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문화가 변화하면서 영화를 보는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감상의 시대에서 즐기고 체험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과 올해 박스오피스 역주행 신화를 일으킨 [알라딘]과 [보헤미안 랩소디]가 좋은 예다. 관객은 이제 영화 속 인물과 서사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해 함께 즐기거나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실감 나게 느끼길 원한다. 아직까지는 일반 상영관이 지배적이지만 특별관 인기가 오르는 이유다. 영화를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특별 상영관, 어떤 영화가 돈 아깝지 않은 경험을 선사했을까?
알라딘(Aladdin)

올해 세 번째 천만 영화 [알라딘]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4DX 열풍. 그동안 장면에 따라 좌석이 움직이거나 진동이 발생하고, 물, 바람, 향기 등의 특수효과가 발생하는 오감체험 4DX관은 아는 사람만 가는 특별관이었지만, [알라딘]의 흥겨운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면서 인기관으로 급부상했다. 양탄자에 올라탄 듯 실감 나는 체험을 만끽할 수 있어 관객들 사이에 ‘4D 맛집’으로 불리며, 예매가 열릴 때마다 치열한 티켓 전쟁이 벌어졌다. 그동안 4D 최고 관객수 55만을 기록한 [겨울왕국]을 압도적인 수치로 제치고, 4D에서만 1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마블 코믹스를 완벽하게 옮겨 놓았다고 평가받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도 4DX로 보면 짜릿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영화다. 새로운 스파이더맨으로 거듭난 10대 마일스가 다른 차원에서 온 스파이더맨 5명을 만나 위험에 처한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로, 시리즈 특유의 활강 액션을 자유롭고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4DX는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뉴욕 도심을 가로지르는 스파이더맨의 활강 액션에 에어샷, 바람, 번개 등의 효과를 더해 차원이 다른 쾌감을 전했다.
그래비티(Gravity)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는 우주 미아가 된듯한 적막감과 두려움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는 영화다.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던 스톤 박사가 인공위성 잔해와 부딪히면서 조난당하는 이야기를 긴장감 있는 연출로 담아내 스릴러 못지않은 아찔함을 선사한다.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우주에서 무중력 상태로 부유하는 움직임과 광활한 공간감을 효과적으로 구현해 아이맥스, 3D, 4DX에서 보면 더욱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을 경험할 수 있다.
덩케르크(Dunkirk)

개봉 당시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인 [군함도]가 뚫지 못한 곳이 있으니,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다. 2008년 [다크 나이트]를 시작으로 아이맥스로 촬영하는 감독의 영화답게 전체의 75%에 해당하는 79분이 아이맥스 촬영분이며, 무사귀환을 위해 분투하는 병사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기존 전쟁 영화와 차별화된 영화적 체험을 선사했다. 전체 279만 관객의 16.5%에 해당하는 45만 관객이 아이맥스로 관람했을 정도니 당시 뜨거운 열풍이 짐작된다.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보헤미안 랩소디]는 [알라딘] 이전 흥행 역주행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사운드 특별관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사운드 특별관은 5.1채널을 제공하는 일반 상영관과 달리, 32채널 혹은 64채널을 제공해 보다 생생하고 풍성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덕분에 영화의 백미라 꼽히는 후반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을 실제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기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싱어롱 상영까지 더해져 퀸의 명곡을 함께 따라 부르는 떼창을 즐길 수 있어 더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지난 1월 출시된 VOD에는 3개의 코멘터리 영상과 함께 하이라이트 장면인 라이브 에이드 풀영상이 수록되어 있어 집에서도 그때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다.
아바타(Avatar)

지금처럼 특별관이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된 데는 [아바타]의 역할이 크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오랜 제작 기간을 들인 영화는 상상의 세계를 마치 눈앞에서 보듯 생생하게 펼쳐 보이며 사람들을 매료했다. CG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이모션 캡쳐와 사실성을 끌어올리는 가상 카메라를 결합해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로 인도했다. 1300만이 넘는 전체 관객의 절반 가량인 640만 명이 3D, 4D, 아이맥스 관람했다. 현재 [아바타]는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총 네 편의 속편을 차례로 선보이는 야심 찬 계획을 진행 중이다.
드래곤 길들이기(How to Train Your Dragon)

올해로 3부작의 이야기를 마무리한 [드래곤 길들이기]는 드림웍스의 상상력과 3D 기술력이 만난 작품이다. 기획단계부터 인트루 3D 기술력을 도입해 전 과정을 3D 입체로 제작, 실사 못지않은 압도적인 생생함을 전달한다. 드래곤 투슬리스는 실제 파충류의 이미지를 차용해 미세한 비늘 모양과 움직임을 포착하고, 히컵과 만남 이후 점차 변해가는 다양한 감정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2D 후반 작업에 입체감을 넣었던 전통적인 3D 영화 제작 방식과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캐릭터와 영화 속 세상의 입체감을 강조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는 기존의 3D 영화와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얀 마텔의 원작 소설이 가진 상상력과 감동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입체적이고 생생한 사실성에 집중했던 영화와 달리 예술적인 형태의 3D를 창조했다. 단순히 입체감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스크린이 보여줄 수 있는 영화의 공간을 최대한 확장해 깊이와 명암을 만들어내며 캐릭터의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했다. 3D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아바타] 못지않게 시각적인 경이로움을 안긴 작품으로 꼽힌다.
어벤져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할리우드 영화 사상 최초로 전체 분량을 아이맥스로 촬영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처음으로 아이맥스 카메라를 사용한 후, 일반 영화 화면보다 큰 스크린에서 고화질의 선명한 영상을 제공해 이야기의 몰입감을 높였다. 2.35:1 화면비의 일반 영화와 달리 1.90:1 비율이기 때문에 아이맥스 상영관이 아니면 화면의 위아래 일부가 잘릴 수 있다. 마블 시리즈 팬이라면, 마블 페이즈 3를 마무리하는(마블 페이즈 3를 마무리하는 공식 작품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기념비적인 작품을 당연히 아이맥스로 관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