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상반기는 슈퍼히어로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통의 강호 마블, DC는 물론 [엑스맨] 시리즈 신작과 리부트 된 다크 히어로까지. 슈퍼히어로 팬들을 들뜨게 하는 영화가 쏟아졌다. 이중에는 기대보다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러운 작품도 있었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개봉하면서 2019년 슈퍼히어로 영화 라인업이 대부분 공개된 지금, 이들 작품의 실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본문 속 흥행 수치는 7월 29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글래스

[글래스]는 [언브레이커블]과 [23 아이덴티티]를 잇는 슈퍼히어로 영화다. 2000년 [언브레이커블]이 나온 지 19년 만의 속편이자,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형태의 슈퍼히어로 영화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막상 공개된 작품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될 수 없지만 로튼토마토 37%, 메타크리틱 43점이라는 평단의 부정적인 반응이 이를 증명한다. 흥행 성적 역시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2억 4천7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전작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었는데, 국내에서는 167만 명을 기록한 [23 아이덴티티]보다 훨씬 낮은 46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2,000만 달러의 적은 제작비는 일찌감치 회수했으나, 개봉 전 기대감을 생각하면 이래저래 아쉽다. [글래스]가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은 이유는 영화에 대한 엇갈린 평가 때문이다. 지나치게 설명적이고 뒷심이 부족한 영화라는 실망스러운 반응과 기존 히어로와 달리 참신한 시각으로 M. 나이트 샤말란의 색깔을 담아냈다는 상반되는 반응을 얻었다.
캡틴 마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초의 여성 히어로 영화 [캡틴 마블]은 [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리 라슨이 캐스팅되어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되었다. 특히 초인적인 힘을 가졌다고 알려져 위기에 빠진 어벤져스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 같은 뜨거운 관심은 마블 솔로 무비 사상 역대급 예매율로 이어졌고, 기대에 부응하는 완성도로 평단과 대중 모두 사로잡았다. [캡틴 마블]은 로튼토마토 78%, 메타크리틱 64점을 기록하고, 박스오피스에서는 월드와이드 누적 11억 달러를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국내에서는 3월 비수기임에도 580만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개봉 전후 [캡틴 마블]을 둘러싼 페미니즘 논란 때문에 평점 테러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시대적 요구를 잘 다루었다는 평이 앞선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캡틴 마블]이 향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헬보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다크 히어로 [헬보이]가 새롭게 판을 짜고 11년 만에 돌아왔다. 공포영화 [디센트]의 닐 마샬 감독이 연출을 맡고,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데이빗 하버가 새로운 헬보이에 낙점됐다. 원작자 마이크 미뇰라가 직접 각본에 참여해 원작에 가까운 작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R등급으로 차별화를 꾀했지만, 아쉽게도 평단의 반응은 처참했다. 선혈 낭자한 액션 빼고는 실망스러운 이야기로 로튼토마토 18%, 메타크리틱 31점을 기록했다. 박스오피스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개봉 첫 주말 3위로 출발해 제작비 5,000만 달러도 회수하지 못한 채 박스오피스에서 사라졌고, 국내에서도 32만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만약 기예르모 델 토로가 계속해서 작업했다면 결과는 지금과 다를까? 팬들은 언젠가 델 토로 감독이 [헬보이]로 돌아와 주기를 원할지 모른다.
샤잠!

[샤잠!]은 죽어갔던 DC 유니버스를 부활시킨 [아쿠아맨] 이후 첫 작품이라 많은 기대를 모았다. [라이트 아웃], [애나벨: 인형의 주인]으로 알려진 공포영화감독 데이비드 F. 샌드버그가 연출을 맡고, 드라마 [척]의 재커리 레비가 주문을 외치면 나타나는 히어로 샤잠에 캐스팅됐다. 재커리 레비는 과거 [토르] 시리즈에서 팬드럴 역으로 출연한 적 있어 마블과 DC 영화 모두 출연한 배우가 되었다. [샤잠!]은 기존 DC 영화와 달리 가족용 히어로 영화로 포지션을 잡고, 따뜻한 가족애와 유머를 내세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로튼토마토 91%, 메타크리틱 70점을 기록하고,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하며 월드와이드 누적 3억 6천 달러의 성적을 거두었다. 그에 반해 국내에서는 65만이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다른 DC 영화보다 비교적 적은 1억 달러의 예산을 들여 알찬 성과를 거둔 [샤잠!]은 현재 후속편 제작에 들어갔다. 속편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악당으로 등장할 뻔한 [블랙 아담]과 연계해 세계관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2008년 [아이언맨]부터 시작한 인피니티 사가의 대단원을 마무리할 작품이었다. 성공과 실패의 문제가 아닌 얼마만큼 성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초토화시켰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지난 11년간 MCU와 함께 한 팬을 위한 영화나 다름없었다. 지구 생명의 절반이 사라진 비극에도 특유의 경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고, 새로운 규칙으로 탄생한 시간 여행은 지나온 영화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 깨알 같은 재미를 안겼다. 무엇보다 MCU를 이끌어온 히어로들을 위한 헌사로 감동을 안기며 눈물샘을 훔쳤다.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로튼토마토 94%, 메타크리틱 78점을 기록했고, 최근 추가 버전으로 상영된 재개봉 성적을 포함해 27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아바타]가 갖고 있던 역대 월드와이드 흥행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국내 역시 [아바타]를 넘어서 역대 외화 흥행 1위에 올라섰다. 다만, 미공개 영상을 내세워 재개봉한 버전이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상반기 가장 성공한 슈퍼히어로 영화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라면, 반대편에는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있다.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브라이언 싱어 대신 각본과 제작을 담당했던 사이먼 킨버그가 연출을 맡고, 배우들도 그대로 복귀했다. 하지만 개봉일이 몇 차례 연기되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타깝게도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로튼토마토 23%, 메타크리틱 43점으로 역대 [엑스맨] 시리즈 중 최저 점수를 기록했다. 평단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끝나지 않았다. 관객 역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영화를 빠르게 외면했고, 전 세계 2억 5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쳐 1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 2000년부터 20년 간 명성을 유지했던 프랜차이즈의 마지막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했다. 디즈니와 폭스의 합병으로 [엑스맨] 판권이 마블 스튜디오로 넘어간 상황에서 씁쓸한 마무리를 만회할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마블 페이즈 5에 등장한다는 루머가 있는데, 멋지게 부활할 날이 오길 바란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마블 페이즈 3를 마무리하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성공적인 속편으로 돌아왔다. 아이언맨이 부재한 세상에서 차세대 히어로의 성장통을 매끄럽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로튼토마토 90%, 메타크리틱 69점을 기록했다. 관객 역시 10대 슈퍼히어로에 뜨겁게 반응했다. 시리즈 사상 최초로 월드와이드 누적 10억 달러를 돌파했고, 국내에서도 780만 관객을 동원해 전편의 흥행 기록을 깼다. 마블 페이즈 3를 실질적으로 매듭짓고 차세대 히어로의 존재감을 입증한 [스파이더맨]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현재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소니와 마블 스튜디오가 함께 만들고 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중 하나라도 10억 달러 수익을 거두지 못할 경우 계약이 파기된다는 루머가 있었는데,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성공했으니 앞으로도 MCU에서 계속 만날 것으로 예측된다. 뿐만 아니라 소니에서 [스파이더맨]과 [베놈]의 만남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역시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은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인기 히어로인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