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새로운 시작, 페이즈 4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아이언맨]으로 시작해서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끝으로, 마블 스튜디오는 10년 간 이어진 방대한 슈퍼히어로의 세계를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원래 ‘스파이더맨’의 후속편은 페이즈 4의 시작이라고 알려졌지만, 케빈 파이기가 페이즈 3의 마지막 영화라고 정정했다)
이제 2023년까지 마블 영화를 이끌어갈 새로운 시도인 마블 페이즈4에 대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밖에 없다. 우선 [블랙 위도우]가 크랭크인 날짜를 확정했고, [이터널스]나 아시아인 히어로가 주인공인 [샹치]가 개발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닥터 스트레인지 2], [블랙 팬서 2],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처럼 익숙한 영화의 속편도 대기 중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캐스팅 단계에서 안젤리나 졸리와 한국 배우 마동석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화제가 된 [이터널스]의 제작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아직까지는 많은 이야기가 나온 건 아니다. 이들이 과연 어벤져스의 자리를 대신할지 아니면 다른 역할을 하게 될지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어벤져스에 비해 다소 생소한 이들이 원작 코믹스에서는 어떤 식으로 표현되는지 소개하려고 한다.

물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영화에선 달라지는 부분이 많을 테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지식을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잭 커비가 시작한 도전

 

스탠 리, 조 사이먼 등과 함께 캡틴 아메리카, 엑스맨, 판타스틱 포, 앤트맨 등을 창조한 만화가 잭 커비는 1970년에 마블 코믹스를 떠나 DC 코믹스로 창작 터전을 옮겼다. 그리고 [포스 월드]시리즈로 다크사이드를 포함한 새로운 우주의 신족인 뉴 갓(New Gods)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으나, 이 시리즈는 조기에 중단되어버렸다. 마블로 다시 돌아온 커비는 이터널스(Eternals) 종족을 탄생시켜 못다 한 뉴 갓의 이야기를 대신 풀어보려 했으나, 뉴 갓과 비슷한 방향으로 가던 [이터널스] 시리즈 역시 끝을 맺지 못하고 중단되고 말았다.

이후 이터널스는 다른 작가들이 다른 작품에서 등장시키며 사용해왔고, 기존에 마블 코믹스를 통해 등장했었던 신화 속의 머큐리나 타노스를 포함한 타이탄 성인이 모두 이터널스 종족의 일원인 것으로 재설정되었다.

 

 

 

이터널스 단독 시리즈는 이후에도 몇 차례 진행되었지만 매번 중간에 취소되어버렸다. 지구에는 인류를 제외하고 이미 거주하고 있거나 지구와 밀접하게 관련된 다른 종족들, 예를 들어 뮤턴트, 인휴먼즈, 아틀란티스, 신족(올림푸스나 아스가르드 등등) 같은 초인적인 종족들이 존재하고 있으므로, 이터널스의 위치는 조금 애매하게 보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시리즈의 거듭된 실패로 존재감마저 희박해진 상태라 영화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터널스는 누구일까?

 

백만 년 전, 셀레스티얼이라는 우주 종족이 지구의 원시인들을 개량시켜서 호모 이모탈리스라는 종족을 만들었는데, 이들이 지금의 이터널스다. 그러니까 이들은 어벤져스 같은 팀이 아니라 하나의 종족인 것이다. 현재는 세력이 많이 줄긴 했지만, 한때 이들의 본거지는 그리스, 남극, 러시아, 아시아, 태평양은 물론, 천왕성과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등 여러 곳에 퍼져 있었다.

개량된 인간인 만큼 보통 인류보다 월등히 뛰어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주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는 신체 세포 덕분에 초인적인 힘, 텔레파시, 비행, 텔레포트 같은 능력은 물론, 환영을 만들어 내거나 유기물과 무기물을 다른 종류로 변형시킬 수도 있다. 열이나 빛, 방사능 같은 다양한 종류의 에너지를 생성할 수도 있으며, 몇몇 이터널스 일원은 고유의 특별한 능력까지 더 갖추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뛰어난 점이라면, 호모 이모탈리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분자가 흩어지더라도 재생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터널스는 사실상 불멸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셀레스티얼이 이터널스를 지구에 남겨둔 데에는 특별한 목적이 있다. 이터널스는 그 목적이 자신들을 옭아매는 의무와 제약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인류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계속 존재할 것이다.

 

 

 

대표적인 이터널스

 

이터널스 종족은 오랜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인간과 직접적인 교류를 거의 하지 않았으나, 몇몇 이터널스는 어벤저스나 디펜더스 같은 슈퍼히어로 팀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인류와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물론 타노스처럼 적대적인 이들도 있긴 하다). 대표적인 이터널스 멤버들 중에서도 일부만 살펴보자.

 

 

(왼쪽 주라스, 오른쪽 이카리스)

주라스
이터널스를 이끄는 지도자 프라임 이터널로, 그리스 신화에서의 제우스신 같은 존재다. 프라임 이터널은 종족의 일원과 함께 의지와 지식을 하나로 모아 유니 마인드라는 강력한 심령체를 소환할 수도 있다. 주라스는 타노스의 삼촌이기도 하다.

 

이카리스
가장 강력한 이터널인 이카리스는 주라스의 뒤를 이어 프라임 이터널이 되었다. 언젠가 지구를 침공하러 올 셀레스티얼스와 적대적인 사악한 데비안츠 종족에 맞서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태양 가까이 날아오르다가 죽었다는 그리스 신화 속의 이카루스가 그의 아들이다.

 

 

 

(왼쪽 세르시, 오른쪽 길가메시)

세르시
일찍부터 인간들 사이에서 섞이며 살아온 세르시는 시인 호메로스에 의해 ‘키르케’라는 이름으로 <오딧세이>에 등장하기도 했다. 캡틴 아메리카의 요청으로 어벤저스에 합류한 뒤 빌런의 정신 조종을 받아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으나, 어벤저스 동료이자 연인인 블랙 나이트와 함께 멀티버스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길가메시
이터널스 종족 중에서 가장 힘이 센 길가메시는 인간을 위해 폭군을 타도하고 괴물들을 죽여왔다. 사람들은 그를 ‘헤라클레스’, ‘삼손’, ‘아틀라스’, ‘베오울프’ 등의 이름으로 부르며 칭송했다. 히어로들과 모험을 함께 한 후에 미스터 판타스틱의 권유로 어벤저스에 합류하여 활동하기도 했다.

 

 

 

(왼쪽 스타폭스, 오른쪽 마카리)

스타폭스
지구를 떠나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정착한 이터널스 무리 중엔 타노스의 집안도 있다. 타노스의 동생 스타폭스는 형과 달리 태평하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성격이다. 지구를 찾아와 어벤저스 멤버가 되었지만, 상대에게 쾌락을 자극하는 특별한 능력 때문에 많은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다.

 

마카리
굉장히 빠른 스피드를 내는 마카리는 고대에 그리스의 헤르메스나 로마의 머큐리 같은 신으로 오해받았다. 인간의 편에서 세계 대전에 참전하기도 했으며, 엘비스 프레슬리에게 기타를 가르치기도 했다.

 

 

마블 스튜디오가 이터널스를 영화에서 어떤 방식으로 등장시킬지 모르지만, 어벤져스의 주요 멤버들이 빠진 새로운 무대를 얼마나 장악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 지점일 것 같다. 아마 거의 새롭게 재창작이 되지 않을까 예상되는데, 영화화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TV 시리즈로 변경되어 실패한 <인휴먼즈>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