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가 이용하거나 몇 년 내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가짓수는 두 손을 꽉 채운다. 시장에 뛰어든 업체가 많은 만큼 각 플랫폼과 채널은 이용자 공략한 서비스만의 독자적 전략을 수립, 실행한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물량 공세로 업계 1위를 수성하려 하고, 애플은 하드웨어와 결합한 서비스를 기획 중이며, 디즈니, 워너, 유니버설은 계열 제작사들이 그동안 구축한 풍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건 큰 회사들의 이야기다. 소위 할리우드 6대 스튜디오가 아니고, 넷플릭스처럼 스트리밍 서비스’만’ 하는 회사가 아닌 곳은 어떻게 이용자를 유치하고 서비스를 운영해야 할까? 나름의 방식으로 그 답을 찾은 곳이 있다. 라이온스게이트 계열 프리미엄 케이블 채널 스타즈, 그리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다. 두 회사의 채널과 플랫폼은 특정 시청자 또는 이용자를 공략하며, 1등은 아니지만 이용자들이 언제나 고려하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지난 주말 열린 TV 비평가 협회 여름 프레스 투어에서 스타즈의 제프리 허치 최고 운영 책임자와 아마존 스튜디오 제니퍼 살케 사장의 인터뷰에서 공개된 내용을 통해 각 회사의 전략을 살펴본다.

스타즈의 ‘프리미엄 피메일’ 접근

이미지: Starz

스타즈는 ‘프리미엄 피메일’이라는 새 접근 전략을 발표했다. ‘프리미엄’은 스타즈 자체가 프리미엄 채널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왜 ‘여성(Female)’을 전면에 내세운 것일까? 이는 스타즈가 몇 년간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 방영하면서 특정 시청자 집단이 채널 콘텐츠의 인기를 좌우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인기를 좌우하는 집단, 프리미엄 피메일은 25~54세의 경제적 능력을 갖춘 여성들이다. 한 브랜드에 충성하는 편이며 서비스 유지 기간도 다른 집단보다 더 길다. 이들은 스타즈 콘텐츠 중 드라마를 좋아하고, 역사 속 위대한 여성 캐릭터를 사랑하며, 좋은 IP엔 돈을 쓸 줄 안다.

스타즈는 새 전략에 맞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발표했다. 19세기 소설 [위험한 관계]를 TV 시리즈로 제작한다. 플래그십 프로그램 [파워]의 스핀오프 시리즈는 메리 J. 블라이지를 내세워 아프리카계 여성 시청자를 공략한다. [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 새 시즌도 2년 만에 제작한다. 라이온스게이트의 대표 액션 프랜차이즈 [존 윅]의 스핀오프 TV 시리즈 [콘티넨탈]도 현재 기획 중인데, 강하고 멋진 여성 캐릭터가 다수 등장할 것이라 밝혔다.

제프리 허치는 ‘프리미엄 피메일’ 접근 전략이 남성 시청자를 배제하는 것은 아님을 확실히 했다. [아웃랜더]는 시즌 1의 경우 시청자 성비가 거의 1:1일만큼 남성 시청자들도 많이 보는 편인데, 허치는 [아웃랜더]를 시청하는 커플은 여성이 먼저 보고 남성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스타즈의 오리지널 프로그램은 이처럼 모든 시청자가 볼 수 있으나 여성 시청자의 공감과 호응을 끌어내는 콘텐츠가 우선이 될 것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시청자는 아마존 프라임 이용자

이미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 CBS All Access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 그린나래미디어

제니퍼 살케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아마존은 양으로 승부하는 회사가 아니다.” 아마존이 콘텐츠 양으로 승부하는 넷플릭스와 다른 전략을 펼치는 것은 프라임 비디오가 그 탄생부터 넷플릭스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아마존 멤버십 ‘프라임’이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 중 하나다. 따라서 프라임 비디오의 가장 큰 목표는 전 세계 프라임 서비스 이용자의 엔터테인먼트 수단이 되는 것이며, 이를 기준으로 큐레이션된 콘텐츠를 공급한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은 현재 전 세계 200여 개 지역에서 1억 달러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아마존은 콘텐츠 확보에서도 차별화된 행보를 보인다. [반지의 제왕] TV 시리즈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왕좌의 게임]이 될 테지만, 그 외의 작품들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타이틀보다 탤런트를 확보하는 작업에 공을 들인다. 오랫동안 업계에서 활동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여성 또는 비백인 제작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훌륭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니콜 키드먼조던 필이 이미 아마존과 계약을 완료했으며, 레나 웨이트, 포레스트 휘태커, 코니 브리튼, 블레이크 라이블리 등이 이번에 제작 계약을 맺었다.

[트랜스패어런트],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즐] 등이 에미상 후보가 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아마존 오리지널 콘텐츠의 시청률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는 분기별로 몇몇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공개하는데(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살케는 아마존이 “시청률로 성공을 이야기하는” 전략을 채택한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시청률을 공개하는 일은 없다고 확실히 말했다. 다만 창작 파트너와는 “미팅 자리에서 이들에게 프로그램이 어떻게 잘해오고 있는지 상세히 설명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