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거대한 해킹]은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한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가입자 수백만 명의 프로필을 불법적으로 수거하고 정치적 선전 메시지를 전파한 과정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올해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개된 내용만으로 많은 사람에게 ‘몇 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충격적 사실을 담은 작품’이라 평가받았다.

선댄스에서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7월 공개된 정식 버전을 보며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몰입도 강한 스토리텔링과 비주얼 요소 덕에 영화가 하나씩 풀어놓는 사실에 거듭 놀라고, 어떤 부분에선 실소가 터졌다. [거대한 해킹]을 만든 카림 아메르와 예하인 누자임는 인터뷰에서 ‘보이지 않지만 가장 거대한 위협’을 어떻게 그렸는지 밝혔다. 바로 상황 인식과 주제의 변화, 이해를 위한 비주얼 구현, 사건에 인간의 얼굴 부여하기다.

상황 인식과 주제의 변화

이미지: 넷플릭스

누자임과 아메르가 처음 [거대한 해킹]을 구상했을 땐 2014년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을 다루려 했다. 소니 픽처스가 북한 김정은 암살 관련 코미디 [더 인터뷰] 최종 예고편을 공개한 직후 북한의 해킹 공격을 받아 회사 임직원과 관계자 간의 메일, 개인 정보, 미공개 영화 파일이 유출된 사건이다. 감독들은 사건을 통해 기술과 정치에 대한 담론을 풀어가려고 했지만, 대화를 거듭하며 ‘해킹’의 정의를 물리적인 침투와 정보 조작, 유출 등에 한정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누자임은 “해킹이란 그저 물리적 해킹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에 침투하는 것이라 말했다. 우리의 두뇌에 침투하며 상대와 대화를 할 능력을 상실하는 것 또한 해킹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토론과 대화가 돌아가지 않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는 생각에 바탕을 둬, 감독들은 탐구 대상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로 옮기고 페이스북 등 실리콘 밸리 기술 기업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의뢰한 넷플릭스 또한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이라 [거대한 해킹]이 다룰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감독들은 넷플릭스에서 어떤 검열도 받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다큐멘터리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밀고 나가게 했으며, 자신들이 큰 담론의 일부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감독들은 넷플릭스가 “꽤 많이 인내했을 것”이라 말했다.

이해를 위한 비주얼 구현

이미지: 넷플릭스

[거대한 해킹]은 모두 컴퓨터상에서 이뤄진다. 개인의 사이버 기록과 설문조사에 바탕을 둔 개인의 심리 프로파일 또한 데이터 형태로 존재한다. 사용자들이 보는 컴퓨터 스크린은 평면의 스크린에서 완전히 형태가 나오며, 개인을 분석하는 알고리듬은 물리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영상으로 많은 것을 전달해야 하는 필름메이커는 당연히 고민에 빠질 것이다.

[거대한 해킹]은 그래픽 디자이너의 참여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이미지, 스크린 캡처, 코드를 쓴 텍스트 등을 이미지로 만들고 배치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표현했다. 감독들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알고리듬의 관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알고리듬은 이미 우리 의사 결정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선거뿐 아니라 세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에 인간의 얼굴 부여

이미지: 넷플릭스

관객에겐 다큐멘터리의 내러티브를 함께 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관객이 관찰하거나 감정을 이입할 수 있고 스토리에 인간성을 부여할 인물인데, [거대한 해킹]에서는 진실을 밝힘으로써 위험부담이 큰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감독들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내부 고발자, 브리트니 카이저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 말했다. 카이저는 정의를 추구하는 이상주의자였지만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합류하며 회사의 불법 활동을 목격하고 묵인하며 “어둠에 빠져들었다.”

선댄스 영화제 직전 카이저를 인터뷰하며 감독들은 이야기의 돌파구를 찾았다. 또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불법활동을 지정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캐롤 캐드월드와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 유출을 문제삼은 데이비드 캐롤 교수의 스토리도 더했다. 시청자는 정의를 추구하는 세 사람의 여정을 지켜보며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들의 강력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민주주의를 노리는 거대한 위협

https://youtu.be/cA-WhQXly9U
영상: 넷플릭스

[거대한 해킹]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사례를 통해 지금의 세계가 도덕적 존재인 인간의 행동이 초도덕적인 알고리듬으로 형성되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지적한다. 우리는 알고리듬에 휘둘리는 세상을 만든 사람들을 찾아 잘못을 탓하는 것 이상의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기술 기업에 책임성과 투명성을 요구해야 하며, 실리콘 밸리의 기술 기업이 도덕적일 것이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아메르는 “민주적 과정의 기능성이 위험하다”라고 지적하며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이 전쟁에서 지면, 인간에게 남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