 받은 작품이 [원더 우먼] 밖에 없고, 북미 관객들 역시 만족스러워하는 중이다. 영화를 연출한 데이비드 F. 샌드버그는 [샤잠!] 이전까지 두 편의 장편만을 연출한 신예 감독인데, 그 두 작품이 [애나벨: 인형의 주인]과 [라이트 아웃]이다. 부진에 빠져있던 DC를 건져 올린 [아쿠아맨]을 ‘공포 영화 전문가’ 제임스 완이 연출하고, 그 기세를 물려받은 [샤잠!]도 공포 영화감독의 손에서 태어난 작품이라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현재 영화의 전 세계 누적 성적은 1억 5,900만 달러, 워너브러더스 입장에서는 이 작품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전까지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들이길 원했을 텐데, 일단은 그 출발이 상당히 좋다.

 

 

2. 공포의 묘지 (Pet Sematary) ( New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59% / 관객 44%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58
상영관 수: 3,585
주말 수익: $24,502,775
북미 누적 수익: $24,502,775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41,802,775
제작비: $21,000,000
상영기간: 1주 (3일)

 

2위는 파라마운트의 R등급 공포 신작 [공포의 묘지]가 차지했다. 이미 1989년에 영화화되었던 스티븐 킹의 소설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죽은 것을 되살리는 애완동물 공동묘지에 사고로 잃은 딸을 묻으면서 벌어지는 끔찍한 이야기를 담았다.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행사에서 선공개되었을 당시 “스티븐 킹 원작 영화 중 최고”라는 평가를 들은 데다가, 평소 자신의 소설을 토대로 한 영화에 상당히 인색했던 스티븐 킹도 “정말 무섭다”라 극찬하면서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막상 공개되고 나니 원작 팬들의 원성을 살만한 이유로 평가는 좋지 못하지만, 박스오피스 성적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상황이다. 영화가 첫 주말에 벌어들인 2,450만 달러는 제작비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일 뿐 아니라, 무려 43편에 달하는 스티븐 킹 원작 영화 중 [그것](1억 2,300만 달러)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니 말이다. [원더랜드]의 흥행 참패로 한껏 침체되었을 파라마운트 입장에서는 작년 이맘때 큰 성공을 거두었던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기운을 이 작품이 물려받기를 간절히 바랄 것으로 보인다.

 

 

3. 덤보 (Dumbo) ( ↓ 2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47% / 관객 59%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51
상영관 수: 4,259
주말 수익: $18,213,967 (-60.4%)
북미 누적 수익: $76,261,456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215,832,199
제작비: $170,000,000
상영기간: 2주 (10일)

 

지난주 1위로 데뷔한 [덤보]가 신작들에 밀려 3위로 물러났다. 순위만 떨어지면 그나마 다행이련만, 주말 성적도 60% 이상 떨어지면서 흥행에 적신호가 켜지고 말았다. 역대 디즈니 실사 리메이크 영화 중 이토록 큰 폭으로 2주차에 무너진 작품은 [거울나라의 앨리스]가 유일한데, 이 작품의 북미 최종 스코어 7,700만 달러는 당연히 넘겠지만 어째 1억 달러를 넘는 것은 힘겨워 보이기도 한다. 물론 [덤보]가 아무리 손해 보더라도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그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일 것이기에 금전적인 측면에서는 전혀 걱정할 것이 없으나, 디즈니 실사 리메이크 영화의 미래를 걱정하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부진한 것은 사실이다. 모든 작품이 [미녀와 야수]가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북미에서 제작비는 벌어들여야 체면치레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4. 어스 (Us) ( ↓ 2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94% / 관객 68%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81
상영관 수: 3,512 (-231)
주말 수익: $13,798,520 (-58.5%)
북미 누적 수익: $152,381,515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216,581,515
제작비: $20,000,000
상영기간: 3주 (17일)

 

주말 간 1,380만 달러를 벌어들인 조던 필의 신작 공포 [어스]가 두 계단 아래로 내려왔다. 2주차와 마찬가지로 주말 성적이 대폭 떨어졌는데, 지난주는 호러 장르 특성상 그랬다면 이번 주는 [공포의 묘지] 개봉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북미 성적 1억 5,238만 달러는 역대 R등급 호러 영화 흥행 순위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며, 2018년작 [할로윈]과 [겟 아웃]을 넘어 3위까지 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 세계 극장가에서 벌어들인 금액은 2억 1,650만 달러.

 

 

5. 캡틴 마블 (Captain Marvel) ( ↓ 2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78% / 관객 59%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64
상영관 수: 3,573 (-412)
주말 수익: $12,431,803 (-39.8%)
북미 누적 수익: $373,880,366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1,037,980,262
제작비: $152,000,000
상영기간: 5주 (31일)

 

마침내 전 세계 10억 달러를 돌파한 [캡틴 마블]이 5위로 주말을 마무리했다. 지난주에도 언급했지만 이는 MCU에서 일곱 번째로 달성한 기록이다. 스무 편이 넘는 MCU에서 일곱 작품이나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만큼 “별 거 아니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영화 역사상 서른여덟 작품만 이 금액을 넘었다는 사실을 보면 새삼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무서움이 느껴진다. 여기에 이십세기폭스까지 합병되면서 몸통이 더욱 불어났으니, 정말이지 디즈니가 영화계를 집어삼킬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6. 더 베스트 오브 에너미즈 (The Best Of Enemies) ( New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54% / 관객 77%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51
상영관 수: 1,705
주말 수익: $4,446,190
북미 누적 수익: $4,446,190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4,446,190
제작비: $10,000,000
상영기간: 1주 (3일)

 

타라지 P. 헨슨과 샘 록웰 주연의 신작 [더 베스트 오브 에너미즈]가 6위로 데뷔했다. 인권운동가 앤 앳워터와 KKK단 대표 C.P. 엘리스가 인종차별 철폐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극적으로 회담을 가지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그린 작품. 평단의 엇갈린 반응과 달리 관객은 대체적으로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관객 평가와는 별개로 당초 예상에 못 미치는 444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치며 씁쓸하게 첫 주말을 마무리했다. 할리우드에서 알아주는 두 연기파 배우가 출연했음에도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이 영 아쉽다.

 

 

7. 파이브 피트 (Five Feet Apart) ( ↓ 2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55% / 관객 80%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53
상영관 수: 2,484 (-361)
주말 수익: $3,580,237 (-42.2%)
북미 누적 수익: $41,471,489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62,471,489
제작비: $7,000,000
상영기간: 4주 (24일)

 

청춘 로맨스 [파이브 피트]가 7위를 차지했다. 어느덧 개봉 4주차에 들어선 영화의 북미 성적은 4,140만 달러로, 몇 천만 달러씩 벌어들이는 상위권 작품들에 비해 돋보이지는 않지만 쏠쏠하게 재미를 보고 있는 중이다. 다가오는 주말 같은 YA(영어덜트) 장르인 [애프터]가 개봉을 앞둔 만큼, 타깃 관객층이 분산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8. 언플랜드 (Unplanned) ( ↓ 4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50% / 관객 93%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11
상영관 수: 1,516 (+457)
주말 수익: $3,280,645 (-48.6%)
북미 누적 수익: $12,548,155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12,548,155
제작비: $6,000,000
상영기간: 2주 (10일)

 

8위는 지난주 4위로 첫 선을 보였던 [언플랜드]가 차지했다. 사실적인 낙태 묘사로 종교 영화로는 흔치 않은 R등급을 받은 이 작품은 상영관을 대폭 늘렸음에도 신작의 개봉으로 주말 성적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서 주말을 마무리했다. 328만 달러를 더한 영화의 현재 북미 스코어는 1,254만 달러.

 

 

9. 원더랜드 (Wonder Park) ( ↓ 3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30% / 관객 37%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46
상영관 수: 2,281 (-1,023)
주말 수익: $2,155,529 (-57.0%)
북미 누적 수익: $42,096,042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60,096,042
제작비: $80,000,000 – $100,000,000
상영기간: 4주 (24일)

 

개봉 4주차에 접어든 [원더랜드]가 9위로 내려앉았다. 제작비가 8,000만 달러 이상 들어갔음에도 지금까지 북미에서 벌어들인 금액은 4,200만 달러, 한마디로 ‘제대로 망했다’. 설상가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애니메이션 [미싱 링크]가 이번 주말 개봉을 앞두고 있어 더 이상 이 작품에 관심을 줄 관객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0. 드래곤 길들이기 3 (How to Train Your Dragon: The Hidden World) ( ↓ 3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90% / 관객 88%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71
상영관 수: 1,928 (-857)
주말 수익: $1,993,225 (-54.4%)
북미 누적 수익: $156,700,470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508,700,470
제작비: $129,000,000
상영기간: 7주 (45일)

 

[드래곤 길들이기 3]이 4월 첫 주말 박스오피스의 마지막 자리를 장식했다. 지난 6주간 상위권을 지키며 팬들에게 최고의 이별 선물을 안겨준 영화의 북미와 전 세계 누적 성적은 1억 5,670만 달러와 5억 870만 달러. 어떻게 보면 아쉬운 성적이기는 하나, 팬들에게 성적은 그다지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