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 운동이 확산되는 요즘,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은 작품이 있다. 일본계 미국인, 제3자의 시선으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역사 ‘위안부’를 다룬 다큐멘터리 [주전장]이다.
유튜버 출신 미키 데자키 감독은 일본의 인종차별 동영상을 올렸다가 극우 세력에게 인신공격을 당한 후 첨예하게 대립 중인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되었고, 3년간 일본과 미국, 한국을 오가며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주전장]은 지금까지 감정적인 호소에 치중했던 위안부 관련 작품과 달리, 팽팽하게 대립하는 양측의 주장을 번갈아 비추며 이성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덕분에 일본 극우세력이 무엇 때문에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는지 검은 의도를 알 수 있다. 어이없는 주장에 기가 막히고 헛웃음이 나오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는 게 중요하다.
지난주 테일러콘텐츠은 [주전장]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미키 데자키 감독을 만나 제작 및 개봉 소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1. 위안부를 소재로 한 이유
위안부 문제를 두고 한국과 일본 간 정보 격차가 있다는 걸 알았다. 이 문제로 두 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정보와 맥락을 제공한다면, 이 격차를 메울 수 있을 것 같고 정보를 알면 더 나은 토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2. 전체 내러티브 구성에 중점을 둔 부분
제일 중요했던 건 양측의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을 보여주는 거였다.
3. 방대한 자료 중 영화에 포함할 것을 선별한 기준
위안부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지가 기준이었다. 또한 위안부 문제를 알아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나, 왜 특정 집단이 이 문제 역사를 수정하려는지도 중요했다. 그게 주된 원동력이었다.
4. 포함하고 싶었지만 삭제해야 했던 자료
독일과 일본이 역사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 역사학자와 역사 수정주의자가 역사적 내러티브를 구성할 때 어떻게 다른지, 위안부 문제 또는 역사 문제 전반에 대한 상위 개념을 관념적으로 풀어낸 독일 역사학자와 진행한 인터뷰를 넣지 못했다.

5. 인터뷰 대상을 어떻게 섭외했는지
공개 학술대회 같은 곳을 찾아가 다가가서 안면을 트고 명함을 교환했다. 그때부터 메일로 연락하며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마침내 인터뷰하기로 동의하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했다. 졸업 작품의 일환이며, 영화제나 극장에서 상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줬다.
6. 일본 우익세력은 극장에서 상영할 줄 알았던 것인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았다. 영화를 만들 당시에는 영화제에 출품할 수 있을 만큼 잘 나올지 알 수 없지만, “가능성이 있어요.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까 여기 공개 동의서에 서명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7. 일본 우익 세력 인터뷰 섭외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놀랍게도 아니다. 자신들의 메시지를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는 게 목표인 것 같다. 그들 생각에 내가 일본계 미국인이니까, 나를 설득할 수 있으면 자신들의 주장을 더 많은 미국인을 설득하는데 이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8. 위안부 문제 지지자는 어떤 마음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나?
위안부 문제 지지자들의 경우, 촬영이 더 어렵다. 국가주의자에 의해 온라인이나 길거리에서 공격받는 걸 염려한다. 그래서 우익 진영 사람들이 인터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하지 않으면, 영화는 우익 진영 의견으로 채워질 거예요. 선생님의 주장을 이 영화에서 목소리 높여 말해주세요. 영화가 유명해지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 큰 창구를 갖게 되는 겁니다”라고 말해서 인터뷰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9. 한국인 제작자도 참여했다. 어떻게 함께 일하게 됐는가?
협력 프로듀서 강명석씨는 내가 다닌 대학교에 온 교환 학생이었고, 프로젝트에 큰 열정이 있었다. 보조 프로듀서 정현정씨는 알고 지낸지 오래됐는데, 나를 최대한 많이 도와주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최종본을 보고 많이 놀랐다.
10. 최종본을 본 동료 제작자들의 반응
내가 내 얼굴에 먹칠하는 것 같은데 “이거 예상했던 것보다 잘 나왔는데”라고 말해줬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았다고 했다.
11. 한국 우익보수 진영이 어떻게 봤으면 하는가?
일단 마음을 열고 봤으면 한다. 가능하다면 모르는 것도 알아갔으면 한다. 물론 영화를 받아들이는 거는 그분들에게 달렸지만,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것에도 열려있기를 바란다.
12. 한일 간 분쟁으로 주목받는 현 상황에 대해
한일 간 무역 분쟁 때문에 영화가 더 주목받고 있는데, 분쟁은 불행한 일이라 생각한다. 양국 간 증오심만 더 키우는 일이다. [주전장]은 양국 간 증오와 적대를 줄이기 위해 역사 분쟁의 맥락을 살피고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다.
13. [주전장]을 볼 한국 관객에게
한국 관객 여러분은 위안부 문제를 듣고 아는 분들이 많겠지만, 영화엔 그동안 듣지 못했던 내용이 많을 거다. 일본 사람과 일본 우익 세력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흥미와 관심이 생길 거라 여긴다.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것도 기꺼이 도전하고 토론하고 논쟁하고, 일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