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은 최근 미드 팬들 사이에서 핫한 드라마로 꼽힌다. 뻔한 이야기지만, 재미있기 때문이다! 십 대 마녀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 이 작품은 90년대 드라마 [미녀 마법사 사브리나]와 마찬가지로 1930년대 발간된 ‘아치 코믹스’ 만화책 시리즈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원작이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의 각색과 수정을 거친다. 원작의 전체적인 줄거리나 캐릭터 성격 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더 큰 재미를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랜만에 새 옷을 입고 대중 앞에 선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이 원작과 어떻게 다를지 살펴보자.

 

 

1. 앰브로즈 스펠먼

 

몇몇 팬들 사이에서 사브리나보다 더 큰 사랑을 받는 캐릭터가 바로 엠브로즈 스펠먼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특히 사브리나를 본명이 아닌 “사촌~”이라 부르는 그의 말투가 묘하게 매력적인데 이는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다. 엠브로즈가 사브리나와 이모들과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처한 이유도 드라마와 원작이 다르다. 넷플릭스 시리즈에서 엠브로즈는 바티칸을 폭파시키려 했다는 이유로 75년 동안 가택연금을 당했다가 시즌 2에서 풀린다. 코믹스는 드라마에 비하면 다소 시시(?)한데, 영국 기숙학교에서 다른 학생과 주먹다짐을 하고 퇴학조치를 받으면서 사브리나 가족과 함께 지내게 된다는 점이 다르다.

 

 

2. 젤다 & 힐다 스펠먼

 

젤다와 힐다 스펠먼은 사브리나의 부모가 세상을 떠난 이후 실질적인 보호자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라는 것과 성격 등 기본적인 캐릭터 설정은 원작과 흡사하다. 그러나 드라마와 원작의 가장 큰 차이라 하면 만화책에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젤다는 블랙우드 대사제와 사랑인지 비즈니스인지 모를 관계를 맺고, 힐다는 언니와 달리 책방 주인 닥터 세베루스와 천신만고 끝에 사랑이 이루어지지만, 원작에서 두 사람은 사랑할 시간도 없는 철저한 워커홀릭으로 묘사되었다.

 

 

3. 사역마 세일럼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에서 집사들 심장 부여잡게 만든 장본묘(猫), 바로 세일럼이다. 원작과 드라마 속 세일럼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고양이 품종이다. 드라마 속 세일럼은 온몸의 털이 새카만 봄베이/뭄바이로, 집사 사이에서는 ‘블랙 팬서’라고도 불리는 고양이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굉장히 보기 힘든 종이라고. 반면 원작에서는 털이 풍성한 노르웨이숲, 애칭 ‘놀숲’이라는 품종으로, 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도 많이 보이는 종이다. 품종뿐 아니라 배경 설정도 다르다. 드라마판의 세일럼은 고양이 형상을 한 괴물이라 인간의 말을 할 수 없지만, 책에서는 금기를 어긴 벌로 고양이가 된 남자 마법사(Warlock)인데다가 말도 엄청 많이 한다고. 개인적으로는 원작 설정대로 말하는 고양이로 등장했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꼈을 것 같다.

 

 

4. 하비 킨클 & 닉 스크래치 & 삼각관계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에서 가장 뜨거운 토론 주제는 ‘커플링’일 것이다. 흔히 ‘스닉’(사브리나+닉) 파와 하브리나(하비+사브리나) 파로 나뉘게 되는데, 이들의 미묘한 삼각관계가 드라마에 보는 재미를 더한다.

 

‘구남친’ 하비 킨클은 드라마에서 내향적이고 섬세한 성격으로 묘사되지만, 원작에서는 좀 더 우락부락한 풋볼 선수로 등장한다. 또한 원작의 하비는 풋볼과 사브리나 밖에 모르는 해바라기 같은 남자인데다가 사브리나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고초를 겪는 반면, 드라마에서는 이별 후 함께 친했던 로즈와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드라마판에서는 ‘알고 보니 마녀사냥꾼 집안’이라는 설정도 추가되었다.

 

엠브로즈와 하비가 ‘착한 남자’라면, 닉 스크래치는 ‘나쁜 남자’ 이미지로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다. 사브리나는 어둠의 마법 학교에서 만난 매력적인 남자 마법사인 그와 연인관계로 발전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브리나가 겪는 심리적 갈등과 두 남자의 미묘한 신경전이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혹시라도 드라마에서의 매력적인 모습이나 셋의 러브라인을 보기 위해 만화책을 찾아볼 생각이었다면 헛수고다. 그가 원작에는 없는, 즉 드라마에서 추가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닉 스크래치에게 푹 빠진 시청자라면 아쉽게도 드라마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5. 마담 사탄/릴리트

 

마담 사탄(릴리트)은 원작과 드라마에서 앞에서는 사브리나의 편인 척하지만, 사실 어둠의 신 곁으로 그녀를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두 작품의 차이점을 꼽자면, 그녀가 죽음에서 돌아오게 된 연유다. 우선 드라마는 마담 사탄이 지옥을 떠나 지상으로 올라온 연유가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반면 원작에서는 아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베티와 베로니카가 만든 사랑의 주문의 역효과로 깨어난 것으로 묘사되는데, 미드를 즐겨보는 팬들은 금세 눈치를 챘겠지만 이 세 사람은 CW – 국내에서는 넷플릭스 서비스 중인 – [리버데일]과 원작 ‘아치 코믹스’의 주인공들이다. 현재 [리버데일]과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이 같은 드라마 세계관을 공유한 상황은 아니지만, 두 시리즈의 제작진이 원한다면 자연스레 크로스오버까지도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6. 수성명부

 

드라마 첫 시즌에서 사브리나는 마지못해 수성명부에 이름을 적으며 인간의 삶을 포기하고 마녀로 거듭난다. 시즌 2에서는 그녀의 본격적인 마녀 인생이 시작되는데, 앞서 언급했다시피 원작에서 사브리나는 수성명부는커녕 ‘악(惡)’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열여섯 살이 되면서 어둠의 신을 따를 것을 강요당하지만, 사브리나는 이를 완벽히 거절하고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택한다(그 결과 하비 킨클이 영원히 고통을 받게 되지만 말이다). 만화책을 읽은 사람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브리나가 마녀의 길을 포기하면서 하비 킨클에게 닥친 시련은 스티븐 킹의 공포와 조지 R.R. 마틴의 비극적인 전개를 합친 것 같다고.

 

 

7. 영혼 마법 학교

 

극중 사브리나가 ‘마녀학개론’을 배우는 영혼 마법 학교도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장소다. 흑마법계의 ‘호그와트’ 격인 이곳에서 사브리나가 겪는 일들이 드라마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원작은 철저하게 벡스터 고등학교(인간 학교)에서의 해프닝만을 그린다. 만화에서는 마녀와 마법사를 위한 교육장소가 없으니 당연한 말이지만 사브리나는 선생이 아닌 이모들로부터 마법 교육을 받는데, 생각해보면 마녀 사회에서 실력자라고 소문난 젤다와 힐다 이모가 더 좋은 선생일 것 같기는 하다.

 

 

8. 사브리나 스펠먼

 

시리즈의 주인공인 사브리나에게도 작지만 큰 변화가 있었다. 앞선 원작과의 비교에서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했겠지만, 사브리나는 어디에서나 정의롭고 선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러나 원작과 드라마의 차이를 꼽자면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은 현재 시대상을 반영해 사브리나를 만화보다 더 진취적인 인물로 그렸다는 점이다.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그녀의 모습은 만화책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는데, 드라마에서 사브리나는 수지가 농구부에 입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거나 노골적인 남성우월주의와 여성 폄하로 가득했던 블랙우드 대사제의 개혁방안에 반대하는 등 사회운동가적인 면모를 자주 보여주었다. 이러한 변화가 드라마의 인기에 한몫했다는 점은 두말하면 잔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