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 해도 피치 못할 이유로 재촬영을 감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개는 완성된 1차 편집본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재촬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신과함께-인과 연], [올 더 머니]처럼 출연 배우의 불미스러운 문제로 재촬영을 감행하기도 한다.

어쨌든 영화의 제작 규모에 상관없이 제작자나 작품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재촬영은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스튜디오는 재촬영에 따른 제작비 상승이 부담스럽고, 팬들은 영화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때도 있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죠스], [빽 투 더 퓨처], [월드워Z]처럼 성공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현재 개봉을 앞두고 있거나 제작 진행 중인 영화 중에서 재촬영을 감행한 사례를 모아봤다. 재촬영이 악수가 될까? 신의 한 수가 될까?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Spider-Man: Far From Home)

이미지: 소니 픽쳐스

얼마 전 사무엘. L 잭슨은 인스타그램에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재촬영 사진을 게시했다. [킬러의 보디가드] 속편 촬영을 막 마쳤던 그는 ‘하루 쉰다고 생각하면 이런 일이 생긴다’는 멘트와 함께 친절하게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과 재촬영 해시태그까지 남겼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닉 퓨리 역을 맡아 여러 작품에 출연해온 그가 이번 추가 촬영에서 완성된 영화의 흐름을 바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어떤 장면을 위해 하루를 쉬지 못했는지 은근 궁금하다. 특히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본 관객에게 닉 퓨리와 피터 파커의 관계는 이전과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7월 5일 (북미)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닥터 두리틀의 여행(The Voyage of Doctor Dolittle)

이미지: 소니 픽쳐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가장 먼저 볼 수 있을 작품으로 기대된 [닥터 두리틀의 여행]은 당초 올봄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2020년 1월로 대폭 연기됐다.

[닥터 두리틀의 여행]은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휴 로프팅의 동화가 원작으로, 실사와 CGI가 결합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우려되는 부분은 연출을 맡은 스티븐 개건 감독이 엄청난 자본이 들어간 블록버스터 연출 경험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스티븐 개건의 이전 연출작으로 조지 클루니와 맷 데이먼 주연의 [시리아나]와 매튜 맥커너히 주연의 [골드]가 있다.

스티븐 개건은 [레고 배트맨 무비]의 크리스 맥케이와 [레고 닌자고 무비]의 조나단 리버먼과 함께 3주간 재촬영을 진행했다.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재촬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겠지만, 이미 많은 제작비 1억 7500만 달러가 책정됐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최근 디즈니 실사 영화가 박스오피스에서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한 걸 감안하면 더욱 걱정스럽다. 물론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은 영화가 우려를 떨치고 멋진 모습으로 나올 수도 있다.

 

 

 

  카오스 워킹(Chaos Walking)

이미지: 라이언스게이트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더그 라이먼 감독과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톰 홀랜드와 데이지 리들리가 만난 [카오스 워킹]도 재촬영을 피하지 못했다.

[카오스 워킹]은 2017년 8월부터 11월까지 촬영을 진행해 올해 3월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작년 말 1차 편집본 내부 시사에서 완성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걸로 판명됐다. 영화를 본 라이언스게이트 임원진의 말에 따르면 “말이 안 된다(unreasonable)”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1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영화를 3주간 재촬영한다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니지만, [카오스 워킹]은 배우들의 스케줄을 조율해 최근 재촬영을 시작했다. 주연배우 톰 홀랜드는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재촬영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당장 내년 개봉도 불투명해진 [카오스 워킹]은 패트릭 네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세상의 모든 여성이 사라지고 ‘노이즈’라는 텔레파시로 소통하는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린다. 과연 재촬영은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까.

 

 

 

  엑스맨: 뉴 뮤턴트(The New Mutants)

이미지: Twentieth Century Fox

3부작 호러 시리즈가 될 거라고 했던 [엑스맨: 뉴 뮤턴트]는 재촬영 소식은 한참 전에 나왔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안녕, 헤이즐]의 조쉬 분 감독이 연출을 맡고,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신성 안야 테일러 조이, 메이지 윌리암스, 찰리 히튼 등이 주연을 맡았지만 테스트 스크리닝에서 최악의 반응을 듣고 재촬영 후 개봉할 거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존 마블 작품과 달리 호러 장르를 표방한 영화가 전혀 무섭지 않고 배우들의 연기 빼고는 볼 게 없다는 반응을 들었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상반기 개봉했어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내부 반응은 최악인 데다 재촬영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 합병한 상황에서 [뉴 뮤턴트]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다. 얼마 전 열린 시네마콘에서 [뉴 뮤턴트]는 디즈니의 극장 개봉 라인업에 포함되었지만, 현실로 일어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여름 개봉마저 물 건너간다면 스트리밍 서비스로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쯤 되니 영화가 얼마나 무섭지 않고 형편없는지 궁금해진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X-Men: Dark Phoenix)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엑스맨 프랜차이즈의 마지막 작품 [엑스맨: 다크 피닉스]도 마침내 개봉이 확정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진 그레이 중심의 다크 피닉스 사가를 기반에 둔 이야기로, 그동안 엑스맨 시리즈에서 각본 및 제작을 맡았던 사이먼 킨버그가 감독으로 내정돼 첫 영화 연출에 도전했다.

소피 터너,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제니퍼 로렌스, 니콜라스 홀트, 에반 피터스 등 기존의 화려한 출연진에 제시카 차스테인이 빌런 역으로 합류해 관심을 모았으나 테스트 스크리닝 이후 재촬영이 결정됐고, 개봉 일정도 연기됐다. 바쁜 배우들이 재촬영을 위해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았으나 다행히 2018년 8월 재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한때 [뉴 뮤턴트]와 함께 개봉이 취소될 수 있다는 루머에 시달렸던 [다크 피닉스]는 항간에 떠도는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하고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다크 피닉스]는 6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커런트 워(The Current War)

이미지: (주)이수C&E

토마스 에디슨과 조지 위팅하우스의 전기 공급 경쟁을 다룬 [커런트 워]는 2017년 9월 토론토영화제에서 공개됐다. 하비 와인스틴 스캔들이 휩쓸던 당시 와인스틴 컴퍼니에서 제작한 영화는 비평가들로부터 날 선 평가를 받았다. 더군다나 와인스틴 컴퍼니 부도로 개봉마저 무기한 연기되는 악재가 겹쳤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흘러 [커런트 워]는 배급사를 옮겨 추가 촬영분을 포함한 감독판으로 개봉일을 확정했다. [커런트 워]가 재촬영분이 포함된 버전으로 개봉하기까지 숨은 사연이 있었으니, 바로 이 영화의 운명을 좌지우지했던 하비 와인스틴이다. 애초 토론토영화제에서 공개하고 개봉을 추진했던 버전은 연출을 맡은 알폰소 고메즈-레존 감독이 아닌 하비 와인스틴의 뜻대로 편집된 영화였던 것이다.

다행히 [커런트 워]는 독특한 계약조항 때문에 추가 촬영 후 개봉이 가능했다. 제작자로 참여한 마틴 스콜세지가 그의 제자이기도 한 고메즈-레존 감독이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확인하지 않은 버전을 상영할 수 없게 한 계약 조항을 발동했기 때문이다. 과연 감독의 의도대로 편집된 영화는 이전의 혹평을 피해 갈 수 있을까. 오는 6월이면 한국에서도 볼 수 있을 예정이다.

 

 

 

  전투

이미지: (주)쇼박스

[살인자의 기억법]의 원신연 감독과 류준열, 유해진, 조우진이 의기투합한 [전투]는 환경훼손 논란으로 재촬영을 진행했다.

[전투]는 대한 독립군이 최초로 승리한 ‘봉오동 전투’를 다룬 영화로, 강원도 정선에서 촬영할 당시 관할청인 정선군청과 협의 후 촬영을 진행했다. 하지만 촬영 장소가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다. 정선군청뿐 아니라 원주지방환경청의 허가도 필요했는데, 이를 파악하지 못해 누락했던 것이다. 제작진은 영화 촬영 중 환경청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인식했다. [전투] 제작진은 장비를 옮기고 전투 장면을 찍을 때 식물을 훼손하고 야생동물을 놀라게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환경청과 논의해 원상복구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사과의 입장을 전했고, 해당 지역에서 찍은 촬영분을 폐기하고 촬영 장소를 옮겨 재촬영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